“들어간다 들어간다 들~어간다!” “디펜스! (짝짝) 디펜스! (짝짝)” 일사불란하게 막대풍선이 흔들리며 함성이 이어진다. ‘불꽃남자 정대만’, ‘서태웅 친위대’ 등 다양한 응원구호가 적힌 깃발과 플래카드가 나부낀다. 북산고와 산왕공고를 응원하기 위해 350명이 모인 이곳. 경기장이나 체육관이라 생각하면 오산이다. 영화 ‘더 퍼스트 슬램덩크’(감독 이노우에 다케히코) 응원 상영회가 지난 주말 전국 영화관에서 펼쳐졌다.
이번 응원 상영회는 ‘더 퍼스트 슬램덩크’ 200만 관객 돌파를 기념해 기획됐다. 관객이 상영관에서 각자 좋아하는 팀과 선수의 응원 구호를 외치게 허용한 관객 참여형 이벤트다. CGV, 롯데시네마, 메가박스 등 전국 주요 극장 36개점에서 열렸다. CGV 용산아이파크몰점, 롯데시네마 월드타워점, 메가박스 코엑스점 등 대형 관의 주요 시간대는 일찌감치 매진 행렬을 이뤄 뜨거운 관심을 짐작케 했다.
지난 11일, 응원 상영회가 열린 서울 CGV 용산아이파크몰점은 설렘으로 물들어 있었다. 공식 팝업 스토어에서 판매한 북산 유니폼을 입거나 송태섭처럼 손목 아대를 착용한 사람들, 강백호·정대만과 같은 농구화를 신은 이들까지 다양했다. 극장 티켓부스에서 미리 나눠준 응원용 막대풍선을 든 관객도 곳곳에 있었다. 상영관에 입장하는 모습들에서는 부푼 기대감이 엿보였다.
영화 시작 전부터 왁자지껄하던 분위기는 스크린에 제작, 배급사 영상이 나오면서부터 달아올랐다. 제작사 토에이 애니메이션 로고가 뜨자 “토에이 감사합니다”라는 함성이 나올 정도였다. 화기애애하게 시작한 상영회는 오프닝 영상이 나오자 더 뜨겁게 불이 붙었다. 송태섭을 시작으로 정대만, 채치수, 서태웅, 강백호가 차례로 그려지자 캐릭터 이름을 연호하는 함성소리가 상영관을 뒤흔들었다.
이야기가 본격적으로 전개되자 응원은 물론 탄식, 야유 등 여러 반응이 터져 나왔다. 송태섭에게 생일 축하 노래를 불러주거나 “태섭아 괜찮아”라며 격려하는 말소리, “대만아 앞니 지켜”, “채치수 너는 가자미다” 등 극에 과몰입한 이들의 외침이 나올 때마다 환호가 더해졌다. 영화가 끝나도 관객 대부분이 상영관에 남아 OST인 10-FEET의 노래를 따라 불렀다. 싱어롱 행사를 방불케 하는 열기였다.
이날 상영회를 찾은 이들 대다수가 영화를 여러 번 본 ‘n차’ 관객이었다. 상영관 앞에서 만난 김정현(28), 신한나(29), 이민하(30)씨는 ‘더 퍼스트 슬램덩크’를 각각 2, 10, 3회 관람한 열혈 팬이다. 송태섭 유니폼을 입고 온 신한나씨는 응원 맛에 푹 빠졌다. 그는 “극장에서 처음 볼 때부터 응원전을 펼치고 싶었다”면서 “스포츠 장르는 함께 봐야 더 재밌다. 응원 상영회가 앞으로 더 기획되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강백호를 응원하러 온 이민하씨는 “원작 만화를 좋아하다 영화를 보고 더욱더 푹 빠졌다”면서 “캐릭터를 다 응원할 수 있어 행복했다”며 미소 지었다.
타 지역에서 원정을 온 관객도 있었다. 박채린(24·대학생)씨는 경기 수원에서 첫 기차를 타고 친구 이진송(24·직장인)씨와 이른 아침부터 CGV 용산아이파크몰점을 찾았다. 이날 세 차례 열린 응원 상영회를 모두 보기 위해서다. 두 사람은 영화를 각각 4, 7번씩 봤다. 이들은 “큰 소리로 응원할 수 있어 즐거웠다”면서 “모두가 같은 마음으로 영화를 즐기는 게 느껴졌다. 일반 상영관에서 볼 때보다 더 좋았다”며 만족감을 드러냈다. 경기 안양에서 온 안지영(30대)씨는 홀로 극장을 찾았다. 과거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 싱어롱 상영을 즐겼다던 안지영씨는 “응원 상영은 ‘더 퍼스트 슬램덩크’를 즐길 수 있는 최고의 포맷”이라며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응원 상영회는 SNS에서도 인기였다. 온라인에는 “상영 도중 스마트 워치에서 소음 알림이 떴다”(chxx******, 이하 트위터 아이디), “신촌 메가박스에 이영걸(정대만 친구) 무리와 서태웅 친위대가 왔다”(qpqp*****) 등 다양한 후기가 올라왔다. 열기는 당분간 더 이어질 전망이다. 개봉 6주차인 현재 ‘더 퍼스트 슬램덩크’는 관객 285만6967명(13일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 집계)을 동원하며 300만 관객 고지를 앞두고 있다. 오는 4월에는 아이맥스(IMAX) 상영을 협의 중이다.
김예슬 기자 yeye@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