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간 퇴비로 활용되던 축산분뇨가 한계에 다다랐다. 수요를 추월한 공급 때문에 경제성이 악화되고 대부분 퇴비 생산시설은 정부 보조금으로 버티는 실정이다. 퇴비 생산과정에서 발생하는 악취 역시 말썽거리였다. 이것이 축산분뇨를 퇴비만으로 활용하는 것 외에 다른 처리방법이 필요한 이유다. 때마침 전주김제완주축협에서 최근 우분연료화 사업을 시작해 축분을 연료로 사용하는 방법을 제시하고 있다. 악취의 원인인 암모니아 또한 세정식 악취처리를 통해 암모니아수를 생성하고 여기에서 수소를 생산할 수 있어 악취 제어와 함께 온실가스 배출 저감까지 가능해 보인다. 이에 꽉 막힌 축산분뇨 처리의 숨통을 열어줄 것으로 기대된다.<편집자주>
전북 전주·김제·완주는 전국에서도 손꼽힐 정도로 한우 사육두수가 많다. 지난해 기준 전주시 1233두에 우분 발생량 일일 15톤이며, 김제시 4만7804두, 우분 발생량 일일 600톤이다. 완주군 사육두수는 4만1165두이고 우분 발생량 일 400톤이다.
반면, 축분처리 시설은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완주군의 경우 400톤 중 200톤은 자원화센터 2개소에서 나머지 200톤은 자가처리 중이며, 김제 역시 매일 약 600톤이 발생하지만 처리시설의 부재로 일부 민간업체에서 위탁처리하고 나머지는 농가에서 자가처리 하고 있다. 자가처리는 인근 농지에 뿌려 퇴비로 사용하는 게 대부분이다.
현재 축분처리 대부분은 가축분뇨를 폐기물 개념에서 비료자원 개념으로 전환시켜 화학비료를 대체할 수 있는 퇴·액비로 만들어 친환경 농산물을 생산할 수 있는 원자재로 활용한다. 이는 가축분뇨처리 문제를 해결하고 자연순환농업에 초점이 맞춰져 왔다.
하지만 퇴비 생산과정에서 발생하는 악취와 과열되는 퇴비판매 경쟁으로 인한 판매량 감소, 정부 판매촉진보조금 축소가 추진되고 있어 암울한 실정이다. 그간 전국 자원화센터는 가축분 재활용의 선순환 역할을 수행하고 있지만 인근 주민과 악취로 인한 마찰, 치솟는 원가, 인건비 상승 등 대 내외 여건의 악재 속에서 1년 운영 시 평균 5억원의 정부보조금에 의지하며 운영되고 있다. 게다가 1차 산업의 보전을 위해 정부가 결정하는 퇴비 공급가격은 인상이 아닌 동결 및 인하가 전망돼 경영은 점점 더 악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고체연료화로 경제와 환경 모두 만족
기존 퇴비화 공정의 단점은 ▲재래식 통풍식 퇴비생산 과정에서 배출되는 악취의 외부 유출로 인한 민원발생 ▲우분반입 후 퇴비제품까지의 긴 생산기간 ▲퇴비판매 과열경쟁으로 판매량 축소 ▲국가퇴비판매보조금 일몰운영 ▲농업 비수기시 판매되지 않고 장기간 야외 보관되면서 발생되는 제품 훼손 등이다.
반면, 고체연료화는 우분 반입 후 생산까지 기존 퇴비화의 150일정도 소요되는 제품화 기간을 14일로 단축시킨다. 또한 제조 공정에서 발생하는 악취 포집처리가 용이해 악취를 법적기준치 이내로 운영할 수 있으며, 열병합발전소 등에 신재생에너지로 납품 시 생산과 동시에 고체연료 제품이 연중 판매가 가능해 경영적 측면에서도 퇴비생산보다 우월하다는 평가다.
전주김제완주축협 김창수 조합장은 “고체연료 사업은 기존 퇴비화의 단점을 보완한 축산업의 가장 큰 민원인 축분 처리의 새로운 해법으로 퇴비화를 탈피한 신재생 에너지화 방안”이라며, “화석연료 사용량 감축의무, 바이오 매스를 포함한 신재생에너지 발굴, 탄소저감 목표이행이라는 탄소중립시대에 피할 수 없는 시대적 흐름”이라고 설명했다.
전주김제완주축협, 축분 연료화 박차
전주김제완주축협은 최근 김제시 백산면에 위치한 목우촌 비료사업소를 인수해 김제자원화센터 개소를 시작으로 고체연료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먼저 김제시와 협업을 통해 1분기 내 고체연료생산시설 구축을 위한 농림축산식품부 국비지원을 신청할 계획이며, 2분기까지 가축분처리업을 획득해 올해 안에 고체연료 생산 납품을 목표로 추진 중에 있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가축분전용 보일러 실증테스트를 올해 완료한 후 김제시에 접목할 수 있는 농업 및 산업분야에 적용해 지역발전 상생모델을 발굴할 계획이다. 경북에서는 농업분야에 전용보일러를 도입하고 실증실험을 통해 탄소배출권 신청도 계획 중이다.
또한 축산농가가 밀집된 김제시의 악취개선을 위한 대안으로 우수한 발효촉진제를 김제자원화센터에서 생산할 예정이다. 이 발효촉진제는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에서 개발하고 카야시스템에서 기술이전 받은 제품으로 실제 산업적으로 사용되는 유용 미생물제제에 속하는 다양한 미생물에 ‘로도박터 스페로이데스(Rhodobacter sphaeroides)’라는 광합성균을 중점으로 조합해 악취 저감용 유용 미생물 제제를 개발했다.
김창수 조합장은 “이를 통해 악취의 주범인 암모니아의 효율적인 제거가 가능했고 축분을 발효하는 과정에서 자체적으로 60~80도씨의 산화열을 발생시켜 건조 에너지 비용까지 대폭 줄일 수 있는 장점으로 녹색기술인증을 받은 우수한 제품”이라며, “관내 악취민원이 심각한 농가에서 사용된다면 축산악취 저감 및 처리량 증대에도 효과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이어 “이 기술을 접목해 김제자원화센터에서는 부숙 촉진제 공급사업을 통해 축사환경개선과 고체연료 품질향상과 처리효율 제고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그간 처리가 지난했던 김제시의 축분을 안정적으로 처리하기 위해 김제자원화센터는 고체연료사업과 부숙촉진제 공급사업으로 기여하겠다”고 밝혔다.
퇴비화 한계 연료화로 극복
완주군 화산면은 전국 면단위 중 가장 많은 소를 사육하는 지역이다. 그만큼 완주군은 지역 대표 산업으로 축산을 빼놓을 수 없다.
축협에서 운영 중인 화산자원화센터는 축산분뇨 처리량의 한계를 느끼고 지난해부터 축분의 추가 처리를 위해 고체연료 설비투자 계획을 수립해 올해부터 추진할 예정이다. 투자계획으로는 축분 반입처리를 위한 고속발효기, 발효 건조 완료된 축분의 가공을 위한 펠렛기 등을 포함하고 있다. 이는 매일 30톤의 추가 축분을 처리할 수 있는 규모의 투자이며, 기존 비료화가 아닌 고체연료화로 전환을 의미한다.
게다가 생산된 고체연료는 완주군 내 위치한 열병합발전소로 납품을 검토 중에 있어 지역에서 발생된 축분을 지역 업체에서 사용하게 되는 좋은 모델이 될 수 있다. 이를 위해 상반기 내 샘플을 생산해 열병합발전소에서 연소 테스트를 진행할 예정이다.
김제자원화센터 인수를 시작으로 발 빠르게 화산자원화센터도 고체연료 생산기지로 전환이 이뤄진다면 축분처리량 증대 효과 뿐만 아니라 완주군 산업단지 기업유치 애로사항인 수질오염 총량 문제까지 해소할 수 있는 묘안으로 평가받는다.
김창수 조합장은 “그동안 골칫거리였던 축분이 고체연료로 변해 지역 기업에게 신재생에너지로 사용되면 지역발전의 귀한 자원으로 활용될 수 있다”고 말했다.
고체연료사업 고도화 R&D 사업
분뇨 연료화 과정에서는 악취위 원인인 암모니아를 따로 모아 수소를 생산할 수도 있다. 암모니아는 질소 원자 1개와 수소 원자 3개가 결합한 화합물이다. 세정식 악취처리를 통해 암모니아수를 생성하고 여기에서 수소 생산이 가능한 이유다.
특히 완주군은 ‘수소도시 1번지’를 선언하고 미래먹거리 사업으로 육성을 꾀하고 있기 때문에 관련 사업에 관심이 큰
것으로 전해진다.
이밖에도 완주군은 축협,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다온바이오테크와 고체연료 생산과정에서의 탄소저감 실적을 검증해 탄소배출권을 획득하기 위한 기초데이터를 축척해 탄소저감 방법론 개발, IOT 기술을 접목해 고체연료 생산시설 고도화, 축산 현장에서 발생되는 악취 원인인 암모니아를 활용한 수소생산 가능성 검증 및 암모니아 추출 및 수소생산 기술개발을 위한 R&D사업을 추진할 예정이다.
김창수 조합장은 “이러한 기술개발을 통해 축산업의 고질적인 민원인 악취를 해소하고 기존 탄소배출의 주범이라 여겨지는 부정적인 이미지를 제고해 탄소중립 시대를 여는 브릿지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김영재 기자
전주=김영재 기자 jump0220@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