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뜩이나 참가신청 저조로 대회 흥행에 빨간불이 켜진 ‘2023 전북 아시아·태평양 마스터스대회’가 이번엔 엉뚱한 홍보영상으로 구설수에 올랐다.
전북도는 15일 오전 공식 유튜브 채널을 통해 ‘생활체육인의 축제! 2023 전북 아·태마스터스대회’라는 제목으로 대회 홍보영상을 올렸다가,“부적절하다”는 비판 여론이 일자 오후에 곧바로 삭제하는 촌극을 벌였다.
해당 영상은 연애 한번 제대로 못해 본, 이른바 ‘모태 솔로’인 40세 남성이 운동을 통해 자신감을 얻고 이성교제에도 성공한다는 내용으로, 2분 41초 분량이다.
이 남성은 소개팅에서 만난 여성에 반하지만, 운동을 좋아하는 여성과 취미가 달라 거절당한다. 이때 어린 조카로부터 “여자를 만나려면 운동을 하라”는 권유를 받아 운동에 전념해 여성과도 친해져 아·태마스터스대회에 함께 참가한다는 내용이다.
영상에는 대회 일정과 종목 등이 자막으로 소개되기는 하지만, 스포츠보다는 개인적인 연애사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전북도는 기획부터 촬영까지 한 달여 시간을 들여 3개 국어로 제작했고, 예산도 1300만원을 투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북도 관계자는 “내용이 무거우면 유튜브 조회수가 나오지 않아 젊은 층의 관심과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 가벼운 B급 감성으로 홍보영상을 기획했다”는 입장이지만, 어설픈 주제 설정에 내용도 국제대회 성격과 취지에 부적합하다는 지적이 일었다. 성인지 감수성이 부족하다는 비판도 나왔다.
대세를 이룬 비판적 여론과 달리 “재밌게 봤다”는 일부 긍정적 반응도 나왔다. 또한 논란이 일면서 조회수가 급등해 아·태마스터스 대회 홍보효과는 톡톡히 누릴 것이란 전망도 나왔다.
하지만 전북도는 논란이 일자 바로 급작스럽게 영상을 삭제하며 논란을 더 키우고 있다. 보완작업을 거쳐 영상을 다시 게시한다는 입장이지만 대회 개최가 얼마 남지 않은 시점에서 추가예산까지 들여 홍보영상을 급조하려 한다는 비판까지 받게 됐다.
한편 아·태마스터스대회는 오는 5월 12부터 20일까지전북 일원에서 펼쳐지며, 월드컵처럼 4년에 한 번씩 열리는 중·장년층의 아시아 태평양 올림픽으로 불린다. 국적이나 성별, 인종, 종교와 관계없이 30세 이상이면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 이번 대회는 게이트볼, 파크골프 등 시범종목 2개를 포함해 태권도, 배드민턴, 육상, 수영, 야구, 축구 등 26개 종목 경기가 14개 시·군, 45개 경기장에서 진행될 예정이다.
전주=김영재 기자 jump0220@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