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은행을 공공재로 강조한 가운데 ‘은행의 공공성’을 법으로 규정하는 법안이 발의됐다. 법안이 국회를 통과할 경우 민간 은행의 공공성 논란은 종지부를 찍을 전망이다. 다만 은행의 주인인 주주들의 반발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17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정무위원회 소속 김희곤 국민의힘 의원은 전날 ‘은행의 공공성 확보’ 문구를 담은 은행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개정안은 법의 목적을 담고있는 1조에 “금융시장의 안정을 추구하고 은행의 공공성을 확보함으로써 국민경제 발전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한다”라며 은행의 공공성을 명시하고 있다.
김 의원은 “은행은 과거 외환위기 당시 구제금융 비용을 전국민이 부담하는 등 공공재적 성격을 지니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영업시간 제한, 점포 폐쇄 등의 사례와 같이 사회적 책임에는 상대적으로 소홀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라며 “은행의 공공성을 현행법의 목적에 명시함으로써 은행의 공익적 활동에 대한 지향성을 분명히 하고 은행이 사회적 책임을 다하도록 하기 위한 것”이라고 제안 이유를 밝혔다.
그러면서 “은행은 정부의 인가 없이 수행할 수 없는 신용창출의 특권을 향유하고 있고 일반기업의 채권자와 달리 예금자인 일반 국민을 채권자 집단으로 하고 있다”며 은행의 공공성을 강조했다.
은행법이 이러한 방향으로 개정될 경우 민간 은행들의 역할에도 큰 변화가 예상된다. 주식시장에 상장된 은행으로서 이익극대화를 통한 주주환원에 목적을 두고 있는 은행들의 성격에서 공공지원 색채가 강화될 전망이다. 윤 대통령은 이와 관련해 “은행 수익이 어려운 국민, 자영업자, 소상공인 등에게 이른바 ‘상생 금융’ 혜택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배려해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다만 민간 은행까지 공공성이 법으로 명시될 경우 주주들의 반발을 불러올 것으로 보인다. 실제 지난 13일 윤 대통령이 ‘은행은 공공재’ 발언을 내놓은 이후 신한·KB·하나·우리금융지주 주가는 3거래일간 5~10%대 하락하면서 시가총액이 5조6826억원 사라졌다. 특히 정부의 시장 개입을 이해할 수 없는 외국인의 이탈이 두드러지고 있다. 신한금융의 경우 전날에만 외국인이 44만6191주, KB금융은 89만6739주, 하나금융은 63만8551주, 우리금융은 102만7964주를 팔아치웠다.
은행권 관계자는 “공공성을 명시한 개정안이 통과될 경우 주가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주주들을 중심으로 위헌소송이나 국가배상소송이 제기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손실을 본 외국인 투자자들은 국제투자분쟁(ISDS)을 제기할 수 도 있다”고 우려했다.
조계원 기자 chokw@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