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기준금리 올라갈텐데…'딜레마' 빠진 한은

미국 기준금리 올라갈텐데…'딜레마' 빠진 한은

한국 금융 전문가 “23일 금통위 기준금리 동결할 듯”
美 연준 ‘묻고 더블로 가’…한국과 기준금리 격차 더 커진다
기준금리 올리자니 경기가 불안정…“당장 동결 이후 추이 관찰 예상”

기사승인 2023-02-21 06:00:12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사진공동취재단 제공

미국의 1월 소비자물가지수가 전망치보다 높아지면서 미 연방준비제도(Fed)의 기준금리 인상이 끝날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예상과 달리 재차 금리가 올라갈 것으로 보인다. 이같은 미국의 상황은 한국은행으로 하여금 어려운 선택을 하게 만들고 있다. 

한국의 경제성장이 둔화되면서 점차 기준금리 인상이 가져오는 충격을 흡수하기 어려워지고 있는데, 미국과의 금리 격차가 더 커질 경우 외국인 자금 유출과 원·달러 환율 상승 압력을 크게 받을 수 밖에 없는 상황에 놓일 수 있기 때문이다.

23일 한국은행 금통위 개최…전문가 “기준금리 동결 유력 예상”

금융권에 따르면 오는 23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본회의를 열고 기준금리 인상폭을 결정할 예정이다. 현재 한국의 기준금리는 3.50%로 한국은행은 지난 2021년 8월 금통위에서 0.25%p 인상 결정을 진행한 뒤 약 1년 반 사이 총 3.00%p를 올린 바 있으며, 가장 마지막 금통위인 지난 1월에도 0.25%p 인상을 단행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들은 입을 모아 이번 금통위에서 기준금리가 동결될 것이라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KB증권 임재균 연구원은 금리동결이 이어지되 ‘매파적 발언’이 나올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그는 “한국은행은 다음 주 열리는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금리를 3.5%로 동결할 것으로 전망한다”며 “한은의 수정전망에서 물가와 경기에 대해 상충하는 전망을 발표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지난해 11월과 올해 1월 금통위에서 한은 총재는 물가보다는 성장에 보다 중점을 뒀으며 경기에 대한 전망이 더 어두워진 만큼 이번에도 성장을 우려하는 발언을 할 것”이라고 설명헀다.

안예하 키움증권 연구원은 기준금리를 동결하되, 소수의견에 따라 조정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을 내놨다. 그는 “미 연준의 긴축 속도 조절과 경기 하강 리스크 등을 고려할 때 한국은행은 추가 인상보다는 그간의 누적된 통화 긴축 효과를 지켜보면서 인상보다는 동결을 택할 것으로 예상한다”며 “인상 소수의견 1명 정도가 있을 것으로 보며, 미국의 최종금리 수준이 상향 조정될 우려 등을 감안할 때 한국은행은 비둘기적 신호를 통해 금리 인상 사이클이 종료되었다는 인상을 주지는 않을 것으로 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 의장.   연방준비제도 홈페이지 캡쳐

미국 기준금리 ‘묻고 더블로 가’…한-미 기준금리 격차 커진다

이처럼 금융전문가들은 한은이 기준금리를 동결할 것이라는 의견이 많지만, 미국의 경우 기준금리를 올릴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미국의 1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기존 전망치보다 높게 나온데다가 오는 24일 발표되는 미국 물가 상승 지표 ‘개인소비지출(PCE)’의 급등 가능성도 제시되고 있다. 

미국의 주요 경제 전문가들도 금리 인상이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제임스 불러드 세인트루이스 연은 총재는 “연준이 가능한 한 빨리 움직여 기준금리 수준을 연 5.375%까지 올려야 한다”며 “인플레이션과의 싸움이 길 것이란 게 내 판단”이라고 말했다. 로레타 메스터 클리블랜드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다음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0.5%p 금리 인상 가능성이 열려 있다”며 빅스텝(기준금리 0.5%p 인상)까지 가능하다는 예측을 내놓고 있다.

만약 한은이 기준금리를 동결하고, 미국이 기준금리를 0.25%p 올린다면 한·미 기준금리 격차가 1.75%까지 벌어지게 된다. 가능성은 높지 않지만 미국이 빅스텝까지 단행한다면 기준금리 격차는 최대 2.00%가 될 수도 있다.

한국과 미국의 금리 격차가 벌어지면 국내 경제에 악영향을 주게 된다. 원화 약세와 외국 자본 유출, 수입물가 상승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지는데다가 외국인의 투자자금 유출이 심화될 수 있다. 이미 원·달러 환율의 경우 현재의 상황이 선반영됐다. 지난해 원·달러 환율은 1400원대를 넘어서다 올해 초 1200원대에 진입하며 겨우 안정세에 접어들었다. 하지만 최근 연준발 공포에 강달러 현상이 나타나면서 원달러 환율은 재차 1300원선을 돌파했다.

금리 올리자니 한국경제 ‘둔화 가속’ 우려…딜레마 빠진 한국은행

이처럼 미국은 기준금리 인상 기조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한국은행은 미 연준처럼 기준금리를 재차 올리기란 어려운 상황이다. 물가 안정을 위해 기준금리를 올리자니 현재 한국경제의 체력이 매우 불안정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기획재정부는 지난 17일 발표한 ‘최근 경제동향(그린북) 2월호’를 통해 “최근 우리 경제는 물가가 여전히 높은 수준을 이어가는 가운데, 내수 회복 속도가 완만해지고 수출 부진 및 기업 심리 위축이 지속되는 등 경기 흐름이 둔화하고 있다”며 ‘경기 둔화’라는 말을 공식적으로 사용했다. 그간 정부는 지난해 6월 그린북에서 ‘경기 둔화 우려’를 언급한 이후 최근까지 동일한 평가를 이어왔지만, 2020년 코로나19 충격 이후 처음으로 ‘경기 둔화’를 사용한 것이다.

실제로 한국 경제는 ‘역성장’의 국면에 접어든 모양새다. 지난해 4분기 한국의 실질 국내총생산(GDP)은 전기 대비 0.4%(속보치) 감소해 2020년 2분기(-3.0%) 이후 10분기 만에 역성장했다.

여기에 1월 수출의 경우 1년 전보다 16.6% 줄어 작년 10월부터 4개월째 감소세가 지속되고 있다. 수출 감소에 1월 무역적자는 월간 기준 역대 최대인 126억5000만달러를 기록했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경기 부양에 힘을 써야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지난 10일 “물가 안정 기조를 확고히 해나가되 이제 서서히 경제 문제도 신경 써야 하는 상황으로 점점 가게 된다”며 “만약 물가 안정 기조가 확고해지면 모든 정책 기조를 턴(turn·전환)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처럼 기획재정부가 경기 부양을 위한 대책을 준비하는 상황에서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올려버린다면 실효성이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당장 이번 금통위에서 기준금리를 동결하되, 차후 기준금리를 올릴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김진욱 씨티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한은은 23일 금통위에서 기준금리를 3.5%로 유지하되, 소비자물가가 3% 미만으로 안정화 되기 전인 5월까지는 상반기 금리 인사 가능성을 차단하고 매파적인 기조를 유지할 것”이라며 “인플레이션이 3% 미만으로 안정화 될 가능성이 있는 6월부터 비둘기파적 신호를 보낼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8월부터 정책금리 인하 사이클에 진입해 하반기 0.75%p 인하하고 내년 1분기에도 0.75%p 인하해 2024년 1분기까지 기준금리가 2.0%로 내려갈 것으로 예상한다”고 덧붙였다.

김동운 기자 chobits3095@kukinews.com

김동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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