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생명e스포츠(한화생명)가 플레이오프(PO) 2라운드 진출을 놓고 디플러스 기아(DK)와 대결한다. 올 시즌 강팀에게 약한 면모를 보인 한화생명이 달라진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지 주목된다.
한화생명은 23일 오후 서울 종로 롤파크에서 DK와 ‘2023 LoL 챔피언스 코리아(LCK)’ 스프링 PO 1라운드를 치른다. 이날 승리한 팀은 2라운드에 진출한다. 패배 팀은 그대로 시즌을 마감한다.상대인 DK는 정규리그를 12승 6패, 4위로 마쳤다. 한화생명은 10승 8패로 5위다. 순위 차는 한 계단 밖에 나지 않지만, 두 팀이 정규리그에서 보여준 전력 차는 적지 않다.
‘파괴전차’라는 별명이 무색하게, 한화생명은 올 시즌 상위권 팀을 상대론 힘을 쓰지 못했다. 하위권 팀을 상대론 파괴적인 경기력을 보여주다가도, 상위권 팀만 만나면 무기력한 모습이었다. 정규리그 1위에 오른 T1에게만 1승 1패를 기록했을 뿐 젠지e스포츠(2위), KT 롤스터(3위), DK에겐 2패만을 안았다. 특히 DK를 상대론 단 1세트도 따내지 못했다.
PO 진출팀인 리브 샌드박스(6위)에게도 1승 1패를 기록, 다소 아쉬운 성적표를 거뒀다. 시즌 최종전에서 당시 5위였던 리브 샌박을 2대 1로 꺾으며 체면을 세웠지만 경기력은 만족스럽지 못했다.
당시 최인규 한화생명 감독은 “이겼지만 솔직히 전혀 기쁘지 않다. 상대팀에겐 미안하지만, 우리가 잘해서 승리했다 보다 우리가 조금 덜 못해서 이겼다는 느낌이 드는 경기였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그는 “결국은 강팀들을 상대로 좋은 경기력을 보여주지 못하고 플레이오프를 들어간다는 점이 많이 아쉽다”면서도 “선수들이 피드백을 따라준다면 아직 발전의 여지가 있다고 생각한다. 시간이 짧아도 선수들과 함께 잘 플레이오프를 준비해보겠다”고 마음을 다잡기도 했다.
상위권 팀을 상대로 성적이 좋지 못했지만, 관계자들이 입을 모아 “저력 있는 팀”이라고 평가할 만큼 한화생명은 경계를 늦출 수 없는 팀이다. 한화생명의 강점은 교전 능력이다. 흔들리는 와중에도 대규모 교전에서만큼은 번뜩이는 모습을 보여주곤 했다. 경기가 장기전 양상으로 흐른다면 ‘제카’ 김건우, ‘바이퍼’ 박도현 등 캐리력 높은 딜러진과, 플레이메이킹에 특화된 ‘킹겐’ 황성훈을 보유한 한화생명이 힘을 얻는다. T1의 원거리 딜러 ‘구마유시’ 이민형은 “우리를 애먹게 했다는 건 저력이 있다는 것”이라며 “다전제에선 다를 수 있다. 한화생명도 결승에 얼마든지 올라올 수 있다”고 경계했다.
관건은 한화생명의 시간인 후반까지 버틸 수 있느냐다. 이현우 해설 위원 등은 한화생명이 강력한 교전 능력을 보유한 데 비해 초중반 설계 능력은 떨어진다고 평가한 바 있다. 실제로 젠지와 DK 등은 일찌감치 주도권을 잡고, 한화생명의 시간이 오기 전에 경기를 끝내는 모습을 여러 차례 보여줬다.
한화생명 선수들도 이를 인지하고 있다. 하지만 문제점을 개선해나가고 있는 만큼, 팀 호흡을 가다듬는다면 PO 땐 달라진 모습을 보여줄 수 있다는 자신이다. 한화생명의 원거리 딜러 박도현은 리브 샌박전 종료 후 쿠키뉴스와 인터뷰에서 “아쉬운 점도 있었지만 우리가 어떤 식으로 이겨야 되는지를 상기한 날이었다”며 “이날 승리로 남아있는 플레이오프에서 더 향상된 경기력을 보여줄 수 있을 것이라고 굳게 믿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후반을 가기만 하는 건 어느 팀이나 하는 것이다. 후반을 가는 과정에서 어떻게 손해를 최소화하는 것이 중요하다. 오늘 경기에선 어느 정도 그게 됐다”며 “패치 버전이 그대로 유지되면서 PO에선 변수픽보다는 정형화 된 밴픽이 펼쳐질 거라고 본다. 기본기와 팀적인 압박 능력에 따라 승패가 갈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박도현은 “강팀들에게 졌지만 돌이켜보면 모두 이길 만한 경기였다. 어느 팀과 만나도 이길 자신 있다”면서 “플레이오프에서 가장 고르기 싫은 팀이 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각오했다.
문대찬 기자 mdc0504@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