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경림 KT 사장이 차기 대표이사 후보직을 내려놨다. 차기 대표 선임이 불투명해지며 경영공백 지속에 대한 우려가 나온다.
KT는 27일 윤 사장의 후보 사퇴를 발표했다. 윤 사장은 이날 사퇴 이유에 대해 “주요 이해관계자들의 기대 수준을 넘어서는 지배구조 개선을 통해 새로운 CEO가 선출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KT는 차기 대표 이사 선임과 관련해 진통을 거듭했다. KT는 지난해 말 구현모 KT 현 대표이사의 연임을 적격하다고 판단했다. 차기 대표 후보에 단독 후보로 추천될 예정이었다. 그러나 구 대표는 여러 후보와 경쟁하겠다며 경선을 요청했다. KT 이사회에서 이를 수용, 구 대표를 포함해 27명의 후보자에 대한 심사를 진행했다.
결과는 달라지지 않았다. 이사회는 다시 구 대표를 단독 후보로 확정했다. 그러나 경선이 불투명·불공정했다는 이의가 제기됐다. KT 최대주주인 국민연금도 반기를 들었다. 이사회는 지난달 9일 논의 끝에 공개경쟁 방식으로 대표이사 선임을 재추진하기로 했다.
차기 대표이사 후보자로 18명이 도전장을 던졌다. 김기열 전 KTF 부사장, 김성태 전 자유한국당 의원, 권은희 전 새누리당 의원, 윤진식 전 산업자원부 장관 등이다. 구 대표와 윤 사장을 포함, 사내인사 16명 등도 참여했다. 총 34명이 경쟁을 펼치게 됐다. 외부전문가로 이뤄진 인선자문단이 사내·외 후보 검증 및 압축작업을 진행한 후 면접 대상자를 선정하는 절차가 실시됐다.
이변이 발생했다. 유력 주자로 뽑히던 구 대표가 지난달 23일 후보자 사퇴 의사를 밝힌 것이다. 일각서는 구 대표가 ‘외풍’을 견디지 못했다고 봤다. 후원금 쪼개기 재판 등 사법리스크를 지고 있다는 점과 국민연금이 연임을 공식 반대한 점 등을 고려했다는 것이다.
구 대표의 사퇴에도 공개경쟁은 흔들림 없이 추진됐다. KT는 같은 달 28일 윤 사장과 박윤영 전 KT 사장, 신수정 KT 부사장, 임헌문 전 KT 사장 등 4명을 면접 대상자로 선정했다. 사내 후보 2명, 사외 후보 2명이다. 모두 전·현직 KT 인사다. 유력 후보로 꼽혔던 여권 인사 등은 면접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다. 윤 사장은 면접을 통해 가장 높은 점수를 받아 차기 대표이사 후보로 선정됐다.
윤 사장은 차기 대표이사 후보로 선출된 후 지배구조 개선과 정부정책 동참 등을 강조해왔다. 그는 차기 대표이사 선출 소감문에서 “기업 지배구조 이슈와 과거 관행으로 인한 문제들은 과감하게 혁신하고 정부 정책에 적극 동참하겠다”며 “사업과 조직을 조기 안착시켜 주주 가치를 제고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이야기했다. 지난 8일에는 윤 사장이 요청으로 KT ‘지배구조개선TF’가 구성되기도 했다.
외풍은 가시지 않았다. 여권에서는 윤 사장의 실명을 거론하며 “구현모 KT 대표이사의 아바타”라는 비판을 내놨다. 국민연금은 물론 2대, 3대 주주인 현대자동차와 신한은행 등도 주주총회에서 반대표를 던질 수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됐다. 윤 사장은 지난 22일 이사회에 사의를 표했다. 후보로 내정된 지 보름만이다. KT 이사회는 윤 사장의 사퇴를 만류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문제는 대표 선출이 미뤄지며 발생할 경영 공백이다. 늦어도 올해 초 진행됐어야 하는 조직개편과 인사는 1분기가 지나도록 이뤄지지 않았다. KT가 추진 중인 굵직한 사업들도 수장을 찾지 못해 발을 떼지 못하는 상황이다. KT 계열사에도 여파가 미치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후가 더 문제라는 지적도 나온다. 추후 선임될 대표이사가 정권으로부터 자유롭기 어렵다는 시선이다. 소수 노조인 KT새노조는 “사외이사부터 정권 입맛대로 구성되고 대표이사도 정치권 낙하산 통신 문외한으로 앉혀진다면 KT는 회복 불가능해질 것”이라며 “주주, 고객, 노동자로부터 외면당할 게 뻔하다”고 질타했다. KT 소액주주들이 모인 온라인 카페에서도 “관치정부 통제경제를 행하는 악행을 멈춰야 한다”, “정치외압 사퇴를 반대한다. 지금이 5공화국 시대냐”는 비판이 게재됐다.
KT는 오는 31일 예정대로 주주총회를 진행할 계획이다. 윤 사장 선임과 서창석 네트워크 부문장, 송경민 경영안정화TF장의 사내이사 후보 자격은 안건에서 제외된다. KT는 “조기 경영 안정화를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차기 대표이사 선임과 관련 구체적인 사항은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이소연 기자 soyeon@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