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전주을 재선거 완패, 정운천 의원만 탓할 일인가

국민의힘 전주을 재선거 완패, 정운천 의원만 탓할 일인가

중앙당 최고위원 막말 파문으로 전북 민심 등 돌려

기사승인 2023-04-10 13:15:06
정운천 국회의원

국민의힘 정운천 의원(비례대표)이 지난 7일 전북도당위원장을 자진사퇴한데 이어 ‘전주을 당협위원장직’ 사퇴서까지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의힘 전북도당 관계자에 따르면, 정운천 의원의 사퇴서는 10일 예정된 비공개 최고위원회의에서 의결할 것으로 전망된다. 

전북도당위원장 사퇴 결정의 표면상 이유는 지난 5일 치러진 전주을 국회의원 재선거 참패에 대한 책임을 지겠다는 것이다. 

정 의원은 입장문을 통해 “2020년 국민의힘은 호남 없이는 정권교체도 전국정당도 없다는 신념 아래 국민통합위원회와 호남동행국회의원단을 출범시켜 서진정책을 시작했다”면서 “진정성 있는 노력의 결과로 19대 대선 당시 3.3%에 불과했던 전북 득표율이 20대 대선에서는 14.4%로 역대 최고득표율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어 “지난해 지방선거에서도 국민의힘 소속 조배숙 전북도지사 후보가 17.88%, 김경민 전주시장 후보가 15.54%를 획득하는 등 변화의 물결을 느낄 수 있었다”면서 “이번 전주을 재선거는 호남이지만 이상직 민주당 의원의 의원직 상실로 치르는 만큼 기대감이 컸는데도 김경민 후보가 8% 득표율에 그쳐 도민들의 냉정한 평가를 받게 됐다”고 책임을 지겠다는 입장을 발표했다.

국민의힘 최고위원회의에서 정운천 의원의 문책론이 거론된 이후 전격적으로 사퇴가 이뤄지면서 도내 당원들의 불만의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국민의힘 득표율이 낮아진 건 정운천 의원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최고위원들의 잇단 막말파문 여파로 도민들의 정치적 냉소를 불러왔다는 여론이 지배적이다. 

정운천 의원은 전주을 재선거의 가장 유력한 후보 중 한명으로 손꼽혔지만, “지금은 현안을 챙길 때”라며 내년 총선 출마로 가닥을 잡았다. 

정 의원의 출마 여부는 재선거 구도 자체가 흔들릴 정도로 영향력을 인정받고 있다. 실제 정운천 의원 출마를 가정해 민주당을 탈당한 임정엽-김호서 후보간 진행된 단일화 논의가 불출마 선언이후 사라진 것이 단적인 예다.

국민의힘이 전주을 재선거 패배 책임을 정운천 의원에게 모두 전가하면서 도내 당원들뿐만 아니라 지역민심까지 요동치고 있다. 정 의원에 대한 국민의힘 지도부의 압박이 그나마 남아있던 전북지역 여당 지지층과 중도층 유권자들까지 등을 돌리게 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정운천 의원은 지난 2008년 출범한 이명박 정부의 초대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으로 임명된 이후 민주당이 텃밭으로 자부하는 전북에서 보수 외길을 걸어왔다. 그 노력을 인정받아 지난 2016년 제19대 총선에서는 32년 만에 보수정당 소속으로 전주을에서 당선되는 기염을 토했다. 이후 서진정책을 총괄지휘하며 더디지만 꾸준히 지역민심에 다가서는 자세를 보였다.

전북정치권 관계자는 “국민의힘 지도부가 전북민심을 몰라도 너무 모르는 것 같다”며 “새 지도부가 들어서며 여야 협치나 호남동행 같은 말도 다 사라지는 현실에서 어떻게 내년 총선 승리를 기약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전주=김영재 기자 jump0220@kukinews.com
김영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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