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업계에 이른바 ‘○○페이’로 불리는 간편 결제 서비스 경쟁이 한창이다. 고객 데이터 확보를 통해 장기적으로 새로운 수익 창출 가능성이 열려 있기 때문이다. 다만 다양한 페이 서비스가 공존하고 있어 자체 페이 서비스 이용 고객을 확보할 수 있을지 미지수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대형 유통기업들은 각자 자체 페이 시스템을 선보이고 있다. 대표적인 서비스로는 신세계의 '쓱페이', 롯데의 '엘페이', GS리테일의 'GS페이', 쿠팡의 '쿠페이', 지마켓의 '스마일페이' 등이 있다. 또 CJ그룹은 'CJ원페이'를, 컬리는 ‘컬리페이’를 론칭하기도 했다.
자체 페이 서비스를 도입한 배경은 사용자 데이터 수집, 수수료 절감, 새로운 수익창출 활용 가능성 등의 장점이 있기 때문이다. 때문에 관련 시장도 계속 커지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국내 1일 평균 간편 결제 거래액은 2020년 4009억원, 2021년 5590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에는 상반기에만 7232억원으로 급증했다.
업계 관계자는 “페이 서비스는 소비자 입장에서 편의성이 크다. 업체들이 페이 시장에 계속 뛰어드는 이유는 소비자가 이용하기 때문이기도 하다”며 “온오프라인에서 결제할 때 추가 정보 입력 없이 사전 등록 비밀번호와 카드 정보만으로 결제가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더군다나 페이 서비스 사용에 따르는 혜택도 크다”며 “요즘과 같이 고물가 상황 속에서는 전략적으로나마 조금이라도 아끼려는 소비자가 많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현재 페이 시장은 과포화 시장이다. 회원수로 따질 경우 현재 유통업계에서 가장 많은 회원 수를 보유하고 있는 페이 서비스는 쿠팡의 쿠페이다. 지난해 4월 말 기준 2453만명이다. 이어 쓱페이(신세계, 950만)와 스마일페이(지마켓, 1600만)를 합친 신세계 그룹의 2550만명이다.
유통업계에서 벗어나 포털까지 영역을 확장하면 경쟁자는 더 많다. 네이버페이의 회원은 3000만명을 넘어서는 것으로 전해진다. 여기에 휴대폰 제조사, 금융사도 페이에 뛰어들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현재 시중에 출시된 간편 결제 서비스만 약 50종에 이른다.
더군다나 회원수와 별개로 실질적인 수익 연결 여부를 살펴보면 일부 업체가 과점하고 있는 상황임을 알 수 있다. 실제 한화투자증권의 지난해 상반기 송금액 데이터를 보면 페이 시장은 카카오페이 42.4%, 네이버페이 24.0%, 삼성페이 24.0%로 사실상 세 곳이 90% 이상 과점하고 있다.
상황이 이러하자 기존 페이 서비스 매각 움직임도 일고 있다. 신세계가 운영하던 쓱페이, 스마일페이 매각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신세계가 '페이' 사업을 매각하면 유통업계에서 페이 사업은 쿠팡, 11번가, 롯데 등만 남게 된다.
업계 관계자는 “보다 세분화되고 전문화되는 시장 상황 속에서 소비자 데이터는 기업 입장에서 중요한 자산이기 때문에 한동안 결제 서비스 경쟁은 계속 치열할 것으로 전망된다”며 “물론 어느 시점이 되면 간편 결제 시장이 어느 정도 정리가 될 것으로 보이는데 이 전까지는 업계에서 저마다의 차별화 전략을 바탕으로 소비자 모시기에 최선을 다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안세진 기자 asj0525@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