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2대 국회의원 선거제도 개편 논의를 위한 국회 전원위원회가 사흘째 이어지고 있다. 2004년 이라크 파병 연장을 논의한 후 19년 만이자 선거제 개편을 주제로 한 헌정사상 최초의 전원위지만, 다수 의원은 큰 관심을 두지 않는 모양새다.
‘무관심’의 기류는 이전부터 포착됐다. 지난 10일 오후 2시 개회 당시 참석자 수는 200명이 넘었지만, 회의가 끝날 무렵에는 참석자수가 급감했다. 지도부의 관심도 저조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처음부터 전원위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도 참석은 했지만, 시간이 흐르자 끝내 자리를 비웠다.
이튿날인 11일에는 빈자리가 더 많아졌다. 시작부터 100명이 채 안 되는 의원들만 참석했다. 일부는 수다를 떨거나 스마트폰을 만지며 발언에 집중하지 않았다. 졸거나 크게 하품하는 의원도 있었다. 이들 앞에서 발언자들은 차례가 되면 각자 입장만 말하고 단상에서 내려갔다. 발언이 끝나면 같은 당 소속 의원 서너 명이 “잘했다”라며 맞장구를 칠 뿐이었다.
전원위 사흘째인 12일도 기대한 풍경은 없었다. 전원위가 열리는 본회의장 곳곳에는 빈자리가 눈에 띄었다. 참석한 의원은 60여 명에 불과했다. 유의미한 합의도 이루지 못했다. 여야는 지역주의 타파에 공감하면서도, 해결책에 대해서는 여전히 평행선을 달렸다. 여당 발언자들이 의원 정수와 비례대표제 축소를 주장하자, 야당은 반대 목소리를 내며 권역별·연동형 등 비례대표제를 강화하자는 주장을 반복했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제시한 ‘의원 정수 최소 30석’을 놓고 고성이 오가기도 했다. 김경협 민주당 의원은 “합의점을 찾자는 회의에서 소속 의원에게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소속 의원은 앵무새처럼 반복하는 관행부터 개혁해야 한다”며 “소속 의원이 무슨 초등학생인가. 이렇게 국회를 운영하려면 여야 대표 1명씩 2명만 있으면 되지 않나”라고 발언하자 국민의힘은 고성을 치며 강하게 반발했다. 맹성규 민주당 의원 역시 “국민 신뢰도 꼴찌인 국회가 인기영합적 의원 수 축소나 확대 논의에 매몰된다면 21대 국회의 정치개혁은 빈손으로 끝날 것”이라고 지적했다.
반면 박수영 국민의힘 의원은 “국민 70%가 국회의원 정수를 줄여야 한다는 여론조사가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국회의원 정수를 늘리자는 주장은 염치없는 일로, 현재 300석의 10%라도 줄여보자”고 주장했다.
일각에서는 전원위를 향한 비판이 제기됐다.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국회에서 20년 만에 전원위가 열리고 있지만, 이틀이 지난 지금 의원들부터 스스로 기대가 없고 국민의 호응도 없다”며 “지난 이틀 동안의 전원위에는 토론도 합의도 없었다”고 지적했다.
안 의원은 “무질서한 의견들에 질서를 부여하는 것이 제도인데, 지금까지의 전원위는 그러한 역할을 하지 못했다”며 “의견이 제시됨에 따라 사안의 경중을 뽑아내고 방향을 잡아가는 과정이 없이, 국회의원 개인들의 다양한 의견이 제시되기만 하는 회의의 참석률이 점점 저조해지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결과일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총선을 1년 앞둔 시점에 국민들께서 보고 싶어 하는 것은 구체적인 개혁안이다. 이대로 개인 의견들만 제시하다가 전원위가 끝난다면 국회는 무능력해 보일 뿐”이라고 꼬집었다.
한편 전원위는 오는 13일 마무리된다. 이번 논의는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가 지난달 22일 전체회의에서 통과시킨 선거제 결의안에 담긴 3가지 안을 기반으로 이뤄진다. 결의안에는 국민의힘이 택한 ‘도농복합형 중대선거구제+권역별·병립형 비례대표제’와 더불어민주당이 제시한 ‘소선구제+권역별·준연동형 비례대표제’, ‘개방명부식 대선거구제+전국·병립형 비례대표제’가 담겼다. 세 안 모두 의원정수 300명 유지를 전제로 한다. 당별 토론 인원은 의석 비율에 따라 민주당 54명, 국민의힘 38명, 비교섭단체 의원 8명이다.
최은희 기자 joy@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