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정치’가 매번 실패하는 이유 [말로만 청년③]

‘청년 정치’가 매번 실패하는 이유 [말로만 청년③]

반짝 인기 누리다 사라진 청년 정치인
기성 정치권 구조·청년 정치인 역량 부족 원인
“선거제도 개혁, 교육, 확실한 보상 이뤄져야”

기사승인 2023-04-14 06:05:01
이준석(왼쪽) 전 국민의힘 대표와 박지현 전 더불어민주당 공동 비대위원장이 지난 5월 18일 광주 북구 운정동 국립518민주묘지에서 엄수된 ‘제42주년 5.18민주화운동 기념식’에 참석해 참석자들과 함께 '임을 위한 행진곡'을 제창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내년 총선을 앞두고 정치권이 또다시 ‘청년 정치’를 띄우고 있다. 막대한 관심에도 불구하고 청년 정치가 실패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정치권이 선거철마다 청년 정치를 띄우는 이유는 간단하다. 기성 정치인을 불신하는 유권자에게 변화, 개혁 등의 이슈로 표심을 자극할 수 있기 때문이다. 청년 정치인 영입에도 힘쓴다. △이념·지역에 얽매이지 않고 △자신의 이익에 따라 투표하는 ‘캐스팅보트’인 청년 표심을 노리는 전략이자, 청년 세대를 존중한다는 징표로 삼는다.

문제는 청년들의 정치적 무대가 여전히 좁다는 점이다. 지난 대선과 6·1 지방선거를 전후로 ‘반짝인기’를 누리다 순식간에 존재감이 사라진 상태다. 대다수 제대로 크지 못하거나 주변부로 밀려났다. 한때 정치 변화의 신호탄을 쏘아올리며 존재감을 드러냈지만, 소모품으로 전락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한 국민의힘 초선 의원은 “기성 정당에서 청년들을 ‘선거 불쏘시개’로 활용하는 폐해가 만연하다”라며 “경험이 적은 청년 정치인들이 도전할 수 있는 공간이 협소한 상태”라고 진단했다.

이준석 국민의힘 전 대표가 일례다. ‘0선 30대 대표’로서 청년 정치 돌풍을 일으켰지만, 퇴출당했다. 박지현 전 더불어민주당 공동 비상대책위원장의 처지도 비슷하다. 지난해 6월 지방선거 패배의 책임을 지고 물러난 뒤 주류에 맞섰지만 실패했다. 민주당 강성 당원들의 출당·징계 요구 청원에 직면하기도 했다. 정의당의 MZ세대도 마찬가지다. 장혜영·류호정 등 젊은 비례대표 의원들은 지난해 총사퇴 여부를 묻는 당원 총투표까지 갔다가 겨우 살아남았다. 이들을 가리켜 ‘청년정치의 현실을 보여주는 지표’라는 평가도 있다. 기성 정치권이 말로만 청년들을 존중한다는 비판이다.

박지현 전 더불어민주당 비대위원장.   연합뉴스

다만 청년 정치 실패가 기성 정치권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시각도 있다. 한 다선 의원은 “정치란 국민의 삶에 밀착해 행동으로 보여주는 것인데, 청년 정치인은 말만 하는 느낌이 있다”며 “언론 인터뷰, 소셜미디어 활동에만 몰두하고, 정작 ‘정치’ 활동은 안 하는 정치인이 어떻게 성장할 수 있겠나”라고 지적했다.

당원 눈높이에 맞는 ‘젊치인’을 찾기 어렵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야당의 한 청년 정치인은 “준비가 안 된 청년 정치인들이 너무 많다”라며 “자신의 전문성을 활용해 국민에 일조하겠다는 마음보다, 정치 경력 한 줄을 얻는 것이 목표인 이들이 있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일부는 기성 정치인들과 융합이 필요한 시점에도 자신이 청년을 대표한다는 생각에 갇혀 진정한 ‘정치’를 못 한다. 때론 협상을 통해 얻을 것을 얻어야 하는데 강성 목소리만 내는 것이다. 청년 정치 이미지를 깎아 먹는 원인”이라고 토로했다.

실제 청년 유권자 사이에서도 비판이 제기됐다. 청년 정치인들의 역량이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는 지적이다. 직장인 박모(31)씨는 “대다수 청년 정치인들은 청년세대의 불만을 거론해 이슈화시키는 법은 알지만, 이를 정책으로 전환하는 방법은 모른다는 것이 문제”라며 “때로는 지나치게 젠더프레임, 갈라치기, 네거티브에 몰두해 피로감을 준다”고 지적했다. 김모(28)씨도 “기성 정치와 다른 정치가 필요하다고 하면서, 각종 지원은 기성 정치권에서 얻어내려 하는 점이 모순처럼 느껴진다”라고 질타했다.

1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제3세미나실에서 '대한민국 정치혐오, 무엇이 문제인가?' 토론회가 열렸다.   사진=임형택 기자

청년 정치가 발전하려면 어떤 점들이 개선되어야 할까. 박범종 더불어민주당 세종특별시당 청년위원장은 선거제도 개혁을 촉구했다. ‘무늬만 젊은’ 세대교체가 아닌 진정한 당의 쇄신이 필요하다는 취지다.

박 위원장은 “현 정치판은 기성 정치인들만의 리그로 짜여져 있다. 정치개혁을 통해 진입 장벽을 낮춰서 청년들의 참여를 늘리는 게 중요하다”라며 “정치교육도 선행돼야 한다. 토론학습을 통해 사회 전반의 관심을 넓히는 교육 시스템이 마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청년 정치인들에 대한 확실한 보상도 대안으로 언급됐다. 이동수 청년정치크루 대표는 “청년 정치권에 좋은 인재가 모이지 않고, 일부가 네거티브에 몰두하는 이유는 보상이 불투명하기 때문”이라며 “좋은 청년 정책을 내도 주목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당의 나팔수처럼 공격해야만 주목받는 정치 환경이 문제”라고 짚었다.

이어 “확실한 보상을 통해 좋은 정책을 내도록 유도하는 대안이 필요하다”며 “정치권 토양 자체를 청년 친화적으로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최은희 기자 joy@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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