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뽑을 정당 없다” 등 돌린 시민들

“뽑을 정당 없다” 등 돌린 시민들

與, 김재원 설화에 태영호 JMS 논란
野, 돈봉투 의혹 확산

기사승인 2023-04-21 06:05:01
김재원 국민의힘 최고위원이 20일 오후 제주시 봉개동 제주4·3평화기념관을 찾아 유족들에게 고개 숙여 사과하고 있다.   연합뉴스

여야가 연일 ‘자책골’을 넣고 있다. 거대 양당을 향한 국민들의 불신도 덩달아 깊어지고 있다. 

국민의힘은 ‘김기현호’ 출범 직후부터 잇단 악재에 시달리고 있다. 컨벤션 효과는커녕 지지율이 곤두박질치고 있는 상황이다.

주요 원인으로는 지도부 일원인 최고위원들의 연이은 설화(舌禍)가 꼽힌다. 민심이나 시대의 흐름과 동떨어진 발언을 하거나, 왜곡된 역사인식을 드러내면서 거센 반발에 직면했다. 김재원 최고위원의 5.18 헌법 전문 수록 반대,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 ‘우파 천하통일’, 제주 4.3 ‘격 낮은 기념일’ 발언 논란이 시작이었다. 이후 김기현 체제에서 첫 번째로 출범한 민생특별위원회 ‘민생 119’ 위원장인 조수진 최고위원이 양곡관리법 개정안 대안으로 ‘밥 한 공기 다 먹기 운동’을 제안하면서 논란의 중심에 섰다. 

잇단 설화는 태영호 최고위원의 실언으로 절정에 다다랐다. 태 최고위원은 최근 ‘쓰레기(Junk)·돈(Money)·성(Sex) 민주당. 역시 JMS 민주당’, ‘김구 선생은 김일성의 통일전선 전략에 이용당한 것’ 등의 메시지로 당 안팎의 빈축을 샀다. 태 최고위원은 지난 2월 전당대회 제주 합동연설회에서 ‘제주 4·3 사건은 김일성 일가의 지시’, ‘독도 영유권을 주장한 일본 외교청서는 한일 관계 개선에 대한 화답’이라는 취지의 발언으로 비판받은 바 있다. 

이에 더해 정부발 주 69시간제 논란·한일 정상회담 후폭풍,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를 둘러싼 잡음, 홍준표 대구시장 당 상임고문 해촉 사태 등이 기름을 부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7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2021년 전당대회 돈 봉투 의혹에 대해 사과하고 있다.   연합뉴스

여당의 각종 실언 논란으로 지지율 반등 효과를 누리던 더불어민주당도 수세에 몰렸다. ‘전당대회 돈봉투’ 파장이 걷잡을 수 없이 확산하면서다. 민주당은 사태 초기 “정부의 정치수사”라며 의혹을 부인했지만, 현역의원 다수가 관여됐다는 사실을 뒷받침하는 녹취록 보도가 이어지자, 결국 고개 숙였다.

이번 사태로 겨우 가라앉은 내부 계파 갈등이 재점화할 가능성도 커졌다. 의혹 정점에 선 ‘키맨’ 송영길 전 대표의 처신을 둘러싼 불만이 고조되면서다. 비명(비이재명)계를 중심으로 당 지도부의 대응이 미온적이라는 비판도 분출하고 있다. 관련자에 대한 신속한 출당조치, 제명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점차 커지면서 당 지도부 결단에 관심이 쏠리는 상황이다.

이 과정에서 일부 의원의 실언 논란도 빚어졌다. 장경태 민주당 최고위원은 이날 SBS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나와 “국회의원이 300만원 때문에 당 대표 후보 지지를 바꿀 가능성은 작고 50만원은 한 달밥값도 안 되는 돈”이라고 말해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거대 정당들이 연일 도덕성 문제로 도마에 오르자, 시민들은 실망감을 표출했다. 서울 목동에 거주하는 김모(33)씨는 “국민의힘과 민주당 모두 우리나라가 당면한 여러가지 문제들을 전혀 해결할 능력이 없어 보인다”라며 “발전적 논의 대신 서로 공격하는 데만 혈안이 돼 있다”고 토로했다. 직장인 정모(여·30)씨도 “두 정당 모두 비호감”이라며 “지금 나오는 지지율은 본인 당이 잘해서가 아니라 상대 당이 못해서다. 착각하지 않길 바란다”고 일갈했다.

수치도 이를 증명한다. 최근 각종 여론조사에서 ‘어떤 정당도 지지하지 않는’ 무당층 비율은 30%에 육박한다. 한국갤럽이 지난 11~13일 성인 1만2000명을 대상으로 정당 지지율을 조사한 결과 무당층은 29%로 나타났다. 국민의힘 지지율은 36%, 국민의힘은 31%였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고).

정치권에서도 비판이 제기됐다. 김희서 정의당 수석대변인은 20일 국회 브리핑에서 “돈봉투 사건이 어쩌다 일어난 일이 아니라, 뼛속까지 낡고 부패한 기득권 정치의 민낯이라는 것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며 “구태의연한 인식과 태도로 핑계대고 책임 회피하려는 모습과 민주당 의원 수십명의 이름이 오르내리는 의혹에 대해서도 문제의 심각성과 민심의 분노를 읽지 못하는 모습은, 들끓는 민심은 외면한 채 독선적인 국정운영에 매몰된 정부여당의 판박이를 보는 것 같다”며 거대 양당을 싸잡아 비난했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지금 대한민국에 정치가 어디에 있나”라면서 “정파적 논리에 빠져 상대 당을 공격하는 것에만 집중하고 있다. 좋은 정책, 좋은 입법이 자당의 이익과 어긋나면 받아들이지 않는 형국”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이는 결국 국민들이 정치권을 외면하는 현상으로 이어졌다”며 “각종 논란들을 국민이 납득할 수 있도록 수습하지 못하면 내년 총선도 필패할 것”이라고 했다.

최은희 기자 joy@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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