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사기 피해지원, 대항력 없는 임차인 우선”

“전세사기 피해지원, 대항력 없는 임차인 우선”

기사승인 2023-04-28 06:00:25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26일 오전 서울 광화문 정부청사에서 전세사기 피해지원 대책에 관한 질문에 답하고 있다. 송금종 기자 

전세사기 피해 임차인이 특례법에 기초한 지원을 받으려면 6가지 요건을 모두 충족해야 한다. 요건 중 ‘대항력’을 가진 임차인이면 지원을 받기까지 버틸 재간이 있지만, 그렇지 않은 임차인은 지원 순위에서 밀려 거리로 내몰릴 수 있다. ‘선별 지원’ 우려가 현실화할 수 있는 셈이다.

류재상 세입자114 변호사(법무법인 덕수)는 “대항력과 확정일자를 가진 임차인은 전세사기를 당했어도 당장 보증금을 못 돌려받을 뿐, 경·공매에서 우선 변제받을 수 있다. 그 분들이 지원받는 건 시간문제”라며 “시세가 아무리 못해도 70% 이상은 돌려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대항력이 있으면 이사만 못 갈뿐 버틸 수 있다”라며 “먼저 보호돼야 할 분들은 대항력이 없어서 보증금 전액을 날릴 처지에 놓인 임차인”이라고 강조했다.

대항력이란 임차한 주택이 경매로 인해 소유자가 변경되더라도, 계약한 임대차 기간 동안 계속해서 거주할 수 있고 그 기간이 종료되면 임차보증금을 돌려 받을 수 있는 임차인 권리다. 

피해 임차인 구제를 위해 처음 등장한 대안이 ‘경매보류’지만 채권자 권리를 고려해 현실적으론 어려움이 있었다는 설명이다. 이번 특례법으로 확정된 우선매수권도 최고가입찰자보다 피해 임차인에게 매수할 권리를 먼저 주는 것이다. 임차인도 권리를 행사할지 따져보고, 아니다 싶으면 한국토지주택공사(LH)에 양도해 매입하게 한 다음 공공임대주택으로 제공받을 수 있다.

상대방이 입찰 권리를 잃을 수 있기 때문에 ‘이례적인 제도’라고 류 변호사는 평했다. 그는 또 “국가재정만이 해답”이라며 “공공임대주택을 활성화해서 피해액이 많고 곤란한 임차인 순으로 공공임대주택에 살게 해주는 게 가장 현실적”이라고 강조했다.

국토부에 따르면 임차인이 구제를 신청하면 지자체 조사 30일, 피해지원위원회 심의의결 30일이 소요된다. 불가피한 경우에 15일(1회)을 연장할 수 있다. 지원을 받는데 적어도 2개월 이상이 소요된다.

류 변호사는 “지원 심사부터 확정까지 45일이면 가능하고 3주 이내도 못할 게 없다”라며 “기간을 너무 넉넉하게 잡은 것 같아 아쉽다”고 평했다.

실효와 형평을 저울질하기 어렵다는 분석도 나왔다.

송승현 도시와 경제 대표는 “실효성을 강조하면 형평성이 떨어지고 형평성을 강조하면 실효성을 잃는 구조”라고 진단했다. 예산은 한정됐는데 전세사기 피해복구에 지원이 쏠릴 경우 또다른 취약계층은 혜택을 받지 못할 수 있다. 보이스피싱이나 코인 사기 등 이슈에 국가가 대응해주지 않았다는 형평성 논란도 제기되고 있다. 

그는 “피해자 지원을 위한 대책으로서 작용해야지 ‘혜택’이 돼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번에 발표된 방안은 공표 후 2년 간 유효하다. 송 대표는 “한시적이지 않으면 제도를 악용하는 사례도 분명히 나올 것”이라고 경고했다.

함영진 직방 데이터랩장은 “공공의 직접적 지원보전이나 전세사기 피해자에 대한 재난지원금 지급조치 등 파격혜택은 없지만 피해자가 살던 주택에서 계속 거주가 가능하도록 범부처 차원의 종합대책을 마련해 임차인 퇴거 위험을 낮출 수 있는 실질적 방안이 마련됐다”고 평했다.

피해지원 요건 중 3개 요건(△수사개시 등 전세사기 의도가 있는 경우 △다수 피해자가 발생할 우려 △보증금 상당액이 미 반환될 우려)에 관해선 “피해지원위원회 해석 논란이 있을 수 있다”고 함 실장은 진단했다.

그는 또 “전세사기 피해자 경·공매 매수희망은 주로 역세권, 신축 등 양호한 정주여건으로 자산 가치 보전이 가능한 주택 위주로 제한될 것”이라고 봤다.

경·공매 낙찰시 정부 금융세제지원이 주어지나 임차인이 최고가 낙찰금액을 지불해야하고 기존 전세보증금을 대출이 있는 경우 부채총액에 대한 부담이 상당해 지기 때문이다.

공공매입임대에 관해서는 “피해자 주거연속성을 제공하며 저렴한 임대료와 장기 거주로 손해 본 임대 보증금을 상쇄하거나 간접 보전효과를 볼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라면서도 “생업과 질병 등 이슈로 해당주택에 거주하다 다른 지역 또는 주택으로 이전을 해야 하는 경우는 효과가 제한될 수 있어 이들에 대한 타 지역 임대주택 이전 허락 등도 함께 고려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송금종 기자 song@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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