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위 ‘약제비 환수·환급법’으로 불리는 국민건강보험법 개정안이 지난 27일 국회 본회의에서 가결됐다. 제약업계는 기업의 재판청구권을 침해하고 재산권을 침범할 수 있다며 우려를 표했다.
기존에 제약사는 약가인하 또는 급여정지 사유가 발생하면 우선 행정소송을 제기해 정당성을 따져보고, 기존 약가를 유지하면서 소송 기간 동안의 손실을 줄이기 위한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을 해왔다. 그러나 법안이 통과되면서 보건복지부의 집행정지 결정으로 제약사에 이익·손실이 발생하는 경우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이를 환수·환급할 수 있게 된다.
즉 제약사가 정부의 약가인하 처분에 대한 취소소송과 집행정지 신청 기간 동안 본 경제적 이익을 거둬들이고 그만큼의 건강보험 재정 손실을 메우자는 것이 이 법안의 취지다. 이렇게 제약사의 행정소송으로 날아간 건강보험 급여손실액이 최근 10년간 8000억원에 달한다는 주장도 있다.
남인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날 국회 본회의 표결 전 “최근 10년간 약가인하 행정소송이 약 51건 있었다. 법원은 이 중 41건의 집행정지를 인용했다”며 “제약사가 이익을 노리고 소송을 남발해도 사법부는 집행정지를 인용했다. 이 때 본안 판결 때까지 약가인하 처분이 불가능해 건보 재정이 누수된다”고 말했다.
이어 “최근 10년간 약가인하 지연으로 약 8000억원 정도의 재정 손실을 보고 있다는 게 복지부 판단”이라며 “이 법안은 행정쟁송 결과로 환수·환급제를 도입해 약가소송 건보손실을 보전하면서도 위법한 처분에 대한 제약사 손실 보전이 가능하도록 균형적으로 접근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제약업계는 약가인하라는 일차적인 문제 외에도 수익과 직결되는 문제인 만큼 신경을 곤두세우는 모습이다. 약가인하 행정소송에서 패소할 경우 소송 기간 동안의 약가 차익을 제약사가 일시에 부담해야 하다보니 집행정지 신청 자체를 꺼릴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한국제약바이오협회 관계자는 28일 쿠키뉴스와의 통화에서 “해당 법안은 정부 약가인하 처분에 불복해 제기하는 사법 절차인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의 효력을 훼손할 수 있다”며 “제약사들의 재판청구권을 침해할 수 있고 손실 징수 범위를 산정하는 과정에서 재산권을 침범할 우려도 존재하고 있어 협회 차원에서 입법 단계부터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제출한 바 있다”고 설명했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취지는 이해하지만 이 법안은 헌법이 보장하고 있는 재판청구권을 침해하고 권리구제를 약화시킬 우려가 있다”며 “최근 국가 미래성장 동력으로 성장해가고 있는 제약바이오 산업 발전에 영향을 미칠 것이다”라고 말했다.
신대현 기자 sdh3698@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