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만취 상태로 운전하다 어린이보호구역(스쿨존)에서 초등학생을 치어 숨지게 한 피고인에게 징역 20년을 구형했다.

검찰은 2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4부(최경서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A(40)씨의 결심 공판에서 이같이 구형했다. 검찰은 A씨가 음주 교통사고 후 현장을 이탈해 적극적으로 구호 조치를 하지 않은 사건으로 보고 “위법성 매우 중하고 피해자 측 과실도 없다”고 판단했다.

검찰은 최근 대법원 양형위원회에서 이 같은 사건에 대해 최고 징역 23년형을 선할 수 있도록 양형 기준을 상향한 점 등을 고려해 구형량을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이날 재판에는 B군의 아버지가 직접 출석해 가해자의 엄벌을 호소했다. 그는 이날 공판에서 “지금 당장이라도 ‘아빠’하고 외치며 들어올 것 같아 아이의 유품을 어느 하나 치우지 못하고 눈물을 흘리고 있다”고 했다. 이어 “가해자가 법정에서 뺑소니 혐의를 부인하고 변명으로 일관하는 모습은 저희를 고통스럽게 하고 있다. 배수로인 줄 알았다는 변명이 저희를 두 번 죽이고 있다”고 했다.

A씨는 최후진술에서 “정말 죄송하다”며 “제 목숨을 내놓아서라도 아이가 다시 부모님 곁으로 돌아갈 수 있다면 정말 그렇게 하고 싶다”고 눈물을 흘렸다.

A씨는 지난해 12월2일 오후 서울 강남구 언북초교 앞에서 만취한 채 스포츠유틸리티차(SUV)를 운전하다 하교하던 B(당세 9세)군을 들이받고 현장을 이탈해 숨지게 한 혐의(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도주치사 등)로 구속기소 됐다. A씨는 구호조치를 하지 않은 채 자택 주차장까지 운전했고 B군은 목격자 신고로 병원에 옮겨졌으나 숨졌다. 당시 A씨의 혈중알코올농도는 0.128%로 면허 취소 수준이었다. A씨는 음주운전은 인정하면서도 사고 후 도주는 아니라고 주장해 현장검증을 진행하기도 했다. A씨의 선고공판은 31일 오전 10시에 열린다.

임지혜 기자 jihye@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