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보다 뒤떨어진 '전기차 정비'…"통합 유지보수 기반 구축" [가봤더니]

일본보다 뒤떨어진 '전기차 정비'…"통합 유지보수 기반 구축" [가봤더니]

- 많은 양의 데이터 기반 분석 필요
- 전기차 화재 원인 규명도 중요
- 진단과 여러 분야의 대비책 마련돼야

기사승인 2023-05-08 06:00:09
제주시에 위치한 한국생산기술연구원(KITECH). 
홍영선 한국생산기술연구원 제주본부 미래모빌리티실증센터장이 설명하는 모습.   사진=조은비 기자 

제주시에 위치한 한국생산기술연구원(KITECH) ‘전기차진단기술센터’. 지금까지 국내에 약 40만 대의 전기차가 보급된 데다 향후 더 늘어날 것을 예상하면 ‘전기차 안전 진단’ 또한 전기차 확대에 중요한 지표가 될 것으로 보인다.

◇ ‘데이터 기반’ 예방책 마련 

지난 3일 홍영선 한국생산기술연구원 제주본부 미래모빌리티실증센터장은 “제주도는 10년 전부터 전기차 보급이 활발한 도시”라고 운을 띄웠다. 이어 “이곳은 전기차의 프로세스, 데이터 최적화 등과 관련한 이상 감지에 강점이 있다”며 “전기차 운행 중에 발생하는 문제, 고장 등을 예방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제주지역 내 중고 전기차의 모터 등 주요 부품에 대한 성능평가, 진단 기술 부재로 지역 내 경제적 손실이 증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전기차 보급이 활발한 만큼 차주나 정비업체들로부터 유지, 보수와 관련해 여러 목소리 많이 나온다는 것이다. 

홍 센터장은 “보조금을 목적으로  렌터카 업체 소유 전기차 70대 이상이 무단 방치된 사례도 있다”며 “보조금뿐만 아니라 유지, 보수, 예방책과 관련된 예산 또한 중요하게 병행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생산기술연구원(KITECH) 전기차진단기술센터 내부.   사진=조은비 기자 

◇ 데이터 활용 어떻게 하나 

일본의 경우 데이터를 기반으로 시스템을 만드는 것을 국가사업으로 지정했다. 반면 우리나라는 전기차 보급 속도에 비해 정비 속도, 분석할 만한 수준의 데이터를 갖추지 못한 상황이다. 

한국생산안전기술연구원은 데이터 수집의 주된 목적을 ‘전기차 통합유지보수 기반구축사업’에 두고 있다.  

이를 위해 전기차 고장 데이터를 수집해 고장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는 것이다. 고장 유형별 분석, 검증 기반을 구축해 전기차 정비와 핵심부품 업체 기술지원을 통한 전·후방 산업 육성을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홍 센터장은 “세부 과제로 고장데이터를 수집해 분석하고 실증을 위한 기반(장비)을 구축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배터리 팩을 테스트하는 장비.   사진=조은비 기자 

◇ 전기차 진단 주요 장비는?

한국생산기술연구원이 보유한 장비로는 배터리 고장분석장비, 모터 고장분석장비, 전기차 시스템 고장분석장비, 충전 시스템 고장분석 장비, 기타 분석장비 등이 있다. 

배터리 고장분석장비는 내부 온도와 습도를 제어해 배터리 팩을 테스트한다. 배터리를 식힐 수 있는 시스템도 구성되어 있다. 해당 장비 너머에는 배터리 팩의 성능을 평가하는 시스템도 있다. 실주행 배터리팩의 노후화를 시험하고, 고장진단법을 개발해 고장 유형별 평가도 진행한다. 

약 100대에 달하는 전기차의 각종 상태 데이터를 수집하는 모습.   사진=조은비 기자 

전기차진단기술센터에서는 실시간으로 전기차의 이동경로를 볼 수 있다. 모니터링을 통해 약 100대에 달하는 전기차의 상태 데이터를 수집하는 것이다.

차량들이 주행하고 있는 방향과 위치도 측정이 가능하다. 모니터링 데이터뿐만 아니라 부품을 탈부착할 수 있는 공간도 옆자리에 따로 마련되어 있었다.  

전기차 주행재현장비 모습.   사진=조은비 기자 
모니터를 통해 전기차 주행재현장비 데이터가 기록되고 있는 모습.   사진=조은비 기자 

위의 사진은 전기차 주행재현장비다. 말 그대로 주행을 하는 것처럼 환경을 조성해 전기차의 성능을 평가하는 것이다. 이 장비 또한 고장 유형, 차량 고장, 부품 고장 평가 등에 사용된다. 

김우중 한국생산기술연구원 연구원은 “주행 제어를 하면서 정밀 데이터를 분석한다”며 “실험 중 고장이 발생하면 어떤 정보들이 수집되는지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연구원은 “신차를 가져와서 노후화를 진행해 보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또한 고장 부품으로 주행할 때는 어떤 특성이 있고, 어떤 데이터가 수집되는지 실험한다고 덧붙였다. 

사진 속 전기차는 주행재현장비를 통해 2400km를 주행했다, 5초에 한 번 데이터를 수집하고 있지만, 아직 고장과 관련된 유의미한 데이터는 없다.  

지난 2022년 1월부터 총 100대의 전기차에 대해 실험해 데이터를 수집하고, 그렇게 모인 데이터는 약 2.0TB(테라바이트)에 달한다. 

◇ 전기차 화재 원인, “배터리만의 문제는 아냐”

김우중 한국생산기술연구원 연구원은 “연구적인 측면에서 데이터 수집 중 다양한 이슈가 발생하면 좋지만, 화재를 대비해 제한적인 여건에서 실험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전문가들은 전기차 화재의 원인에 대해 “100% 파악하기가 어렵다”고 말한다. 

최웅철 국민대학교 자동차공학과 교수는 “전기차 배터리 관련 사고는 아직까지 재연이 어려운데, 그 이유가 어떤 메커니즘의 연속으로 불이 났는지 파악하기 어렵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김동영 한국개발연구원 전문연구원은 “최근 3년간 충전 과정에 발생한 전기차 화재는 29건으로 사고 원인 2위”라며 “자동차 및 전기차 전문가, 교통사고 전문 법조인, 급발진 추정 사고 관련 임상 경험이 풍부한 민간 전문가, 학계 및 공공기관 전문가, 소비자단체 전문가, 제조사 관계자 등이 모여 사고 원인 규명과 재발 방지를 위한 사회적 합의 기구를 만드는 방안도 고려해 볼 수 있다”고 강조했다. 

◇ 사고 진단뿐 아니라 여러 분야의 대비책 필요

전기차 안전은 화재와 관련된 것이 주를 이루고 있다. 지난 2021년 4월 17일 미국 텍사스주 휴스턴 외곽에서 발생한 테슬라 모델S 차량의 충돌 후 화재 당시 소방관 8명이 전기차의 불을 끄는 데만 7시간이 걸렸고 2만8000갤런의 물이 사용됐다. 화재 발생 시 3톤에 육박하는 전기차의 무게로 인한 에너지 손실, 타이어와 도로의 마모로 인한 미세 플라스틱 발생 문제도 심각하다. 

또한 화재 진압을 위해 현장에 투입되는 소방관들의 안전 대비책도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채영석 한국자동차기자협회 고문(글로벌오토뉴스 국장)은 “충돌 사고 발생 시 대상물의 충격 강도의 증가 등으로 인한 피해에 대해서는 논의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며 “여전히 내연기관 시대의 감각으로 급가속과 급제동, 과격한 운전을 조장하는 리뷰가 버젓이 등장하고 있는 것도 지적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조은비 기자 silver_b@kukinews.com

조은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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