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전세사기 범죄, 마약 범죄 기승의 원인으로 과거 문재인 정부의 정책을 지목했다. 취임 1주년을 맞아 그간 이뤄낸 외교·안보 분야 성과를 부각하기도 했다.
윤 대통령은 취임 1년을 앞둔 9일 오전 용산 대통령실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서민과 청년에 대한 사기 행각은 전형적인 약자 대상 범죄”라며 “집값 급등과 시장 교란을 초래한 과거 정부의 반시장적·비정상적 정책이 전세 사기의 토양이 됐다”고 질타했다.
윤 대통령은 “증권합수단 해체로 상징되는 금융시장 반칙 행위 감시 체계의 무력화는 가상자산 범죄와 금융투자 사기를 활개치게 만들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무너진 시스템을 회복하고 체감할만한 성과를 이루기에는 시간이 필요하다”며 “거야(巨野) 입법에 가로막혀 필요한 제도를 정비하기 어려웠던 점도 있다”고 토로했다.
문재인 정부의 마약 범죄 대책도 지적했다. 윤 대통령은 “과거 정부의 검찰개혁 과정에서 마약 조직과 유통에 관한 법 집행력이 현격히 위축된 결과가 어떠했는지 국민께서 모두 목격했을 것”이라며 “정부는 출범 후 중요 마약 범죄에 대한 법 집행력을 회복하고 검경합동수사본부를 설치하는 등 마약 청정 국가를 만들기 위해 노력해왔다”고 강조했다.
외교 분야 성과도 부각했다. 세일즈 외교, 한·일관계 개선, 한·미 동맹 강화, 한·미·일 안보 공조 등이다.
윤 대통령은 “지난해 6월 한국 정상으로 첫 참석한 나토 정상회의 계기에 원전, 반도체, 공급망 분야 협력을 강화하고 방산 수출 성과도 이뤘다”며 “취임 후 11일 만에 개최된 한·미정상회담을 통해 한·미동맹이 실질적으로 재건됐다”고 밝혔다.
그는 빈 살만 왕세자 방한 계기 40조원 규모 MOU 체결, UAE 300억 달러 투자 유치 등의 성과를 언급하며 “지난 1년간 대한민국 1호 영업사원을 자처하고 정상 세일즈 외교를 폈다”고 강조했다. 이어 “앞으로도 경제를 외교의 중심에 두고 우리 제품이 수출 확대와 해외 첨단기업 투자 유치를 위해 열심히 뛰겠다”고 의지를 드러냈다.
특히 지난 4월말 한·미정상회담에서 끌어낸 ‘워싱턴선언’을 언급하며 “정상 차원의 합의 문서 도출과 핵협의그룹(NCG) 창설을 통해 미국은 핵무기를 포함해 전례 없는 수준으로 대한민국에 대한 방위를 약속했다”고 밝혔다. 이어 “대한민국은 미 핵자산 운용에 대한 공동 기획, 공동 실행을 통해 확장억제를 한층 강화할 수 있게 됐다”고 강조했다.
한·일정상회담 성과도 화두였다. 윤 대통령은 “3월 저의 일본 방문으로 재개된 한·일 셔틀외교가 복원되기까지 12년 세월이 필요했지만 양국 정상이 오가는 데는 두 달이 채 걸리지 않았다”고 했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일제강점기 강제징용에 대해 사견임을 전제로 유감을 표명한 데 대해서는 “어두운 과거의 역사를 외면하지 않고 진정성 있는 자세로 대한다면, 한일 양국이 당면한 어려움들을 극복하고 새로운 미래를 열어갈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양국 간 전방위적 협력 강화, 후쿠시마 오염수 현장 시찰단 한국 전문가 파견, 히로시마 한국인 원폭 피해자 위령비 한일정상 공동참배 등도 조목조목 언급하며 “얼마 전까지만 해도 상상할 수 없었던 일이 한·일간에 이뤄지고 있다. 한·일관계가 과거 가장 좋았던 시절을 넘어 새로운 미래를 개척해 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국민들이 혜택을 체감할 수 있도록 철저한 한·일정상회담 후속조치를 당부하기도 했다.
윤 대통령은 다음 주 있을 G7(주요 7개국) 정상회의 계기의 한·미·일 정상회담과 관련해 “워싱턴 선언으로 한·미 간 대북확장 억제를 강화한 데 이어 한·미·일 안보공조를 통해 역내 평화를 구축하기 위한 연대를 보다 공고히 해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감을 표했다.
아울러 윤 대통령은 “국제사회는 70년간 주권 평등, 영토보전, 분쟁이 평화적 해결이라는 규범에 기반해 질서를 구축하고 자유, 평화, 번영을 구현해왔다”며 “우리 헌법도 정부와 국민에게 국제규범도 국내법과 같이 준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우리 정부는 분쟁의 군사적 해결과 힘에 의한 현상 변경을 반대해왔다”며 “특히 안보와 경제가 국제협력 하에 이뤄지는 것인 만큼 국제 규범의 존중과 준수는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조진수·최은희 기자 joy@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