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디지털헬스 산업 시장은 2019년 1063억달러에서 오는 2026년 6394억달러 규모로 연평균 29.2%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우리나라는 여러 규제나 넘어야 할 산이 많아 갈 길이 멀다는 전망이 나왔다.
한정애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강기윤 국민의힘 의원, 한국제약바이오헬스케어연합회가 주최하고 한국스마트헬스케어협회가 주관한 ‘한국제약바이오헬스케어연합회 제2차 포럼’이 11일 오전 국회도서관 대강당에서 개최됐다.
이 자리에서 이상규 연세대 보건대학원 원장은 ‘디지털치료기기 글로벌 경쟁력 선점 전략’ 발제를 통해 유럽이나 독일처럼 국내 디지털치료기기 시장이 활성화되려면 보상체계 규정, 제도 개선, 데이터 수집 플랫폼 개발 등 풀어야 할 숙제가 많다고 했다.
이 원장은 “작년부터 혁신의료기기 통합심사라는 제도가 도입되면서 디지털치료제 인허가 부분은 많이 해소됐지만, 보상체계 부분은 미흡하다”며 세계 최초로 나스닥에 상장된 글로벌 디지털치료제 기업 페어 테라퓨틱스(페어사) 사례를 들었다.
페어사는 지난 2017년 약물중독 디지털치료제 리셋(reSET)을 개발해 세계 최초로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받았다. 이후 2개 제품이 추가로 FDA 허가를 받으면서 글로벌 디지털치료제 업계를 리드하는 기업으로 성장했다. 하지만 페어사는 지난달 법원에 파산 신청을 냈다. 미국의 가장 큰 공적 의료보험 체계인 메디케어에서 급여를 안 해주는 바람에 매출 대비 10배의 손실을 기록하면서 사업을 접은 것이다.
이 원장은 “페어사 CEO(코리 맥켄)는 기고문을 통해 ‘이렇게 좋고 혁신적인 제품들을 제도가 뒷받침해주지 못해 시장에서 없어지는 게 너무 안타깝다’는 이야기를 했는데, 이 말이 주는 의미가 많다”면서 “현재 보상 체계와 관련해서 가장 앞서가는 나라는 독일인 것 같다”고 말했다.
이 원장에 따르면 독일의 경우 일단 한 제품이 기본적인 5가지 기준을 충족시키면 1~2년간 급여를 인정해주고 제품이 시장에 나와서 근거를 쌓도록 지원한다. 이후 이 제품이 환자들한테 도움 되고 충분한 유효성이 있다고 판단되면 정식으로 급여에 포함시키는 ‘디지털헬스케어법’을 2019년 세계 최초로 만들어 시행하고 있다. 이 원장은 “독일과 같이 현재 해외 디지털치료제 시장 추세는 선 시장 출시 후 평가”라며 “1~2년간 축적된 실제 데이터를 모아서 급여 여부를 판단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독일은 연간 한 2000유로(한화 약 290만원)까지는 급여를 지불할 수 있다는 사회적 합의가 만들어져 있다”며 “우리나라는 디지털치료제 급여 부분에 대해 딱히 합의된 내용이 없다. 디지털치료제는 일반 약이나 의료기기와는 완전히 다른 차원의 개념이기 때문에 경제성을 어떻게 평가하고 급여화 할 것인지는 상당히 어려운 문제다”라고 했다.
이 원장은 또 정부가 어떤 디지털치료제를 허가했다 하더라도 사용자들의 실사용 데이터를 모을 수 있는 플랫폼이 없다는 점도 한계로 꼽았다. 그는 “사용자 데이터를 갖고 얼마나 잘 사용했고 효과가 있는지 평가해야 하는데 이런 데이터를 모을 수 있는 플랫폼이 필요하다”며 “세브란스병원, 디지털치료제 기업 등 유관기관들이 모여 개방형 디지털치료제 플랫폼을 만드는 작업을 수행하고 있는데 아직은 연구개발(R&D) 수준”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아직 우리나라 디지털치료제 시장은 갈 길이 먼 것 같다. 개별 기관·기업들만이 시장을 이끌어나가기에는 한계가 있다”며 “국회는 입법과정을 통해 제도를 정비하고 지원할 필요가 있고 보건복지부, 식품의약품안전처, 산업통상자원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중소벤처기업부 등 다부처가 함께 머리를 맞대고 논의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안전을 기반으로 신속한 제품화 등 디지털헬스 산업 성장을 지원하겠다는 계획이다. 강영규 식약처 디지털헬스규제지원과장은 ‘디지털헬스 의료기기 규제지원 방안’ 발제를 통해 “디지털의료제품법안과 디지털의료제품에 관한 법률안이 지난 3월 발의돼 심의 중이다. 디지털치료제 개발을 어떻게 지원하고 평가할 것인지, 규제를 어떻게 개선하고 적용할 것인지, 국산 제품이 해외로 나갈 수 있도록 어떻게 국제적으로 협력하고 지원할 것인지 등 세부 조항들이 담길 예정”이라고 전했다.
강 과장은 “정부는 안전을 기반으로 신속한 제품화를 이뤄내기 위해 디지털헬스 산업 성장을 지원하겠다”며 “인허가 기준을 합리적으로 개선하고 인프라도 구축하며 여러 기관과 소통해 인재 양성을 위해 힘쓰겠다”고 밝혔다.
신대현 기자 sdh3698@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