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원큐 K리그1(1부리그) 2023’이 이전 시즌과는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시즌의 3분의 1이 지나간 가운데 매 시즌 우승을 다투던 전북 현대가 하위권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고, ‘몰락한 명가’ FC서울과 승격팀 대전 하나티시즌이 상위권에 자리했다.
11일 기준 올 시즌 K리그1은 12경기가 진행된 가운데 울산 현대가 10승 1무 1패(승점 31점)로 압도적인 선두를 달리고 있다.
지난해 17년 만에 우승을 들어 올린 울산은 더 강력해진 모습으로 K리그1 무대를 정복하고 있다. 득점 2위(23골), 최소 실점 1위(9실점)에 그칠 정도로 공수에서 안정된 플레이가 돋보인다.
울산은 더블 스쿼드를 짤 수 있을 정도로 탄탄한 전력을 자랑한다. 새로 합류한 주민규(6골 1도움), 루빅손(5골 1도움)이 공격진을 이끌고 있다. 기존 자원인 마틴 아담(1골 2도움), 엄원상(2골 2도움), 바코(3골)도 여전한 실력을 보이고 있다. 수비에서는 베테랑 김영권, 김태환, 김기희 등이 고른 활약을 펼치고 있다.
이외에도 대구FC를 상대로 멀티골을 터트리며 11라운드 MVP에 오른 황재환을 비롯해 강윤구, 조현택 등 22세 이하(U-22) 카드들도 기대 이상의 활약을 펼치고 있다.
최근 3시즌 연속 파이널 라운드B에 머물면서 자존심을 구긴 서울은 7승 2무 3패(승점 23점)를 거둬 2위에 올랐다.
서울은 지난 시즌에 총 43골을 넣었는데 올 시즌에는 벌써 25골(팀 득점 1위)을 터뜨렸다. 이전까지 안익수 서울 감독의 스타일은 천천히 전개하는 ‘빌드업 축구’에 가까웠다면, 올 시즌에는 상대와 적극적으로 부딪히며 공을 탈취해 빠른 스피드로 상대의 골문을 노리는 역습 축구로 재미를 보고 있다.
국가대표 공격수 나상호가 8골 1도움을 기록하며 득점 선두를 달리는 데다 임상협, 박동진, 팔로세비치도 각각 3골씩 터트리며 공격진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황의조가 2골에 그쳐 다소 아쉬움을 사고 있지만, 특유의 탈압박과 연계 플레이로 공격진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8년 만에 K리그2(2부리그)에서 승격한 대전 하나시티즌의 돌풍도 거세다. 대전은 6승 3무 3패(승점 21점)를 거둬 3위에 이름을 올렸다. 대전도 화끈한 공격 축구를 선보이고 있다. 20골을 넣은 대전은 서울(25골), 울산(23골)에 이어 팀 득점 3위에 위치했다. 티아고(4골 2도움), 이진현(3골 4도움), 레안드로(1골 3도움)를 필두로 한 공격력이 눈길을 끈다.
시즌 초반 무패 행진을 달리던 포항 스틸러스는 최근 3경기에서 1무 2패로 주춤한 상황이다. 포항의 순위는 여전히 상위권인 4위(승점 20점)에 머무르고 있지만, 분위기 반전이 시급하다.
포항은 수비수 하창래와 미드필더 김종우, 윙어 정재희와 김인성 등 전 포지션에 걸친 주전 선수들이 부상에 신음하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최근 부상에서 복귀한 완델손은 12라운드 대구FC전에서 교체 투입된 후 컨디션 난조로 재교체 되는 등 아직 정상 컨디션이 아니다.
대전과 함께 승격팀 신드롬을 일으켰던 광주는 어느덧 8위(승점 14점)까지 추락했다. 7위 전북 현대와 승점은 같지만, 다득점에서 밀렸다. 최근 5경기에서 2무 3패로 승리를 거두지 못했다.
광주는 라인을 끌어올려 상대를 압박하고 체계적인 빌드업으로 좋은 경기력을 유지하고 있지만, 득점 빈곤에 발목이 잡혔다. 무승 기간에 2골을 넣는 데 그친 광주다. 팀 내 최다득점자 아사니가 지난 3월 인천 유나이티드전에서 해트트릭을 기록한 이후 약 2달 가까이 골맛을 보지 못했다.
매년 울산과 선두권 경쟁을 펼치던 전북은 올 시즌 여러 악재 속에 7위(승점 14점)에 머물러 있다. 팀의 전성기를 이끌었던 베테랑 선수들이 세대교체로 인해 한꺼번에 떠났고, 이들을 대신해야 할 선수들이 대거 부상을 당하면서 경기에 나서지 못했다. 최악의 4월을 보낸 전북은 결국 지난 4일 김상식 감독이 자진 사퇴했다.
그나마 전북은 김두현 수석코치가 감독 대행을 맡은 뒤에는 2경기에서 1승 1무를 거두면서 반등 조짐을 보이고 있다. 김 수석코치는 경기 시작부터 강력한 압박으로 재미를 보고 있다. 2경기 모두 경기가 시작한 지 1분도 지나지 않아 골맛을 봤다. 매 시즌 슬로 스타터 기질을 보인 전북이 정상궤도에 오른다면 K리그 순위표는 다시 요동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4위에 오르며 돌풍을 일으켰던 인천은 3승 3무 6패(승점 12점)로 10위까지 추락했다. 제르소, 신진호 등 정상급 선수들을 품었지만, 좀처럼 호흡이 올라오지 않는 모습이다. 지난해 상위 스플릿에 오르며 성과를 냈던 강원FC는 2승 4무 6패(승점 10점)로 11위까지 쳐졌다. 강원은 올 시즌에 최소 득점(7골)에 그칠 정도로 골 가뭄에 허덕이고 있다. 지난 시즌 강원을 이끈 ‘원투 펀치’ 김대원(1도움), 양현준(1골 1도움)이 부진하고 있다.
성적 부진으로 이병근 감독을 경질한 수원 삼성은 더욱 심각하다. 1승 2무 9패(승점 5점)로 최하위에 그치면서 유력한 강등 후보다.
이 감독을 대신해 김병수 감독이 새로 지휘봉을 잡았지만, 데뷔전이던 지난 10일 전북전에서 무기력한 경기력 끝에 0대 3으로 패배했다. 부상자들이 계속 발생하면서 정상 전력이 아니다.
여기에 새로 합류한 전력 분석관의 이름으로 사설 베팅 사이트에 글이 올라 논란이 일었다. 해당 분석관은 2016년까지 베팅 업체에서 일하다 그만두었으나, 그의 동의 없이 사이트에서 무단으로 게재한 글로 확인됐다. 하지만 분석관은 팀에 부담을 주지않기 위해 사퇴 의사를 밝혔다.
김찬홍 기자 kch0949@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