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물가와 경기침체 여파로 국내 소비 시장이 얼어붙으면서 대형마트 실적에도 영향을 끼쳤다. 오프라인 강자 이마트는 올해 1분기 시장 기대치를 크게 밑도는 부진한 성적표를 받으며 쿠팡에 유통업계 1위 자리를 내줬다. 롯데마트는 영업이익은 개선됐으나 역성장을 나타냈다.
이마트는 올해 1분기 연결기준 영업이익이 137억원으로 지난해 동기 대비 60.4% 감소했다고 11일 공시했다. 같은 기간 매출액은 7조1354억원으로 1.9% 증가했다. 당기순이익은 27억원으로 99.7% 줄었다.
별도기준 총매출액은 4조1099억원, 영업이익은 643억원으로 전년 대비 각각 2.6%, 29.8% 감소했다.
이마트 관계자는 “영업이익 감소 요인은 코로나 시기 성장에 대한 역기저효과와 불황으로 인한 장바구니 부담 상승”이라며 “올해 1분기 공휴일 수가 전년 대비 3일 감소했고, 연수점·킨텍스점의 리뉴얼 공사가 진행되면서 매출 공백이 발생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마트가 연결 기준 매출로 쿠팡에 뒤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쿠팡은 올 1분기 매출액 7조3990억원, 영업이익은 1362억원으로, 이마트보다 약 2600억원 이상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분기 영업이익도 이마트보다 10배 가량 높다.
그나마 자회사들의 수익성 개선이 두드러졌다. 온라인 강화에 나선 자회사들은 수익성을 대폭 개선하며 영업 손실을 줄이는 데 일조했다.
SSG닷컴의 1분기 매출액은 4213억원, 영업손실은 156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0.9% 줄었고 적자는 101억원 개선됐다. 그로서리(식료품)와 명품·뷰티 중심의 프리미엄 상품 경쟁력 강화가 주효했다는 평가다.
G마켓의 1분기 매출액은 4.2% 감소한 3031억원이고 영업손실은 85억원 개선된 109억원이다. 수익성 중심의 상품 구성을 강화하고 물류비·마케팅비 효율화로 적자 개선을 이뤄냈다.
편의점 이마트24의 경우 매출은 5012억원으로 3.5% 증가했으나 영업손실이 35억원 늘어 39억원을 기록하며 흑자 전환에 실패했다.
이마트와 달리 롯데쇼핑은 소비 위축 여파 속에서도 나름 선전을 거뒀다. 마트와 슈퍼 사업 부문은 고물가에 따른 소비 둔화로 매출은 다소 줄었지만 인력 효율화 등으로 영업이익은 크게 늘었다.
마트는 1분기 매출 1조4470억원, 영업이익 320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동기 대비 매출은 2.4% 줄었지만 영업이익은 91.8% 성장했다. 슈퍼는 매출 3260억원, 영업이익 84억원을 기록하며 매출은 6.7% 감소한 반면 영업이익은 234.8% 개선됐다.
1분기 마트와 슈퍼의 매출은 각각 2.4%와 6.7% 감소했지만, 영업이익은 91.8%와 234.8% 증가했다.
이커머스의 경우 매출 290억원으로 10.5% 신장했고, 전년 대비 적자 폭을 250억원 줄여 영업손실을 200억원으로 낮췄다. 다만 하이마트와 홈쇼핑은 가전시장 침체와 새벽방송 중단 등으로 실적이 악화됐다.
향후 롯데쇼핑은 국외 사업 확대, 수익 혁신 등을 통한 실적 개선 기조를 이어간다는 계획이다. 올해는 본격적으로 마트와 슈퍼 사업 간 시너지를 내기 위해 통합 소싱조직을 구축했으며, 현재 상품 코드의 통합을 진행 중이다.
롯데쇼핑 관계자는 “백화점과 마트, 이커머스 등 쇼핑 사업부를 중심으로 매출과 영업이익이 개선됐다”면서 “국내 사업도 내실을 다지기 위한 노력을 기울여 실적 개선에 힘쓸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유통업의 체감경기 침체는 지속되고 있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지난달 소매유통업체 500개사를 대상으로 2분기 소매유통업 경기전망지수(RBSI)를 조사한 결과 전망치가 73으로 집계됐다. 1분기의 64보다는 상승했으나, 지난해 2분기의 99와 비교하면 낮은 수준이다.
모든 업태가 기준치 100을 하회했다. 대형마트(83→87), 편의점(58→80), 슈퍼마켓(49→58), 온라인쇼핑(65→66) 모두 전 분기보다 상승했으나 기준치를 밑돌았다.
김한나 기자 hanna7@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