셈법 다른 비대면 약 배달…약사·플랫폼 업계 입장 ‘팽팽’

셈법 다른 비대면 약 배달…약사·플랫폼 업계 입장 ‘팽팽’

정부, 다음달 1일 비대면 진료 시범사업안 발표 계획
약사회 “비대면 진료 철회”…헌법소원 등 강경 대응 시사
플랫폼 업계 “의사·약사와 상생”…이해단체 협의체 구성 제안
정부, 시범사업안 마련 고심…“관련 브리핑 준비 중”

기사승인 2023-05-16 06:00:25
쿠키뉴스 자료사진

코로나19 위기단계 하향 조정에 따른 비대면 진료 시범사업 시계가 빨라지면서 비대면 약 배송에 대한 정부와 각 직능단체들의 셈법이 엇갈린다.

최근 국회에서 비대면 진료 제도화 방안을 논의했으나 초진·재진 허용 범위 등을 두고 마찰을 빚으며 심사가 보류된 상태라 정부의 고심이 깊다. 게다가 처방약 환자 전달 방식은 정부 시범사업안 공표와 국회 법안 심의에 앞서 별도 논의돼야 하는 의제라 마음이 급하다. 비대면 진료가 의료법 개정 사안인 것처럼 처방약 환자 전달 방식을 바꾸려면 약사법 개정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약사법 제50조(의약품 판매)에는 ‘약국 개설자 및 의약품 판매업자는 그 약국 또는 점포 이외의 장소에서 의약품을 판매해서는 안 된다’고 명시하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코로나19 위기경보 단계가 ‘심각’에서 ‘경계’로 낮아지는 다음달 1일 비대면 진료 종료 전 시범사업안을 발표할 계획이다. 복지부는 시범사업안 마련에 앞서 약사와 플랫폼업체 간 비대면 약 배송 갈등을 중재하기 위해 유관 단체인 대한약사회와 코리아스타트업포럼 산하 원격의료산업협의회(원산협) 간 비공식 회동 자리를 마련해 의견을 들었지만, 명확한 입장 차만 재확인하고 일단 약 배송 관련 실무를 약사와 플랫폼업체에 위임하는 쪽으로 정리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약사회와 플랫폼 업계는 각자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기 위해 분주히 계산기를 두들기고 있다.

강경한 약사회…“비대면 약 배달, 약물 오남용 등 문제 야기”

우선 약사회는 비대면 진료 시범사업 진행 거부 의사를 분명히 하면서 시범사업 시행 전까지 릴레이 1인 시위, 결의대회 등을 진행하는 한편, 제도화 강행 시 전면 투쟁과 가처분 신청, 헌법소원, 감사청구, 플랫폼 불법행위 모니터링 등을 진행하겠다는 입장이다. 비대면 진료 시범사업 문제점에 대한 대국민 홍보에도 나설 계획이다.

최광훈 대한약사회장은 지난 14일 서울 방배동 약사회관에서 열린 ‘비대면 진료 시범사업 저지를 위한 전국 시도지부장 및 분회장 결의대회’에서 “정부는 충분한 대화 노력도 없이 플랫폼 업자의 이익과 사업 연장만을 위한 시범사업에 몰두하고 있다”며 “지난 3년의 시행 결과에 대한 어떤 평가나 개선 방안을 마련하려는 노력 없이 시범사업이라는 이름으로 다시 하려고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비대면 진료는 보건의료체계를 토대로 지속가능한 방안으로 구축해야 한다”며 “플랫폼 업자와 산업계 농간으로부터 갈피를 못 잡고 놀아나는 일부 관료의 무지를 깨우고 끝까지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경 대응을 시사했다.

약사들이 비대면 약 배달에서 가장 크게 우려하는 점은 배달 과정에서 생길 수 있는 의약품 변질과 약물 부작용이다. 박영달 경기도약사회 회장은 지난 15일 쿠키뉴스와의 통화에서 “조제된 의약품은 온도, 습도 등 환경에 민감해 배달과정에서 변질, 오배송, 배송 지체, 약물 오남용 등 다양한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며 “이는 환자 건강에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비대면 진료, 약 배달 허용은 단지 플랫폼 기업 밀어주기 위한 조치와 다름없다”며 “코로나 팬데믹 상황에서 한시적으로 시행된 비대면 진료와 약 배달 부작용 등에 대한 충분한 검토와 평가 없이 안전은 도외시 한 채 산업적 편익과 편의성만을 앞세운 정책은 반드시 철회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손 내미는 플랫폼 업계…“의약단체와 소통하며 상생”

반면 플랫폼 업계는 그동안 3000만 건 이상 이뤄진 비대면 진료 결과를 바탕으로 의약단체와 소통하며 상생하는 방안을 찾기 위해 계속 노력하겠다며 약사회에 손을 내밀었다.

플랫폼 업계 A관계자는 “원산협은 지속적으로 약사회를 포함해 비대면 진료를 구성하는 모든 이해단체들과의 협의체를 제안하고 있다”며 “국민들이 언제 어디서든 의료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각 단체는 의견을 나눠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산업계는 지금까지의 비대면 진료가 앞으로도 국민들께 보편적 의료서비스로 역할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른 플랫폼 업계 B관계자도 “비대면 진료는 만 3년간 1379만명의 국민이 3661만 건 이용하며 일상 속에 녹아들었다”며 “복지부에서 발표한 의료사고가 0건일 정도로 안전하고 유용하게 진행된 만큼 앞으로의 시범사업에서도 그 효용성이 이어질 수 있도록 설계돼야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산업계는 보건의료 전달체계의 일원으로 책임감을 갖고 일선 의사, 약사와 상생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원산협은 지난 12일 한국컨퍼런스센터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비대면 진료 시범사업이 안정적으로 운영될 수 있도록 △지속되는 감염위험에 노출된 국민 건강 보호 △비대면 진료 중개 플랫폼 가이드라인 준수 △의료전달체계 일원으로서의 사회적 책임 △플랫폼에 대한 사회적 우려 해소 등 책임 있는 역할을 하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정부는 비대면 진료, 약 배달 시범사업을 진행하기 전에 환자와 의약단체, 플랫폼 업계 모두 만족할만한 사업안을 마련하기 위한 시간이 더 필요하다고 했다. 복지부 관계자는 “비대면 진료, 약 배달 시범사업 관련 브리핑을 준비하고 있다”며 “시범사업 시행 전 준비 기간이 남았으니 사업안이 나올 때까지 기다려 달라”고 전했다.

신대현 기자 sdh3698@kukinews.com

신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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