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 ‘전세포비아’ 확산으로 기망의도가 없는 임대인이 사기꾼으로 의심을 받고, 수요가 줄자 임차인을 새로 구하지 못하고 파산위기로 내몰리는 임대인이 속출하고 있다. 전세사기 예방과 시장 정상화를 위해 대출과 보증보험 가입기준 완화가 시급하다고 임대인들은 강조한다.
성상엽 대한주택임대인협회장은 17일 “정상 계약을 유지중인 임차인과 임대인 모두 불안에 떨고 있다”며 “지금도 보증금 반환이 힘들고, 드러난 전세사기 건들도 빙산의 일각일 정도로 남은 계약이 많은데, 정부 정책은 오로지 피해구제에만 매몰된 게 아닌지 우려 된다”고 전했다.
업계에 따르면 만기가 도래하는 임대차 계약이 내년 상반기에서 중반기에 집중될 전망이다. 그맘때엔 지금과는 비교도 안 될 수준의 보증금 미 반환 위기가 닥칠 수 있다는 것. 국토연구원도 전세보증금 미 반환 주택비율이 내년 최고조에 이를 걸로 추정하고 있다.
그런데 전세보증금을 갚고 싶어도 규제에 가로막혀 임차인 못지않게 임대인 속도 타들어가는 상황이다. 지난 정부가 도입한 다주택자와 주택임대사업자에 대한 대출규제와 현 정부가 내놓은 전세사기 방지대책은 오히려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다고 이들은 주장한다.
그러면서 보증금 반환 목적의 대출규제라도 한시적으로 완화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성 회장은 “임대 주체인 임대인이 보증금 반환에 책임을 지고 해결할 수 있도록 임차보증금 반환을 목적으로 한정한 주택담보대출이나 사업자 대출에 한해서는 운용과 상환에 제한을 두더라도 DSR이나 RTI 등의 범위를 완화해 보증금 미반환 사례를 방지하도록 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 전세보증보험 가입 기준에도 우려를 더했다. HUG에 따르면 이달 1일부터 전세보증금이 집값의 90% 이하인 주택만 보험에 가입할 수 있다. HUG는 주택가격 산정 시 공시가격 반영률도 기존 150%에서 140%로, 전세가율은 100%에서 90%로 강화했다. 실질적으로 보증금이 공시가격의 126% 이내여야만 보증가입이 가능하다.
이 경우 보증가입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 주택이 폭증하고, 이로 인한 주거 안정 사각지대가 커질 수 있다고 성 회장은 지적했다. 아울러 주택유형이나 지역, 건축연한 등을 고려하지 않고 모든 임대주택 보증가입을 획일화하는 건 무리가 있다고도 했다.
그는 “올해 발표한 공동주택 공시가격 하락과 함께 보증가입 기준을 충족하지 못한 임대주택이 급증해 임차인 주거안정 사각지대가 확대될 것”이라며 “보증가입 요건 강화는 전세자금 대출과도 연결돼 결국엔 임차인 주거비용 부담 증가로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성 회장은 이밖에 등록주택임대사업자 중 비 아파트 장기 유형의 자진말소 허용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등록임대주택은 임대의무기간을 준수해야한다. 이 기간 중 무단으로 매각하면 주택별로 과태료 3000만 원을 문다. 주택을 매각해 보증금을 마련해주고 싶어도 과태료 부과 위험이 커 이도저도 못하는 상황이다.
한편 정부는 임대인 대출규제 완화에 전향적인 입장이다.
전날 취임 1년 간담회에 참석한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역전세난’으로 임대인들이 주택담보대출비율(LTV)과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등 대출 규제를 완화해달라고 요구하는 점에 관해 “대출을 좀 터 주자는 공감대가 금융당국과 형성돼 있다”고 밝혔다.
김동연 경기도지사도 최근 ‘전세피해 관련 정책 기자회견’에 참석해 “현재 임대인에 대한 전세보증금 반환 대출은 다주택자에 대한 대출 규제 때문에 오히려 전세 피해자 확대 원인이 되고 있다”라며 규제 완화를 촉구했다.
송금종 기자 song@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