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동을 둘러싼 정치권 내 ‘물밑 신경전’이 주목받고 있다. 대통령과 여야 지도부들의 식사에 대한 시각차를 보여주는 ‘식사 시그널’이라는 사진도 화제로 떠올랐다.
김기현 대표와 이재명 대표는 일대일로 만나 ‘정책 대화’를 하기로 지난 26일 합의했다. 김 대표의 식사 회동 제안에 이 대표가 “민생에 관한 정책 대화를 공개적으로 해보자”고 역제안하면서 이뤄졌다.
강선우 민주당 대변인은 이날 국회에서 최고위원회의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정책 대화 제안과 관련해 국민의힘이 수용 의사를 밝혔다”고 말했다. 양당은 정책위의장과 비서실장으로 실무단을 구성해 협의에 나설 예정이다. 국민의힘 공보실도 기자단 문자 공지를 통해 “정책토론회를 공개적으로 하자는 이 대표의 제안을 적극 환영한다”며 “당대표끼리 정책 관련 주제로 공개 TV토론을 하자”고 밝혔다.
양당은 그간 당대표 회동을 두고 신경전을 벌여왔다. 국민의힘 당대표실이 지난 2일 민주당 당대표실에 여야 대표 회동을 먼저 제안했다. 하지만 민주당 대표실은 ‘공개 정책 회동을 하자’는 취지로 회신했고 국민의힘은 ‘편하게 식사나 한번 하자’는 입장을 견지하면서 교착 상태에 빠졌다고 민주당 측은 설명했다.
이 대표가 발끈하는 상황도 포착됐다. 김 대표가 회동 무산의 원인을 이 대표 책임으로 돌리면서다. 김 대표는 지난 25일 기자들에게 “노무현 전 대통령 추도식을 갔을 때 (이 대표가) 내 옆에 앉아서 ‘밥 한번 먹자’고 했더니 이 대표가 ‘국민들은 밥만 먹는 것 안 좋아해요’라고 하더라”고 말했다.
이에 이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김 대표에게) 어떻게 하면 국민들의 더 나은 삶을 만들고 더 나은 대한민국의 미래를 만들지 토론을 하자 했더니 거절했다”며 “그리고 나서는 (노 전 대통령 서거 14주기 추도식) 행사장에서 뜬금없이 ‘소주 한잔 하자’ 그러더니 마치 야당이 대화를 거부한 것처럼 언론 플레이를 한 것에 대해 매우 아쉽게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밥 먹고 술 먹는 것은 친구분들과 하라”고 했다.
회동을 둘러싼 기싸움은 처음이 아니다. 대통령실과 제1야당 지도부가 ‘영수 회담’을 놓고 보인 이견이 대표적이다.
취임 1년을 맞은 윤 대통령은 지난해 8월 이재명 대표가 민주당 신임 대표로 취임한 이후 단 한 번도 만남을 가진 적이 없다. 그간 수차례 이 대표가 직접 영수회담을 제안했지만, 대통령실은 이를 완곡하게 거절해 왔다.
이를 두고 사실상 ‘이 대표 패싱’이 직접적으로 드러난 것이라는 평가도 나왔다. 정치권에서는 이 대표가 윤 대통령의 대선 경쟁자였던 동시에 각종 의혹으로 수사를 받고 있는 신분인 만큼, 정치적 부담을 고려했다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또 지도부가 친명계 일색이었던 만큼 윤 대통령 입장에선 만남을 껄끄러워 했을 가능성도 크다. 아울러 민주당이 과반 의석을 무기로 쟁점 법안의 통과를 주도하고 있고, 이에 맞서 윤 대통령이 매번 재의요구권(거부권) 카드를 꺼내는 구도 역시 원인으로 꼽힌다.
대통령실은 ‘당대표 대체제’를 찾았다. 친이낙연계로 분류되는 박광온 신임 원내대표다. 대통령실은 박 원내대표에게 윤 대통령과의 회동을 제안했지만, 박 원내대표의 거절로 성사되지 않았다. ‘이 대표와의 만남이 순리이고 순서’라는 이유를 들었다. 의전상 순서를 따지는 것보다는 여야 협치의 물꼬를 트는 게 시급하다는 것이다.
박수현 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지난 2일 오후 YTN라디오 ‘뉴스 정면승부’에서 “대통령이 여야 당대표를 만나서 정국을 풀어가야 된다는 생각을 갖고 있지만 이재명 대표를 사법적으로 옭아매고 있는 이런 상황에서 그 만남이 자연스럽겠는가”라며 “어차피 현실적으로 윤석열 대통령과 이재명 대표와의 만남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국을 풀어가기 위한 대화의 채널은 빨리 복원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최은희 기자 joy@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