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조수미 휠체어그네’ 안전기준 생겨도 놀이터 못들어간다

[단독] ‘조수미 휠체어그네’ 안전기준 생겨도 놀이터 못들어간다

안전기준 고시 7월 이후 제작 휠체어그네만 적용
이미 설치된 휠체어그네...사고 위험에도 대책 없어
"놀이터 밖에 있어도 안전관리 되어야" 목소리도

기사승인 2023-06-08 17:33:09
서울 동숭동 마로니에공원에 휠체어그네가 설치돼 있다.   사진=심하연 기자

성악가 조수미씨가 기부한 '휠체어그네'가 고철처분 논란 이후 급하게 내놓은 정부의 안전기준안에도 여전히 관리 사각지대에 놓일 위기에 처했다.

올해 7월 이전 제작 설치된 휠체어그네는 정부의 안전기준 관리 대상에 포함되지 않아 놀이공원 안으로 들어갈 수 없을 뿐 더러, 비장애아동들의 사고 위험에도 책임 주체가 명확하지 않기 때문이다.

8일 산업통상자원부의 '휠체어그네 관련 안전기준안 재행정예고' 발표자료에 따르면 국가기술표준원은 장애아동이 휠체어를 탄 채 이용할 수 있는 휠체어그네 안전기준안을 오는 7월에 확정·고시할 예정이다. 행정안전부 역시 '어린이놀이시설의 시설기준 및 기술기준'을 개정해 10월 동시 시행한다.

그동안 휠체어그네는 안전기준이 없어 어린이놀이시설 내에 들어갈 수 없었다. 그네를 놀이시설에 포함시켜 안전히 관리하기 위해 산업부가 제시한 기준은 그네 미사용 시 비장애 어린이가 이용하지 않도록 고정, 그네 하단과 지면 사이 일정 간격(230mm) 확보로 끼임 사고 방지, 휠체어그네 모서리에 충격흡수물질 추가, 주의 경고 표시 강화 등이다.

그러나 정부가 마련한 기준은 어린이놀이시설 내 새로 생기는 휠체어그네에만 적용될 예정이다. 그동안 법적 설치 기준이 없어 놀이공원 외부 등에 임의로 설치했던 휠체어그네는 관리·감독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것이 산업부의 설명이다. 조수미씨의 휠체어그네가 다시 안전점검 지대 밖으로 밀려난 것이다.

휠체어그네는 생각보다 사고 위험성이 높다. 실제로 지난 2017년 서울 상암동 난지천공원에 설치했던 휠체어그네 틈에 비장애 아동 발이 끼이는 사고가 발생했고, 지난달에는 브라질에서 어린이가 휠체어그네에 부딪혀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한 바 있다.

이에 산업부도 안전 강화에 중점을 둔 기준안을 마련했다는 설명이다. 산업부 생활어린이제품안전과 관계자는 “그네는 100kg이 넘는 휠체어가 올라간 채로 움직여야 하기 때문에 일반 그네에 비해 훨씬 크고 무거워 매우 위험하다”며 “비장애 아동이 호기심에 이용하거나 장난치지 못하게 하고, 안전사고 예방을 위해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마로니에공원 휠체어그네 앞에 안전사고 예방 팻말이 붙어 있다.   사진=심하연 기자

종로구가 지난 2018년 서울 동숭동 마로니에공원에 설치한 휠체어그네에는 ‘위험하니 휠체어 탑승자가 아니라면 이용하지 말라’는 경고 팻말이 붙어 있다. 팻말 주위로 약 75cm 높이 울타리가 주변을 둘러싸고 있었지만, 몇몇 아이들이 울타리를 뛰어넘거나 휠체어그네를 건드리는 등 팻말로 차단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휠체어그네의 높이를 측정해 본 결과 지면과의 사이가 10cm가량 밖에 띄워져 있지 않았다. 실수로 어린이의 발이 끼이면 쉽게 뺄 수 없어 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정도의 좁은 폭이다. 정부가 끼임 사고 방지를 위해 제시한 기준(지면으로부터 230mm)보다 13cm 부족하다. 

비장애아동들의 사고위험이 상존하고 있지만 이를 대비할 뚜렷한 대안은 없다. 종로구 도시복지과 관계자는 “마로니에공원은 어린이놀이시설에 해당되지 않기 때문에 휠체어그네 안전기준의 영향을 받지 않는다”며 “그네를 옮기거나 관리방안을 변경할 계획은 없다”고 설명했다.

현재 설치된 휠체어그네의 일부를 안전 기준에 맞춰 수리·조정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것도 문제다. 당시 휠체어그네를 제작했던 보아스코리아 김종규 대표는 “현재 있는 휠체어그네들은 높이에 따른 휠체어 경사로와 각도, 그네가 앞으로 나갈 수 있는 거리를 계산해서 설계된 것이라 일부만 수리해서 지면 사이 거리를 띄우기는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정부는 문제를 인지하고 있지만, 뾰족한 수가 없다는 입장이다. 행정안전부 관계자는 “새로 생긴 기준에 맞춰 기존에 있던 기구를 다 없애거나 바꾸라고 강요할 수는 없다”며 “어린이 놀이시설에 포함되지 않는 기구를 하나씩 확인하기도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전했다.

초등학생 자녀를 둔 학부모 정씨(39·여)는 “아이가 자주 마로니에공원에 놀러 온다. 한번씩 휠체어그네를 궁금해한다”며 “법적으로 어린이 놀이터에 속하지 않더라도, 공원에 설치된 휠체어그네에는 아이들이 얼마든지 접근할 수 있는 상황이다. 지자체에서 꾸준히 관리하고 사고를 예방하기 위한 대책을 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심하연 기자 sim@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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