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지대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여야 대치가 극단으로 치닫자 무당층을 겨냥한 제3당 출범에 탄력이 붙는 분위기다.
금태섭 전 의원과 류호정 정의당 의원은 13일 국회에서 ‘다른 미래를 위한 성찰과 모색 포럼’을 공동으로 개최했다. 이들은 ‘거대 양당’의 폐해를 한목소리로 비판했다. 오는 9월 창당에 돌입할 수 있도록 박차를 가하겠다며, 구체적인 신당 창당 로드맵도 밝혔다.
양향자 무소속 의원도 신당 창당 준비에 한창이다. 양 의원은 오는 26일 서울 중소중앙기업회 KBIZ홀에서 창당 발기인 대회를 열 예정이다. 기존 정치 문법과 거리를 둔 정책 중심 정당을 만들겠다는 포부다.
정치권 내에서는 총선이 다가오는 만큼, 향후 제3지대 움직임이 활발해 질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거대 양당의 정치에 실망감을 느끼는 중도층이 늘어나면서다. 여론 조사 수치도 이같은 해석에 힘을 보탠다. 최근 복수 여론조사에서는 ‘여야 모두를 지지하지 않는’ 무당층 비율이 두 자릿수를 기록했다. 쿠키뉴스 의뢰로 여론조사 전문기관 한길리서치가 지난 10~12일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지지하는 정당이 없다는 응답률은 26.5%였다. 특히 중도성향(41.9%)에서 높은 응답률을 보였다.
다만 회의적인 시각도 포착된다. 제3지대 성공 사례가 드문 탓이다. 과거 돌풍을 일으킨 제3당은 김종필 전 총리(JP)가 간판을 맡은 자유민주연합(자민련)과 안철수 의원을 중심으로 한 국민의당 등 소수에 그친다. 자민련은 15대 총선에서 50석, 국민의당은 20대 총선에서 38석을 차지했다. 진보정당들은 한 번도 원내교섭단체 의석 확보에 성공하지 못했다. 19대 총선 통합진보당의 13석이 최대였다.
이마저도 실패 사례로 끝났다. 자민련은 DJP연합과 붕괴과정을 겪다 구심점이었던 JP의 정계은퇴로 소멸했다. 국민의당 역시 지난 2017년 안 의원의 대선 패배 이후 바른정당과 합당을 거치며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바른미래당에서 탈당한 안 의원이 국민의당을 재창당하면서 20대 대선 당시 주목받았지만, 안 의원과 윤석열 대통령의 단일화 후 국민의당이 국민의힘에 흡수됐다.
정치권에서는 현 신당 창당을 주도하는 이들의 계획도 실패로 끝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대선주자급 인물 부재 △약한 지역적 기반 △다른 정치적 지향점 등을 주 원인으로 꼽힌다. 한 국민의힘 관계자는 “신당 창당은 쉬운 일이 아니다”라며 “거대 양당과 차별화할 수 있는 인물·비전이 충족되지 않을 경우, 결국 실패할 확률이 높다”고 했다.
박상병 정치평론가 역시 “공천을 받지 못할 가능성이 높은 상황에서 정치적인 연명을 위한 돌파구로서 계획한 신당 창당에 누가 동의를 하겠나”라며 “이준석 전 대표를 중심으로 한 ‘천아용인’이나 유승민 전 의원 등 검증받은 인물들이 뭉쳐서 제3당을 창당하지 않는 한, 실패로 끝날 확률이 농후하다”라고 내다봤다.
최은희 기자 joy@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