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15분간 조용…들끓는 ‘싱하이밍 사태’ 책임론

이재명, 15분간 조용…들끓는 ‘싱하이밍 사태’ 책임론

코너 몰린 李리더십 ... 중국대사에 판 깔아준 책임론 분출
‘이래경 사태’, 전당대회 돈봉투, 코인 논란 돌발 악재 터져

기사승인 2023-06-15 11:15:21


더불어민주당 유튜브 ‘델리민주’ 캡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고비에 섰다. ‘위기 돌파형 리더’를 내세웠지만, 각종 악재에 휘말리며 위기관리 능력이 떨어진다는 비판에 직면했다. 이 대표의 뒷북 조치와 어정쩡한 행보가 위기를 키우고 있다며, 사퇴를 촉구하는 목소리도 들끓고 있다.

이재명 대표와 싱하이밍(邢海明) 주한 중국대사 간 면담을 계기로 촉발한 ‘굴욕외교’ 논란이 대표적이다. 15일 언론 보도에 따르면 싱하이밍 대사는 당초 이재명 대표와 만남을 조율할 때는 편한 식사 자리일 뿐 따로 이야기할 의제가 없다고 했다가, 예고 없이 문제의 발언을 쏟아낸 것으로 알려졌다. 싱 대사는 사전에 준비한 A4 5장 분량의 원고를 꺼내 15분 동안 읽으며 고압적·비외교적 태도를 취했다. “(한국은) 미국이 승리하고, 중국의 패배에 베팅하는 것 같은데 반드시 후회할 것”이라는 협박성 발언도 서슴지 않았다. 

이 대표는 구한말 위안스카이(袁世凱) 같은 중국대사의 발언과 태도에도 항의하기는커녕 경청했다. 이 모습이 유튜브를 통해 고스란히 생중계되기도 했다. 예상 밖 싱 대사의 처신에 이 대표가 당황했다는 전언도 나왔다. 주재국의 제1야당 대표가 부처 국장급의 대사에게 ‘이용당하는’ 모습을 여과 없이 보여준 셈이다.

여당은 이 대표가 ‘굴종적 태도’를 취했다고 질타했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는 12일 최고위원회의 직후 “이 대표는 중국공산당 한국지부장이냐”며 “제1당 대표이면서 미소를 보이고 싱 대사의 말에 맞장구를 쳤다”고 비꼬았다. 

친명계에서도 이례적으로 비판의 목소리가 제기됐다. ‘친명계 좌장’으로 꼽히는 정성호 민주당 의원은 13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이 대표가 거기(싱 대표의 논란 발언)에 대해 그 자리에서 문제점을 지적했어야 하지 않나 하는 아쉬움도 있다”고 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사진=임형택 기자

정치권에서는 ‘이재명 리더십’이 또다시 치명상을 입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최근 민주당은 전당대회 돈 봉투 의혹과 김남국 의원의 코인 논란 등 도덕성 논란에 휘말리며 위기에 봉착했다. 이 대표의 측근으로 꼽히는 송영길 전 대표와 김남국 무소속 의원이 의혹 중심에 섰다.

민주당을 혁신하겠다면서 꺼낸 혁신위원장 인선 카드도 ‘자책골’이 됐다. 민주당 혁신기구 위원장으로 내정됐던 이래경 ‘다른백년’ 명예이사장이 선임된 지 불과 9시간 만에 ‘천안함 자폭설' 등의 논란으로 사의를 표명하면서다. 민주당 지도부는 연이은 도덕성 논란에 대한 돌파구로 쇄신 카드를 꺼내들었지만, 되레 부실한 인사 검증만 증명했다. 당 안팎에서는 인사 검증 시스템이 무너졌다는 성토가 빗발쳤다. 그간 내세운 자성과 혁신의 의미도 빛바래졌다. 

독단적인 인사 과정도 문제로 떠올랐다. 이 대표는 이번 혁신위 인선을 발표 전날 저녁에야 최고위원들에게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구인난’이 일차적 원인이라고 감안해도, 기본적인 검증과 의견 수렴조차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것이다. 이에 더해 혁신위원장으로 낙점됐던 인물의 ‘친이재명 행보’가 밝혀지면서, 일각에서는 인선 절차 및 추후 인선에 대한 의구심이 터져나왔다. 당 안팎의 역량을 집결시켜야 할 혁신위마저 ‘친명’으로 구성해 당 장악력을 확대하려고 한 것 아니냐는 불신을 자초했다.

이 대표 리더십에 대한 비판은 여러 각도에서 제기돼왔다. ‘방탄 정당’ 이미지도 민주당을 따라다니는 꼬리표다. 2021년 전당대회 돈 봉투 의혹 핵심 당사자인 윤관석·이성만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은 지난 12일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민주당은 또다시 ‘제 식구 감싸기’라는 오명을 피하지 못했다. 국민의힘 출신 하영제 의원의 경우 가결된 데 반해 노웅래·이재명·윤관석·이성만 민주당 의원의 체포동의안은 모두 부결됐다. 과거 ‘기소 시 당직 정지’를 규정한 당헌 80조 개정 시도 등도 민주당의 방탄 이미지를 고착화했다. 일각에서는 향후 이 대표에게 돌아올 체포동의안을 대비한 포석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이 대표 본인의 ‘사법리스크’도 리더십을 흔드는 변수로 꼽힌다. 이른바 ‘428억원 뇌물 약정설’과 쌍방울 대북송금 의혹, 백현동 특혜 의혹 등 이 대표가 수사선상에 오른 사건이 줄줄이 남은 탓이다. 검찰이 수시로 이 대표 소환과 체포동의안을 요구할 가능성도 크다. 이 대표의 원만한 당무활동 여부에 대한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주요 순간마다 당보다 대표 개인만을 앞세웠다는 비판도 적지 않다. 
NBS.

이 대표가 우왕좌왕하는 사이 민주당 지지율은 흔들리고 있다. 4개 여론조사 기관(케이스탯리서치, 엠브레인퍼블릭, 코리아리서치인터내셔널, 한국리서치)이 지난 5~7일 자체적으로 실시하는 NBS여론조사(전국1000명 무선가상번호전화면접조사 표본오차95%신뢰수준±3.1%p 응답률21.4% 자세한 사항은 조사 기관의 홈페이지나 중앙선거여론조사 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 가능) 결과에 따르면, 국민의힘 31%, 더불어민주당 26%로 나타났다. 민주당은 해당 조사 기관의 조사에서 올해 들어 최저치를 기록했다. ‘텃밭’으로 꼽히는 호남에서도 50%를 넘지 못했다. 40대 연령대에서도 지지율 40%로 턱걸이했다. 핵심 지지층마저 흔들리는 모양새다.

전문가는 민주당의 위기를 크게 세 가지로 내다봤다. △자정 능력 및 도덕성의 상실 △혁신 실패 △끊임없는 방탄 이미지 고착화 등이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민주당에 대한 국민적 실망감이 이만저만이 아닐 것”이라며 “이 대표가 그간 악재에 어떻게 처신해왔는지 한번 따져봐라. (국민들이 보기에) 과거 문재인 정부의 ‘내로남불’ 행보와 똑같다는 생각이 들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 민주당과 이재명 대표에 대한 불만이 여론조사에 그대로 나타나고 있다”라고 진단했다.

민주당 내에서 이 대표 사퇴를 촉구하는 목소리는 다시금 커지고 있다. 윤영찬 민주당 의원은 14일 SBS라디오 ‘김태현의 정치’ 에 출연해 “(이 대표가) 본인의 진퇴에 대해 언젠가는 판단할 텐데 그 판단의 시점이 너무 늦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지적했다. 이상민 민주당 의원도 8일 BBS라디오 ‘전영신의 아침저널’에서 “(이 대표가) 무한책임을 질 방도는 대표직 사퇴뿐”이라며 “화를 자초하고 있다”라고 질타했다.

최은희 기자 joy@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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