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정부가 탈원전 하면요?”…인력 이탈에 고심하는 정부

“다음 정부가 탈원전 하면요?”…인력 이탈에 고심하는 정부

기사승인 2023-06-17 06:00:14
원전에서 방호복을 입고 일하는 노동자.

'탈원전' 정책에 따른 불안감으로 원자력 전문인력 이탈이 가속화하고 있지만 정부는 아직도 후속대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현재 정책만으로 원자력 산업을 발전시키고 전문 인력을 확충하기는 어렵다고 말한다.

윤석열 대통령의 친원전 선언 이후 원자력 관련 기업들은 사업 확대 및 인력 보충 의지를 보이고 있다. 지난 4월 한국원자력산업협회가 발행한 '원자력산업 실태조사보고서'에 해당 내용이 담겼다. 한국원자력산업협회는 원자력 관련 기업 758개를 대상으로 원자력산업계 전반을 실태조사한 보고서를 발행했다.

17일 보고서에 따르면 조사 시기 기준 1년 뒤인 2022년에 원자력 관련 사업을 확대할 의향이 있다고 응답한 기업은 13.0%였다. 2023년은 19.5%, 2024년은 20.8%를 기록했다. 해가 지날수록 증가 추세를 보였다.

사업 확장에 따른 필요 인력 수요를 집계한 결과 향후 5년(2022년~2026년)간 기업에서 필요로 하는 원자력 전문 인력은 2948명이었다. 원자력산업협회 관계자는 “응답하지 않은 기업들의 수요까지 포함하면 3000명 이상일 것”이라고 말했다.

조사 결과 대부분의 기업들은 원자력 사업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그러나 원자력 전문 인력이 될 수 있는 학생들을 양성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전부터 비인기학과로 불리던 원자력공학과가 전 정부의 탈원전 정책으로 인해 학생들의 기피현상이 심해졌기 때문이다.

카이스트 원자력공학과는 설립 이후 박사 졸업생을 500명 가까이 배출했다. 카이스트는 타 학교와 다르게 2학년에 진학해서 1,2학기에 나눠 전공을 선택하는데, 지난 2017년부터 2021년까지 5년 동안 하반기 원자력 및 양자공학과 학사과정 지원자는 0명이었다.

같은 기간 전기 및 전자공학부 지원 학생은 200여 명인 것에 비해 현저히 적은 수치다. 2022년 정권 교체 이후 원자력공학과를 선택하는 학생들이 소폭 증가하긴 했지만 여전히 지원자는 4명에서 6명을 웃도는 수준이다.

2021 원자력산업실태조사보고서

원자력 관련 전공이 점점 인기를 잃자 기업도 인력 수급을 우려하고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기업들이 ‘원자력 관련 사업 추진 시 겪는 어려움’으로 물량감소(19.5%)에 이어 인력수급(18.0%)과 인력 유지(7.2%)를 꼽은 것으로 밝혀졌다. 경영환경 개선을 위해 필요한 지원으로도 인력 지원이 9.6%를 차지해 3위에 올랐다. 

이처럼 향후 원자력 관련 산업이 점차 확대되고 전문 인력 수급이 시급한 상황이지만, 원자력을 전공하는 학생들의 반응은 미온적이다. 원자력공학을 전공하는 고민정(22·가명·여)씨는 “정부 기조에 따라 원자력 정책이 손바닥 뒤집히듯 바뀔 수 있다는 점이 불안하다”며 “다음 정부가 또 탈원전 정책을 선언하고 예산을 편성하지 않을 수도 있는 것 아니냐”고 우려했다. 

앞으로 원전 산업이 얼마나 발전할지 예측하기 어렵다는 점도 걸림돌이다. 고씨는 “현 정부가 탈원전 정책 폐기를 선언한 지 1년이 넘었지만, 원자력 산업이 눈에 띄게 발전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며 “정부가 더 적극적으로 산업 확장에 힘썼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원자력 전공 교수들의 생각도 비슷하다. 김만철 중앙대학교 원자력공학과 교수는 “전문 인력을 양성하려면 정부가 원자력 관련 사업을 지원하고 확장하겠다는 분명한 신호를 줘야 한다”며 “그래야 학생들이 본인이 선택한 전공에 대해 확신을 가지고 원자력 분야로 진로를 설정할 수 있다”고 밝혔다.

김 교수는 “신한울 3·4호기 사업에 힘을 쏟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며 “원자력 수출과 소형원자로(SMR) 관련 지원과 더불어 한국에서 원자력 발전소를 지속적으로 건설하고 운영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야 한다”고 전했다.

강창호 원자력정책연대 위원장도 기업 지원이 필수라고 주장했다. 강 위원장은 “이전 정부의 탈원전 정책으로 시들어버린 원자력 산업 생태계 극복이 우선”이라고 밝혔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과기부)도 이러한 고충을 인지하고 대책 마련 중이다. 과기부 원자력연구개발과 관계자는 14일 쿠키뉴스와의 통화에서 원자력 전문 인력을 양성하기 위해 예산을 편성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과기부 관계자는 “대학과 기업이 연계해서 부품을 함께 제작하는 등 공동 연구를 진행한다거나, 학생들이 현장에서 필요로 하는 기술들을 습득할 수 있도록 7년에 거쳐 약 200억원 가량을 지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어 최근 주목받는 소형원자로 설계 기술 연구비를 지원하고, 한국형 원전을 해외에 수출하기 위한 투자도 확대할 예정이다. 관계자는 “원전 활용 청정수소 생산기술, 재생에너지 연계 시스템 등 변화하는 기술에 대한 지원도 강화할 것”이라며 “정부와 원전 공기업, 민간은 이를 위해 향후 5년간 2조원을 원자력 기술개발에 투자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다만 “기획 초기 단계라 정확한 예산안이 나오지는 않았다”고 덧붙였다.

친원전단체는 정부 정책을 환영한다는 입장이다. 조기현 사실과 과학 공동대표는 “소형원자로 등 새로운 사업에 대한 연구개발비 지원은 꼭 필요하다”며 “앞으로 전문 인력 확보를 위해서는 정권 교체와 관계없이 꾸준히 원자력 산업이 유지될 수 있는 로드맵이 필요할 것”이라고 밝혔다.

심하연 기자 sim@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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