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죽인 싱하이밍… 與 “中, 불상사 터지기 전에 처분해야”

숨죽인 싱하이밍… 與 “中, 불상사 터지기 전에 처분해야”

中대사 ‘내정간섭’ 논란 확산
여당 “싱하이밍, 외교적 기피 인물로 지정해야”
野방중단, 싱하이밍 사태 기름 부어

기사승인 2023-06-16 10:31:02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8일 저녁 성북구 중국대사관저에서 싱하이밍 주한 중국대사를 만나고 있다.   국회사진단

중국 늑대가 몸을 낮춘 채 때를 기다리고 있다. 제1야당 대표를 만나 협박성 발언을 쏟아낸 후, 잠행을 이어가고 있는 싱하이밍(形海明) 주한 중국대사가 그 주인공이다. 여권에서는 유사한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싱 대사를 “즉각 처분해야 한다”는 성토가 나왔다.

싱 대사는 지난 8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만나 “미국에 베팅하지 말라”며 부적절한 발언을 한 후, 이날(16일)까지 공식 행보를 중단한 상태다. 각종 행사에 모습을 비추며 공식 발언을 해 온 것과 대조적인 모습이다. 

외교가에서는 싱 대사가 국내에서 정상적 대사 임무를 이어가는 것이 사실상 어려워졌다는 목소리가 흘러나온다. 외교부의 초치에 이어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3일 관련 논란을 직접 언급하고 유감을 표명하면서다. 상대국 외교관의 활동과 언행을 주재국 정상이 비판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싱 대사의 발언이 외교적 항의의 범주를 벗어나 양국 관계를 뒤흔드는 변수가 된 것이다.
싱하이밍 주한 중국대사의 발언으로 한중 간 갈등상황이 이어지는 가운데 15일 오후 방중을 마친 더불어민주당 김태년 의원 등이 인천국제공항 1터미널을 통해 귀국하고 있다.   연합뉴스

민주당 의원들의 잇따른 중국 방문도 ‘싱하이밍 사태’에 더욱 기름을 붓고 있다. 민주당 소속 박정·도종환·김철민·유동수·김병주·민병덕·신현영 의원 등 7명은 지난 15일 오전 중국 베이징으로 출국했다. 지난 12일부터 민주당 민생경제위기대책위원회 소속인 김태년·홍익표·고용진·홍기원·홍성국 의원도 중국에 체류 중이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방중단은 첫 일정으로 중국 공산당 선전 조직 대표인 한방명 차하얼학회장을 만났다. 한방명 회장은 지난 2013년 쓴 책에서 “상대 국가의 정부와 민중을 이간질 해, 중국에 유리하게 만드는 게 외교의 기본”이라고 주장한 인물이다. 중국 정부의 야당 의원 초청 및 비용 지불에 정치적 계산이 깔렸다는 해석이 나오는 대목이다.

여당은 ‘뇌물 외교’라며 십자포화를 쏟아냈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는 같은 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언론 보도에 따르면 (야당 의원들의 방중)비용을 중국이 지불한다고 한다”며 “뇌물 외유가 아닐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외유 한 번 가려고 중국 돈을 받고 나라를 팔아먹는 짓이 아니라고 할 수 있느냐”라며 “민주당은 그 비용이 얼만지, 왜 중국이 부담하는지, 뇌물성 비용 부담을 지원받는 것인지 여부를 밝혀주시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외교적 갈등을 공격적으로 다루는 중국의 방식을 ‘전랑(戰狼·늑대 전사)’이라 부른다. 늑대처럼 힘을 과시하며 주변국을 압박한다는 의미다. 중국 인민해방군 특수부대의 활약상을 담은 영화 ‘특수부대 전랑’에서 따왔다. 전랑외교는 시진핑 국가주석 집권 이후 중국의 외교 노선을 상징하는 표현으로 자리 잡았다. 급성장한 경제력과 군사력을 바탕으로 상대국에 군사적·경제적 보복을 가한다. 특히 중국은  상품에 대한 수출입 규제를 무기로 삼아 전횡을 일삼고 있다. 여행제한과 함께 중국 내 불매운동도 주요 보복 수단으로 꼽힌다. ‘구시대적 패권주의’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중국의 전랑외교는 세계 곳곳에서 잡음을 일으키고 있다. 중국 대사의 추방 사례도 빈번하다. 최근 캐나다 정부는 자국 정치인 사찰 논란이 있던 중국 외교관을 추방했다. 멜라니 졸리 캐나다 외무장관은 지난 5월 성명을 내고 “자국의 내정에 대한 타국의 어떤 간섭을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며 “캐나다 주재 외교관들에게 이런 행동에 가담하면 본국으로 보낼 것이라는 경고를 보냈다”고 강조했다.

육해공 예비역 장성들이 14일 오후 서울 주한중국대사관 앞에서 외교적 논란을 촉발한 싱하이밍 주한중국대사를 규탄하는 시위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치권에서는 “더 이상 한국에는 전랑외교가 통하지 않는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여당의 한 중진의원은 “싱 대사를 그대로 둔다면, 중국이 한국 국민을 계속 무시하겠다는 의도로 해석할 수밖에 없다”라며 “중국이 세상 변한 것을 모르고 자국인민을 다루듯 대한민국 민주시민을 대하는 것은 큰 착각이자 오만불손”이라고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이어 “싱 대사는 돌아다니다가 돌멩이를 맞을 지도 모른다”라며 “불상사가 터지기 전에 중국이 알아서 처분해야 한다. 발전적인 양국관계를 위해서는 빨리 처분해야 할 것”이라고 목소리 높였다.

앞서 싱 대사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의 회동에서 사전에 준비한 A4 5장 분량의 원고를 꺼내 15분 동안 읽으며 고압적·비외교적 태도를 취했다. “(한국은) 미국이 승리하고, 중국의 패배에 베팅하는 것 같은데 반드시 후회할 것”이라는 협박성 발언도 서슴지 않았다.

중국은 한국 정부의 ‘조치 요구’에도 꿈쩍하지 않는 상태다. 왕원빈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13일 정례 브리핑에서 ‘한국 정부가 싱 대사에 대한 중국 측의 적절한 조치를 요구한 데 대한 입장’을 묻는 말에 즉답을 피하며, 싱 대사 관련 한국 언론 보도에 문제를 제기했다.


최은희 기자 joy@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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