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비노기’ 19주년, 밀레시안과 함께 만든 ‘판타지 파티’ [가봤더니]

‘마비노기’ 19주년, 밀레시안과 함께 만든 ‘판타지 파티’ [가봤더니]

기사승인 2023-06-17 15:57:11
‘마비노기 판타지 파티’ 무대의 모습. ‘밀레시안(관람객)’들이 무대에 등장한 민경훈 넥슨 디렉터의 이름을 외치며 격하게 환호하고 있다.   사진=차종관 기자

17일 고양 킨텍스 제1전시장 앞, 이른 아침부터 ‘마비노기 판타지 파티’에 입장하기 위한 관람객 행렬이 까마득히 긴 줄을 섰다. 마비노기 판타지 파티는 지난 2004년 출시한 넥슨의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 ‘마비노기’의 19주년을 기념해 열렸다. 4년 만에 열린 대규모 오프라인 행사이니만큼 5500명에 달하는 ‘밀레시안(마비노기에서 이용자가 속한 종족)’이 판타지 파티에 참가했다.

휴게존에서 OST 연주와 마리오네트 공연이 펼쳐지는 모습(위쪽). 전시존과 밀레시안 아티스트의 개인상점 부스존(아래쪽).   사진=차종관 기자

오픈 직후 엄청난 규모의 인파가 행사장으로 우후죽순 모여들었다. 행사장 안은 다양한 볼거리를 누리기 위해 이리저리 돌아다니는 관람객들로 가득 찼다. 어떤 관객은 무대 앞에 자리를 깔았고, 다른 관객은 코스튬플레이어와 함께 사진을 찍었다. 저마다 즐거운 표정을 한 채 친구와, 연인과, 길드원과 함께 추억을 쌓는 모습에 웃음이 지어졌다.

무엇부터 둘러봐야 할까. 고민하던 기자를 이끈 것은 밴드 ‘앤틱문’의 감미로운 보컬이었다. 전자키보드와 함께 ‘어릴 적 할머니가 들려주신 옛 전설’을 부르는 그의 목소리에 관객들은 뜨거운 박수를 보냈다. 본 무대와 휴게존에서는 앤틱문 외에도 인디밴드 ‘옐로위크’, 클래식 악단 ‘포에니스 콰르텟’, 루프스테이션 연주자 ‘브로박’의 OST 연주가 펼쳐졌다. 이외에 ‘마법과 인형극단’이 인게임의 ‘인형사’ 재능 콘텐츠를 바탕으로 구성한 마리오네트 공연도 관람객들의 이목을 끌었다. 난생 처음 본 것일까. 엄마와 함께 온 아이 관람객이 줄 인형 공연이 신기한지 눈을 동그랗게 뜨며 집중을 이어갔다.

전시존에는 ‘新여신강림’, ‘몽환의 라비 던전’, ‘식물원 창가의 나오’ 등 밀레시안이라면 익히 알 수 있는 21종의 일러스트가 전시돼 있었다. 게임의 공식 일러스트 외에도 밀레시안 아티스트들이 참여한 작품과 19주년 기념 영상에 관람객들이 가던 길을 멈추고 사진을 찍었다. 밀레시안 아티스트들이 직접 만든 56개의 개인상점도 저마다 보는 맛이 있었다. 스티커, 뱃지 등 다양한 자체 제작 굿즈들이 관람객의 소유욕을 불러일으켰다. 부스마다 지갑을 꺼낸 채 긴 줄을 선 이들로 가득했다.

‘야금야금 축복의 야금체’ 부스를 체험중인 관람객들의 모습.   사진=차종관 기자

‘여름 업데이트’를 통해 개편 예정인 ‘아르바이트’를 콘셉트로 한 체험형 이벤트도 즐길 수 있었다. 넷플릭스 시리즈 ‘오징어게임’처럼 달고나를 뜯어야 하는 ‘화석복원 달고나’, 3초 안에 인게임 NPC의 이름을 알아맞춰야 하는 ‘도서관 NPC 퀴즈’, 20주년에 돌아올 엽서를 작성해보는 ‘부엉이 우체통’, 마시멜로처럼 생긴 솜들 속에서 보석을 찾는 ‘야금야금 축복의 야금체’까지. 다양한 체험존에 관람객들은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매진했다. 각종 아르바이트 체험존에서 획득한 별 스탬프에 따라 보상교환존에서 넥슨캐시·스티커팩·키링·포스터 등의 보상 패키지를 받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보상 교환을 완료한 관람객에게는 룰렛 이벤트도 참여할 기회가 주어졌다. 수면 양말 세트,·솜사탕·캐릭터 담요·스트레스 볼·피규어 등을 교환받으며 “완전 혜자다”라며 쑥덕거리는 관람객도 발견할 수 있었다.

관람객들이 행사장 입구 쪽에서 '아르카나 문양 뱃지'를 물물교환할 상대를 찾고 있다.   사진=차종관 기자

‘타라은행 배달의 달인’ 체험존의 경우 수집한 ‘아르카나 문양 뱃지’의 종류 갯수에 따라 별 스탬프를 받을 수 있다. 그래서인지 행사장 입구 쪽은 일종의 ‘실시간 물물교환 시장’이 형성됐다. 기자도 다양한 아르카나 문양 뱃지를 모으겠다는 일념으로 한 관람객에게 조심스레 말을 걸어봤다.

자신을 13년차 마비노기 이용자라고 소개한 슈륀(류트서버)씨.   사진=차종관 기자


자신을 13년차 마비노기 이용자라고 소개한 슈륀(류트서버)씨는 기자를 반갑게 맞으며 필요한 뱃지를 물어봤다. 대단한 친화력을 보이는 그의 모습에 이끌려 즉석으로 인터뷰를 했다. 그는 4년 만에 열린 판타지 파티 소식에 광주에서 한달음에 달려왔다고 했다.

슈륀씨는 “마비노기는 GM도 이용자도 서로간의 소통을 중요시한다”며 “‘서로의 얼굴을 보고 인사하며 뱃지를 나누는 것’이 마비노기 이용자간의 친절과 소통의 자세를 보여준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러한 ‘친절과 소통’을 나누는 게 좋아서인지 다양한 색깔의 뱃지가 필요한 관람객에게 필요한 색깔의 뱃지를 바꿔주고 자신은 노란색 뱃지만 잔뜩 가지고 있었다. 한 이용자의 선행에 많은 관람객이 즐거움을 얻어가는 모습. 마치 현실에서 마비노기 세계를 마주한 듯 했다.

익명의 한 관람객은 뱃지를 나누는 과정에서 다른 관람객과 친해져 서로의 ‘길드’를 소개하고 있었다. 수줍게 인터뷰에 응한 그는 “게임 내에서 친해진 밀레시안은 그간 ‘디스코드’에서만 만날 수 있었다. 넥슨에서 이런 행사를 열어주면 현실에서 만날 수 있는 계기가 되어 좋다”고 말했다. 이어 “아예 새로운 인연을 만날 기회도 생겼는데 이 점도 즐겁다”고 웃어보였다.

마비노기에 등장하는 캐릭터로 변신한 코스튬플레이어들(위쪽). ‘뉴비’ 플레이어가 아이템을 실수로 떨어트리는 장면을 묘사한 행위예술과 넥슨 관계자의 무시무시한 ‘점검’의 모습(아래쪽).   사진=차종관 기자

무대에서는 크리에이터와 관람객들이 소통하고 즐기는 다양한 무대 이벤트, 최고의 코스어를 뽑는 코스튬 페스티벌도 진행됐다. 또한 라이브 방송이 가능한 ‘크리에이터 라이브 룸’도 존재해 크리에이터 친화적이라는 인상을 받았다.

이 밖에 현장에서는 지난해부터 마비노기와 함께 ‘나누는맘, 함께하고팜’ 캠페인을 전개해오고 있는 발달장애 청년 일터 ‘푸르메소셜팜존’도 만날 수 있었다. 해당 부스에서는 푸르메소셜팜에서 재배된 농산물(방울토마토, 버섯)과 굿즈를 만날 수 있었으며, 각종 체험 이벤트도 참여할 수 있었다. 옆에 있는 ‘달콤커피존’에서는 판타지 파티를 위해 특별히 구성한 얼리버드 굿즈 세트를 판매하고 있었다. 이날 마비노기는 오는 7월 달콤커피와 제휴를 맺는다는 소식을 최초 공개했다.

최동민 넥슨 콘텐츠 리더(왼쪽)와 민경훈 넥슨 디렉터(오른쪽)의 모습.    사진=차종관 기자 

오전 12시에 진행된 쇼케이스에서 민경훈 넥슨 디렉터는 “19년 동안 마비노기에 한결같은 애정을 보내주신 밀레시안께 감사드린다”며 “온전히 밀레시안만을 위한 행사인 만큼 마비노기와 또 하나의 기분 좋은 추억을 만들어 가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발언 직후 눈시울을 붉힌 그에게 관람객들은 뜨거운 박수와 환호를 보냈다.

차종관 기자 alonein@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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