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올해도 ‘강남역 침수’ 재현되나...수백억 예산에도 배수로 공사 지지부진

[단독] 올해도 ‘강남역 침수’ 재현되나...수백억 예산에도 배수로 공사 지지부진

260억 긴급예산 투입했지만 5월에야 서초구 서운로 배수관로 첫삽
김형재 시의원 “올해도 폭우 예상되는데 안일한 대처가 아쉬워”

기사승인 2023-06-20 16:33:33
서울 서초구 서운로 일대 사진. 왼쪽은 지난해 침수 현장

서울 강남역 일대 수해 재발방지 사업이 예정보다 수개월 늦어지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당초 서울시와 서초구 등은 강남역 주변 저지대에 배수관로(하수암거) 등을 8월까지 설치해, 여름철 폭우에 대비하려 했다. 이를 위해 200억원이 넘는 예산도 긴급 배정했다. 

하지만 수해 방지 시설의 연내 완공은 요원하다. 지난해와 같은 폭우가 쏟아질 경우 강남역 일대의 침수 악몽이 올해도 재현될 우려가 일고 있다. 본격적인 장마철을 앞두고 서울시와 자치구의 추가 대책이 필요한 시점이다.

20일 쿠키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서울시와 서울시의회는 지난해 12월 강남역 일대 수해 방지 종합대책 추진을 위한 긴급 예산 260억원을 2023년도 사업비로 통과시키고 강남, 서초 등 관련 자치구에 배정했다. 

예산이 반영된 주요 사업은 ▲서운로 1구간(서이초사거리~서일중), 2구간(서일중~KCC) 하수암거(저지수로) 신설 ▲논현초교 부근 하수암거(저지수로) 신설 ▲역삼초교 주변 하수암거 설치 등 연내 정비가 가능한 사업이다. 서울시가 장기적으로 마련하고 있는 ‘대심도 빗물배수시설’이 완공되기 전 빗물을 처리하기 위해 고안됐다. 하수암거는 지하에 매설하는 인공수로로, 강남역 일대 빗물을 모아 인근 반포천으로 흘려 보내는 역할을 한다.

우선 강남구가 공사를 맡은 역삼초교 주변 배수관로(하수암거)는 지난 5월 완공해 폭우에 대비하고 있다. 논현초교 부근의 경우 올해 1월 착공해 8월 완공 예정이었나, 2~3개월가량 늦어지고 있다. 통신케이블 등 지하매립시설의 이전 작업이 함께 진행되고 있어서다. 그나마 논현초 부근이 다소 고지대라는 점에서 공사 지연에 따른 피해는 크지 않을 전망이다.

이에 반해 지난해 강남역 침수 당시 도로가 잠기는 등 큰 피해가 발생했던 서운로 구간(서초구 담당) 배수관로(하수암거) 설치 공사는 지난달(5월)에서야 첫 삽을 떴다. 6월 현재 배수관로(하수암거) 추진기지(본부)를 설치하고 관로 공사를 진행하고 있다. 최소 8개월 가량 공사기간이 걸리는 점을 고려하면 이번 여름 폭우 대응은 물 건너간 상황이다.

이와 관련 서울시와 서초구는 통신케이블과 도시가스 배관 등 지하매립시설 이전 때문에 공사가 지연됐다는 입장이다. 서울시 물재생계획과 관계자는 “도로 아래는 통신이나 가스시설 등 굉장히 많은 시설물이 있는데 관로 설치를 위해선 이설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한전 등 담당하는 기관들과 협의 후 5월부터 도시가스와 한전 지선 등을 이전했고, (배수관로) 추진기지 설치를 위한 작업을 마쳤다”면서 “12월까지 완공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설명은 서울시의회 입장과 다소 거리가 있다. 강남역 주변 행정사무감사를 진행했던 서울시의회 도시안전건설위원회 소속 김형재 시의원(국민의힘)은 “지난해 상반기에 서초구청에서 서운로 구간 사업을 진행하다가 통신케이블 등 지장물이 발견돼 공사를 중단했다. 중단된 공사를 신속하기 진행시키기 위해 긴급예산을 통과시켰는데, 그동안 개착식 공법을 고집하면서 관련 시설 이전을 논의하고 있다는 핑계만 댔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5월 착공시점이 돼서야 당초 계획보다 5~6m 아래를 뚫는 터널식으로 바꿔서 추진을 하고 있다. 그럴 거면 진작 서둘러서 해야지, 장마가 곧 시작되는데 안일한 대처가 아쉬운 부분”이라고 꼬집었다.

서울시측은 ‘서초구가 개착식을 고집했다’는 부분에 대해선 잘못 전해진 것이라고 일축했다. 개착식이란 위에서 땅을 판 후, 지하 구조물을 설치한 뒤 다시 흙을 덮는 방식을 말한다. 터널식은 지하에서 굴을 파들어 가는 방식으로 케이블 등 지하매설물이 많은 곳에서 주로 사용된다.

김형재 시의원은 “자치구(서초구)에 위임해서 손을 놓고 있을 것이 아니라 서울시가 직접 주관하거나 발주해서 수해 대책을 꼼꼼하게 점검했어야 한다”면서 “올해 큰비가 내리지 않길 운에만 맡겨야 할 것 같다. 지구 온난화 등으로 올해도 여름철 폭우가 쏟아질 것이란 예상이 많은데, 지난해 수해를 겪고도 300억원에 가까운 예산만 투입하고 제대로 된 대책을 마련하지 않았다는 점이 안타깝다”고 비판했다.

서운로 구간 하수암거 신설 추진기지

한편 서울시는 수해방지를 위해 침수 예·경보제, 침수예측 정보시스템 운영, 물막이(차수)판 설치 등 시스템적으로 접근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한 서초구는 6월 말까지 강남역 주변 맨홀추락방지시설 335개소 설치, 하수시설물 내 낙엽·퇴적토·쓰레기 제거, 동주민센터에 CCTV영상관제시스템 구축 등을 통해 집중호우시 침수피해에 대비하고 있다.

김태구 기자 ktae9@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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