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제는 끝났다’ 우울한 하반기 은행 전망

‘축제는 끝났다’ 우울한 하반기 은행 전망

시중은행의 ‘근간’ 요구불예금 감소…조달비용↑·예대마진↓
‘코로나 대출’ 폭탄 곧 깨어나는데…연체율마저 심상치 않다
금투업계, 시중은행 하반기 ‘험난’ 잇달아 전망

기사승인 2023-06-22 06:00:02
쿠키뉴스DB.

코로나19 기간 이후 고금리 기조가 이어지면서 국내 시중은행은 해당 기간 실적 경신을 잇달아 이뤄냈다. 하지만 올해부터 금융업계의 성적표가 이전만하지 못한 모습을 보이는 가운데 시중은행만큼은 1분기까지 호실적을 올리면서 좋은 성과를 이어왔다. 하지만 시중은행조차 오는 하반기부터 긍정적인 전망이 나오지 않는다. 하반기 ‘리오프닝’ 효과도 미비할 것이란 분석과 예대마진 감소, 연체율 급증 등 전반적인 영업환경이 우울하기 때문이다.

시중은행의 근간 요구불예금 감소…조달비용 증가·예대마진 감소

22일 금융권에 따르면 시중은행들의 각종 지표들이 악화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먼저 시중은행의 가장 근간이 되는 요구불예금이 급속도로 빠져나가고 있다. 요구불예금은 예금주의 요구가 있을 때 언제든지 지급할 수 있는 예금으로, 제공 금리가 낮다 보니 은행의 대출영업의 핵심 자산이자 수익성 가늠자로 분류된다.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요구불예금 잔액은 월말 기준 지난 3월 619조2650억원을 기록한 뒤 4월 608조9654억원, 5월 602조8237억원으로 줄었다. 특히 지난 3월과 4월 동안에만 약 10조원이 급격히 빠져나갔다. 1분기 요구불예금 회전율을 보면 월 평균 17.6회로 전분기(17.1회)보다 높았으며, 전년 동기(15.7회)보다 월등히 높은 수치다. 회전율이 높다는 것은 요구불예금을 자주 인출했다는 뜻이다.

은행서 빠져나간 돈은 주식 투자자금으로 흘러간 모양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투자자 예탁금은 지난 2월 말 47조7398억원, 3월 말 50조6018억원, 4월 말 53조1420억원 등 꾸준히 증가했다.

요구불예금이 감소한다는 것은 여‧수신 영업의 유동성 확보에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높다. 금리인하에 따른 하반기 실적 감소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급격한 유동성 이탈은 건전성에도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지적이다.

요구불예금이 감소하면 시중은행들은 자금조달을 위해 예·적금 수신금리를 인상하거나 은행채를 발행해야 한다. 이는 예대마진 감소로 이어진다. 실제로 이미 예대마진은 소폭 감소한 상황인데,  5대 시중은행의 4월 평균 가계 예대금리차(정책서민금융 제외)는 1.152%p로 집계됐다. 이는 전월(1.162%p) 대비 0.01%p 줄어든 수치다. 예대금리차 평균은 지난해 12월 0.73%p까지 떨어졌다가 지난 2월 1.36%p까지 증가했다. 이어 지난 달부터 다시 줄어드는 추세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최근 요구불예금 감소 추세와 함께 수신금리 상승, 대출금리 인하와 맞물려 예대금리차가 줄어드는 상황”이라며 “예대마진 감소에 대한 부분은 시장 흐름에 따라 피할 수 없는 상황이란 것을 업권 내에서 인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코로나 대출’ 폭탄 곧 깨어나는데…연체율마저 심상치 않다

이 가운데 시중은행들의 연체율도 꾸준히 상승세를 기록하고 있다. 그간 고금리 기조가 시중은행들에게 예대마진 확대로 인한 순이익 감소를 가져왔지만, 반대급부로 대출차주들이 이자부담에 빚을 상환하지 못하는 일이 점차 늘어나는 부작용도 생겨난 것이다.

5대 시중은행의 5월 신규 연체율(잠정) 평균은 0.09%로 나타났다. 1년 전인 지난해 5월 신규 연체율(0.04%)과 비교하면 2배 이상 높은 수준이다. 신규 연체율은 당월 신규 연체 발생액을 전월 말 기준 대출잔액으로 나눈 것으로, 새로운 부실이 얼마나 발생했는지를 보여주는 지표다. 

신규 연체율이 증가세를 기록하면서 전체 연체율도 상승세를 기록하고 있다. 5월 말 기준 원화 대출 연체율(1개월 이상 원리금 연체 기준)은 평균 0.33%로 4월(0.31%) 대비 0.02%p 상승했을 뿐 아니라 전년 동월(0.20%)과 비교하면 0.13%p 높다. 연체율 증가는 건전성 문제로 이어지고 있다. 건전성 지표로 사용되는 고정이하여신(NPL)비율 평균은 0.29%로, 전달(0.27%) 대비 0.02%p, 전년 동월(0.25%)과 비교하면 0.04%p 올랐다.

금융권에서는 이같은 추세는 하반기에도 이어질 것이란 전망을 내놓고 있다. 금융연구원은 최근 내놓은 ‘국내은행 가계대출 리스크 예측’ 보고서에서 가계의 고정이하여신비율이 지난해 4분기 0.18%에서 올해 말 0.33%까지 오를 것으로 내다봤다. 이 경우 국내 은행의 고정이하가계여신은 지난해 말 1조7000억원에서 올해 말 3조원까지 올라간다.

문제는 코로나19 기간 소상공인·중소기업 지원을 위해 나간 대출들이 포함되지 않은 상황이라는 것이다. 금융위 점검결과 올해 3월말 기준 만기연장·상환유예가 적용된 여신은 총 85조3000억원이다. 만기연장이 78조8000억원, 상환유예가 6조5000억원으로 상환유예 가운데 원금상환유예는 5조2000억원, 이자상환유예는 1조4000억원이다. 만기연장은 2025년 9월까지지만, ‘상자’를 개봉하는 상환유예 만기는 오는 9월이다. 매출과 영업이익이 회복되지 않은 상황에서 원금 상환 압박이 시작되면 부실이 한꺼번에 터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금투업계, 시중은행 하반기 전망 ‘험난’ 예상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시중은행들의 하반기 전망에 대한 부정적인 의견들을 내놓고 있다. 대출 증가세 둔화 속 연체율 상승 등 각종 문제들이 닥쳐올 상황이다 보니 수익성 감소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나민욱 DS투자증권 연구원은 6월 발간한 리포트를 통해 “주요 은행들의 2분기 대출 성장률은 1분기를 무난히 상회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특례보금자리론을 비롯한 정책모기지론 비중이 높은 것이 특징”이라며 “경기 둔화 압력 등이 여전히 존재한다는 점에서 하반기 녹록치 않은 성장 환경이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나 연구원은 “국내 주요 금융지주는 앞으로 NIM(순이자마진) 하락세가 예상되며 충당금 부담도 높아지고 있다”며 “향후 관전 포인트는 약속된 주주환원책의 실행 여력과 비이자이익 부문의 개선 강도가 될 것이다”고 설명했다.

정태준 유안타증권 연구원도 은행주 하반기 전망 보고서를 내며 “은행주 펀더멘털은 기준금리 사이클과 밀접한 연관을 보인다”며 “(금리상승기 종료시점) 향후 은행주의 펀더멘털은 하락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한다”고 내다봤다.

정 연구원은 당장 펀더멘털에서 가장 큰 훼손이 나타날 부분으로 이자이익을 꼽았다. NIM(순이자마진)이 4분기를 고점으로 급락했고 대출성장률도 가계를 중심으로 부진한 모습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면서도 “기준금리 인하가 필요 없을 정도로 완연한 경기 회복이 나타난다면 은행업의 펀더멘털 지표도 동반 개선될 것이고, 이 경우 주가도 크게 상승할 수 있다”며 “다만 경기선행지수 순환변동치가 빠르게 하락하고 있다는 점에서 그럴 가능성은 제한적이라고 판단한다”고 덧붙였다.

김동운 기자 chobits3095@kukinews.com

김동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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