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중가요 30년’ 이해와 공감 사이…청년 “현실적인 문제”

‘민중가요 30년’ 이해와 공감 사이…청년 “현실적인 문제”

청년들 “현실적 내용…세련된 멜로디”
박상병 “과거와 현재 사회의 변화로 민중가요 공감 힘들어”
“청년과 노동자 고충 담은 신 민중가요”

기사승인 2023-06-28 06:00:41
민중가요 악보집.   대한민국역사박물관 제공

민중가요가 30년째 그 자리를 지켜오고 있지만 과거와 같은 공감과 단합, 결속력이 떨어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민중가요의 재생산이 줄고 청년층과의 접점이 떨어지면서 변화가 멈춰 공감을 끌어내기 어려워졌다는 평가다.

27일 쿠키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민중가요의 명칭은 ‘저항가요’로 1970년대 후반부터 시작돼 지금까지 이어오고 있다. 1980년 5월 18일 광주민주화운동을 계기로 민중가요는 급속도로 성장했다. 

최근 청년층 사이에서 민중가요는 점차 잊혀지고 있다. 서울대 사회대 학생회가 신입생들에게 ‘임을 위한 행진곡’을 가르치지 않기로 했다. 이뿐만 아니라 민중가요에 맞춰 춤을 추는 활동도 종료됐다. 이 결정은 서울대 신입생들 중 민중의례를 가르치고 배우는 시간이 왜 필요하냐는 의견이 영향을 끼친 것으로 알려졌다.

청년들이 설립한 ‘새로고침 노동자협의회’의 등장과 함께 노동조합의 흐름도 변하고 있다. 이들은 공정과 합리를 가치관으로 세우고 정치적 구호와 폭력적인 시위와 다른 방향의 쟁의를 찾는다는 방침이다.

새로고침 노동자협의회는 지난 2월 출범식에서 “노동조합과 관련 없는 구호와 폭력적인 시위 등 기존 노동조합의 활동이 효과가 있는지 의문”이라며 “쟁의나 시위는 노조의 기본권이지만 특정인 석방 운동이나 주한미군 철수 등을 얘기하는 것은 노동조합의 본질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세대도 빠르게 변했다. 대표적인 사례로 전화를 받는 손 모양에서도 차이가 발생할 정도로 세대의 변화가 이뤄졌다. 수화기 모양을 표현한 손 모양에서 스마트폰을 쥐는 손 모양으로 변했다.

이런 흐름은 일반음악에도 적용됐다. 과거 가요에 언급된 안타까운 상황도 직접적인 경험이 어렵다. 과거 결집과 저항을 상징했던 민중가요 역시 세대의 흐름을 피하지 못했다.

공중전화.   연합뉴스

실제로 가수 015B의 1990년 작 ‘텅 빈 거리에서’의 가사를 살펴보면 ‘수화기’와 ‘동전 두 개’가 언급된다. 이 노래가 나온 시점의 수화기는 공중전화를 의미한다. 동전 두 개는 전화 한 통화가 가능한 20원을 뜻한다.

1980년대 중반 작사·작곡된 대표적인 민중가요 중 하나인 ‘동지가’의 가사도 억압과 동지, 통일, 해방, 투쟁의 키워드가 담겼다. 당시에는 ‘부마민중항쟁’과 ‘5·18 광주민주화운동’, 전두환 정권 타도 등의 시대상이 담겨 있었다.

청년들은 민중가요의 방식에 대해 불편함을 얘기했다. 현실에서 겪는 워라벨과 야근 등 좀 더 공감이 가능한 내용과 트랜드가 있는 멜로디가 담기면 좋겠다는 의견을 전했다.

여성 A씨(26)는 이날 쿠키뉴스와 통화에서 “응답하라 1988 같은 드라마를 보면 015B 곡에 나오는 감성 등을 이해할 수는 있다”며 “직접 사용해보지 않아서 절실한 공감이 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민중가요’에 대해서는 “결속력보다는 반감심리가 생긴다. 특유의 자극적인 노래와 색상이 나올 때 불안하기도 하다”며 “민중가요에 야근과 워라벨, 월급 인상 등 내용을 담고 멜로디를 세련되게 바꾼다면 청년들도 들을 것 같다”고 설명했다.

또 “현실을 재밌게 표현한 노동과 관련된 노래가 나온다면 SNS에서 공유할 수 있을 것 같다”며 “SNS에서는 다양한 의견이 나오기 때문에 이목과 관심이 쏠릴 것 같다”고 전했다.

남성 B씨(28세)는 “군대문화를 겪은 주변 친구들은 시위 노래에 나오는 키워드 정도는 공감할 수도 있을 것 같다”며 “다만 따라 부르고 싶지 않다. 현실적인 문제가 노래가 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금 시위에서 나오는 노래는 부담스러운 느낌을 지울 수 없다”며 “노래의 멜로디도 군악을 연상시킨다”고 평가했다.

1980년 5·18민주화운동 당시 사진.  5·18기념재단

전문가는 민중가요 시대와 현재의 사회가 너무도 많이 달라졌다고 진단했다. 정치와 경제, 문화가 천지개벽할 수준으로 변해 청년세대에게 ‘민중가요’가 부담으로 작용한다는 설명이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86세대로 여의도에 많이 다니면서 듣고 부른 노래가 민중가요”라며 “당시에 많이 불렀음에도 현재는 듣기 불편한 감이 있다. 이는 사회의 변화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민중가요는 시대의 소산이다. (민중들의) 열의를 모으기 위해 사용된 노래”라며 “당시 사회의 투쟁 대상이 소멸하거나 변질해 공감을 이끌어내지 못한다”고 설명했다.

박 평론가는 청년과 현재 노동자의 요구를 담은 ‘신 민중가요’의 필요성을 설명했다. 그는 “지금 사회도 여전히 투쟁의 대상은 존재하지만 과거의 민중가요로 이를 짚어내기 어렵다”며 “대상을 정확하게 짚고 청년과 지금 노동자의 염원을 담는다면 신 민중가요가 된다”고 말했다.

아울러 “민중가요의 내용도 현실적이고 현대적으로 바꾸고 청년들의 멜로디를 접목한다면 충분히 공감을 이끌어낼 수 있다”며 “1980년대의 민중가요의 의미를 살리고 이를 현대화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모두가 공감할 수 있다면 좋은 문화가 된다”고 조언했다.

임현범 기자 limhb90@kukinews.com
임현범 기자
limhb90@kukinews.com
임현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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