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의 ‘반국가세력 종전선언 합창’ 발언을 둘러싼 여진이 이어지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지도부와 문재인 정부 청와대 출신 의원들은 “충격적 발언”이라고 격앙된 반응을 보이며, 대국민 사과를 촉구했다.
앞서 윤 대통령은 전날(28일)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한국자유총연맹 창립 59주년 기념식에서 “왜곡된 역사의식과 무책임한 국가관을 가진 반국가 세력들은 북한 공산집단에 대한 유엔안보리 제재를 풀어달라 읍소하고, 유엔사를 해체하는 종전선언을 노래 부르고 다녔다”고 말했다. 이는 문재인 정부의 대북 정책을 겨냥한 언급으로, 곧바로 야권의 반발을 불러일으켰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29일 오후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제20회 지역신문의 날 기념식에 참석한 뒤 기자들과 만나 “대결과 갈등을 부추겨서 정치적 이익을 획득하는 것은 대통령이 할 일이 아니다. 야당조차도 그렇게 하지 않는다”라며 “진영 대결을 부추기거나 국민 갈등을 조장하는 발언들은 자중할 필요가 있다”라고 비판했다. 이는 윤석열 대통령의 ‘반국가세력’ 발언을 염두에 둔 것으로 풀이된다.
이 대표는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안보는 정치의 역할, 그중에서도 국가 공동체를 책임지는 대통령의 역할 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역할”이라며 “더 이상 대결과 갈등을 조장하는 길이 아니라 화합과 단결을 도모하는 통합의 길로 가주십사 다시 한번 부탁드린다”고 부연했다.
박광온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역시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정책조정회의에서 “한반도 정책은 정권에 따라 달라질 수도 있고 달라지기도 했지만, 전임 정부의 정책을 문제 삼아 반국가 세력으로 규정한 대통령은 처음”이라며 “국민들이 동의하기도 어렵고 용납할 수도 없는 극단적 표현”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윤 대통령의 언급은 국민 통합의 정신을 전면적으로 부정하는 것은 아닌지 심각하게 우려된다”며 “상식으로 돌아와서 국민을 보고 정치를 복원하는 데 힘써야 할 때”라고 지적했다.
문재인 정부 청와대 출신 더불어민주당 의원들도 “귀를 의심하게 하는 발언”이라며 윤 대통령의 대국민 사과를 촉구했다.
고민정·김의겸 의원을 비롯한 전임 정부 청와대 출신 의원들은 같은 날 오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윤석열 대통령은 극우세력의 대변인을 자처하는가”라며 “윤 대통령의 저급한 인식에 깊은 실망과 함께 대통령의 편협한 사고 체계가 매우 위험하다는 점에서 우려를 표명하지 않을 수 없다”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한반도에서 전쟁을 완전히 그리고 영구적으로 종식시키기 위한 노력의 일환인 종전선언을 제안한 것을 두고 전임 정부를 반국가세력으로 규정한 것은 대한민국 대통령으로서 해서는 안 될 반헌법적 행태”라고 꼬집었다.
이들은 “그동안 윤석열 정부는 국가의 미래를 위한 국정아젠다를 명확하게 제시하지 못한 채 문재인 정부의 정책과 성과를 폄훼하고 비판하는 데 집중해 왔다”며 “급기야 한반도 지속가능한 평화를 위한 전 정부의 노력을 매도하며 극우세력 눈높이에 맞는 대북·통일 정책을 일방적으로 추진하려는 것 아닌지 매우 우려스럽다”고 비판했다.
이어 “용산 대통령실은 당장 ‘반국가 세력’이라는 발언이 누구의 생각인지 밝히라. 어제의 발언이 정말 대통령 자신의 생각이라면, 대통령이 당장 나서 국민 앞에 사과해야 한다”며 “야당을 반국가 세력이라고 규정하고, 정상적인 국정운영은 할 수 없다”고 촉구했다.
이날 기자회견 직후 윤 대통령의 탄핵을 시사하는 주장도 나왔다. 민형배 의원은 기자회견 후 기자들과 만나 “이런 식으로 대통령이 경거망동을 계속한다면 그 자리에 더는 있으면 안 된다는 국민 목소리가 커질 것”이라며 “대통령직 수행에 적절치 않은 것들을 조목조목 제기하면서 그렇게 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도 고민하겠다”고 밝혔다.
‘해당 발언이 탄핵을 시사하는 건가’라는 질문에 민 의원은 “해석을 편하게 하라. 열어두겠다”고 답했다.
최은희 기자 joy@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