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번째 월드컵 무대에 나서는 한국 여자축구 대표팀의 ‘에이스’ 지소연(수원FC)가 이변을 꿈꿨다.
콜린 벨 감독이 이끄는 여자 축구대표팀은 8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아이티와 평가저네서 2대 1로 승리했다.
전반 16분에 선제골을 내준 한국은 후반 6분 지소연의 페널티킥 동점을 만들었다. 지소연은 후반 36분 장슬기(현대제철)의 중거리 역전골을 도우면서 1골 1어시스트를 올렸다. 그는 A매치 145경기에 나서 67골을 기록해 자신이 갖고 있던 한국 축구 역대 최다 A매치 출전 기록과 A매치 최다 골 기록을 동시에 늘렸다.
지소연은 경기가 끝나고 “10년 만에 상암에서 뛸 수 있어 너무 기뻤다. 월드컵으로 가는 출정식을 하는 경기라 의미가 있었다”라며 “벨 감독님께서 어디까지 가겠다고 말하는 걸 좋아하지 않는다. 4년 동안 준비한 걸 남은 2주 간 잘 다듬어서 좋은 경기력으로 월드컵을 치르겠다”고 소감을 전했다.
이어 “필드골은 아니지만, (조)소현 언니가 페널티킥을 만들어줘 오랜만에 A매치에서 골을 넣었다”며 “책임감이 많이 따르는 대표팀이라는 자리에서 부상이 없이 잘해온 덕분에 17∼18년 동안 뛰어온 것 같다”고 덧붙였다.
그는 “아직 많은 경기를 뛰고 있지만, 빨리 어린 선수들이 올라와서 A매치를 뛸 수 있는 인재들이 나왔으면 좋겠다”고 어린 선수들의 분발도 촉구했다.
2015년 캐나다 대회, 2019년 프랑스 대회에 이어 3번째 월드컵 무대를 밟는 지소연은 “이전보다 준비 과정이 좋다. 하지만 그만큼 다른 팀들도 좋을 것”이라며 “쉽지 않겠지만 열심히 준비해서 잘하고 오겠다”고 했다.
이번 월드컵 출전국은 종전 24개국에서 32개국으로 늘어 경쟁이 더 치열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소연은 한국 외에도 많은 국가들이 점점 올라오고 있는 것을 실감했다. 그는 “사실 아이티랑 붙을 때는 그들에 대해 전혀 몰랐다”라면서 “하지만 경기를 뛰어보니 그들의 피지컬과 스피드에 놀랐다. 여자 축구 수준이 정말 많이 올라왔다는 것을 느꼈다”고 전했다.
현재 경기 감각이 80% 정도라고 말한 지소연은 “한국은 날씨가 더워서 훈련에 어려움이 있었다. 호주는 날씨가 시원해서 선수들이 더 잘 뛸 수 있다고 생각한다. 체력적으로도 남은 2주 동안 잘 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경기가 끝난 뒤 출정식에서 지난해 11월 열린 ‘2022 국제축구연맹(FIFA) 카타르 월드컵’에서 4강 신화를 쓴 모로코를 언급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지소연은 “다들 모로코가 4강에 오를 것이라고 예상하지 못했다. 굵직한 대회에서는 이변을 일으키는 팀이 항상 나타나는데, 우리 한국이 이번에는 그런 팀이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고 했다.
그는 월드컵에 대해 “우리도 최유리나 손화연, 강채림(이상 현대제철) 같은 빠른 선수들이 있지만 유럽 선수들과 피지컬적인 부분에서 차이가 나는 것은 사실”이라고 짚은 뒤 “어린 선수들과 소집 훈련을 해보니 내가 어렸을 때와 다르게 능력과 기술이 굉장히 좋아서 잘 성장하기만 하면 충분히 경쟁력이 있을 것 같다. 잘 준비한 만큼 일단 콜롬비아 전에서 집중을 잘해야 할 것 같다”고 강조했다.
끝으로 그는 “정말 힘든 도전이 되겠지만, 4년간 준비했던 것들 멋있게 도전하고 오겠다”고 힘줘 말했다.
상암=김찬홍 기자 kch0949@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