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회복을 예상했던 증권사들의 실적 전망이 다시 '먹구름'속에 빠졌다. 증권업은 올해 1분기 코스피 지수가 상승했음에도 불구하고 차액결제거래(CFD) 관련 평가손실과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충당금 적립 등으로 2분기 ‘어닝 쇼크’가 예견됐다. 특히 최근 불거진 새마을금고의 PF 연체율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제기된다.
1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증권시장에 상장된 증권업종의 주가흐름을 반영하는 지수인 KRX 증권 지수는 지난 6월 초부터 이달 12일까지 4.67% 하락한 585.83으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올해 1분기 상승세를 보이던 코스피 지수가 약세로 전환한 상황 속에 0.01% 줄어든 것에 비하면 하락 폭이 극심한 셈이다.
종목별로 살펴봐도 주가 하락세를 확인할 수 있다. 미래에셋증권 주가는 지난달 초부터 지난 11일까지 4.15% 감소했다. 이외에도 한국금융지주(-9.21%), 삼성증권(-2.48%), 키움증권(-7.70%), NH투자증권(-1.45%), 대신증권(-1.70%), 한화투자증권(-5.89%) 등 모두 내림세다.
증권사들의 순이익도 하락할 전망이다. 신한투자증권은 미래에셋증권, 한국금융지주, 삼성증권, NH투자증권, 키움증권 등 5개 증권사를 합산한 지난 2분기 지배주주 순이익이 7175억원으로 전 분기 대비 43.3% 감소할 것으로 추정했다. 합산 영업이익의 경우 9267억원으로 41.6% 줄어든다는 관측이다.
금융투자업계는 증권사별로 일회성 손실 규모에 따라 온도 차가 있다고 평가한다. 지난 4월 국내 주식시장에 충격을 준 차액결제거래(CFD) 관련 평가손실과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관련 충당금 영향이 개별적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현대차증권 보고서를 살펴보면, 미래에셋증권은 CJ CGV 전환사채 평가손실 2300억원을 비롯해 해외 상업용 부동산 충당금 등이 약 1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시장 예상치를 28.1% 하회한 수준이다.
한국금융지주도 부동산 PF와 해외 상업용 부동산 충당금, CFD 손실 등이 약 1100억원 규모로 인식됐다. 이 역시 시장 예상치를 21.9% 하회한다. NH투자증권의 경우 부동산 PF 충당금 등은 제한적이나, 해외 상업용 부동산 충당금이 400억원으로 시장 예상치엔 도달하지 못할 전망이다.
다만 삼성증권은 우려를 모았던 CFD 손실과 부동산 PF 충당금이 300억원에 그쳐 시장 기대를 부합하는 수준이라는 게 현대차증권 측 설명이다.
이홍재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증권업계의 2분기 지배주주순이익은 시장 예상치를 16.3% 하회할 전망”이라며 “채권평가손익 축소와 함께 부동산 PF 충당금 적립, CFD 미수채권 손실 등 일회성 손실이 약 2900억원에 달해 전 분기 대비 손익은 감소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최근 세간의 이목이 집중된 새마을금고 위기설 중 부동산 PF 대출 부실이 이유로 꼽힌 만큼, 증권사까지 부실 여파가 미칠 가능성이 수면 위로 올라와서다.
지난 7일 기준 국내 증권사들의 부동산 PF 신용공여 잔액은 21조4665억원이다. 증권사별 PF 신용공여 규모를 보면 한국투자증권과 삼성증권, 메리츠증권, KB증권이 2조원대 수준이다. 미래에셋증권과 NH투자증권, 하나증권 등은 1조원을 웃돌았다.
또한 다수 증권사의 PF 신용공여 전체가 매입 확약 물량으로 알려졌다. 통상 증권사의 부동산 PF 신용공여는 큰 틀에서 매입 보장과 매입 확약으로 구분된다. 매입 확약의 경우 증권사가 받는 수수료가 많은 만큼, 위험성도 크다. 더불어 유동화증권 차환 금액이 부족할 시 증권사가 대신 대출금을 갚거나 차환 부족금을 매입해야 한다.
한국신용평가는 신용등급을 부여한 26개 증권사 보유 전체 부동산 PF 익스포저가 올해 3월 기준 28조4000억원이라고 밝혔다. 새마을금고와 공동으로 참여한 부동산 PF 익스포저는 2조7000억원으로 10%가량을 차지했다.
이 중 중·소형 증권사의 경우 새마을금고와 공동 대주단으로 참여한 비중이 높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중소형사의 전체 부동산 PF 익스포저 중 새마을금고와 함께한 PF 비중은 평균 20.1%다. 대형 증권사 평균치인 4.6%에 비해 높은 수준이다.
증권사 PF 대출 중 새마을금고가 공동 참여한 사업장은 지역적으로 광역시, 지방 등에 소재하고 있는 경우가 다소 많았다. 변제순위로는 타 금융업권(증권사, 캐피탈사 등)과 함께 참여하는 부동산 PF의 경우 새마을금고가 대부분 단일순위 혹은 선순위로 참여했다. 증권사가 중·후순위로 참여한 사례가 많다는 얘기다.
김예일 한신평 수석연구원은 “새마을금고가 연체율 및 유동성 관리에 따라 부동산 PF 익스포저 감축 기조를 보일 경우, 브릿지론 상환 요구에 따른 만기 연장률 저하로 중·후순위 포지션을 보유하고 있는 증권사는 예상보다 비교적 빠른 시점에 손실을 인식할 가능성이 일부 있다”고 진단했다.
증권가는 새마을금고 위기론 확산에 따른 증권사들의 PF 부실화 우려는 과도하다고 주장한다. 상대적으로 선순위 대출 및 수도권 비중이 높고, 강도 높은 심사 절차와 내부통제가 이뤄지는 커버리지 증권사가 유사한 리스크에 노출될 가능성이 낮다는 분석이다.
다만 관련 손익 둔화는 불가피하다고 예상했다. 임희연 신한투자증권 수석연구원은 “올해 1분기 말 증권사들의 부동산 PF 연체율은 15.9%로 금융업권 내 최고치를 기록했다”며 “이를 감안할 시 적극적인 연체채권 상각을 통한 연체율 관리가 예상되고, 관련 충당금 적립 및 평가손실 인식이 전망된다”고 말했다.
이창희 기자 window@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