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이 이른바 ‘폭우 골프’로 물의를 빚은 홍준표 대구시장 징계 절차 개시 여부를 위한 논의에 착수했다. 홍 시장과 김기현 대표가 여러 차례 신경전을 벌여왔던 만큼, 정치권 안팎에서는 징계 수위를 놓고 전망이 엇갈린다.
국민의힘 윤리위원회는 29일 오후 회의를 열고 전국적으로 호우경보가 발효된 상황에서 골프를 친 홍 시장에 대한 징계 절차 개시 여부를 논의했다.
앞서 홍 시장은 폭우로 인해 전국적으로 피해가 속출한 지난 15일 오전 대구 소재 한 골프장을 찾은 것으로 알려졌다. 비판 여론이 들끓자 홍 시장은 지난 17일 “부적절하지 않았다. 트집 잡지 말라”고 반박했다. 18일 당 지도부의 진상조사 착수에는 “국민 정서법에 기대 정치하는 건 좀 그렇다”고 맞받았다. 하지만 징계가 거론되자 19일 “수해로 상처 입은 국민께 심려를 끼쳐 사과한다”며 “전국적으로 수해가 우려되는 상황에서 부적절했다는 지적은 겸허하게 받아들인다”고 고개 숙였다. 윤리위 회의를 앞두고는 17일자 SNS 게시물 두 건도 자진 삭제했다.
김기윤 윤리위원은 이날 당사에 들어가기 전 기자들과 만나 “홍 시장의 사과가 (여부가) 양정에 반영될 수밖에 없다”면서도 “홍 시장이 사과문을 썼지만 아직은 국민들이 보기엔 많이 부족하다. 사과문을 쓴 것에 그치지 않고 더 진정성 있는 모습을 보이는 게 필요하다”고 밝혔다.
국민의힘 윤리규칙 제22조는 자연재해나 대형사건·사고 등으로 국민이 슬픔에 잠겨 있거나 국민과 국가가 힘을 모아야 할 경우에는 경위를 막론하고 오락성 행사나 유흥·골프 등 국민 정서에 반하는 행위를 해선 안 된다고 명시한다. 홍 시장에 대한 징계개시가 불가피하다는 관측이 나왔던 배경이다.
홍 시장의 윤리위 회부는 ‘전광훈 우파 통일’, ‘제주 4.3 사건은 김일성 지시’ 등 발언으로 각각 물의를 빚은 김재원 최고위원과 태영호 전 최고위원의 경우, 윤리위 징계가 논의되기까지 몇 달이 걸렸던 것과 비교하면 이례적으로 빠른 속도다. 설화 때마다 지도부의 좌고우면으로 인해 당이 위기를 겪은 만큼, 이번에는 일찍이 ‘논란의 싹’을 차단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그간 김기현 대표와 홍 시장의 ‘앙금’이 작용했을 것이라는 시선도 있다. 앞서 김 대표와 홍 시장의 관계는 당과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가 연관돼 있다는 ‘극우 논란’이 불거졌을 당시 급속히 악화했다. 홍 시장이 김 대표의 리더십을 문제 삼으며 작심 비판하자, 김 대표는 “지방행정에 전념하라”고 맞서며 기 싸움을 벌였다. 김 대표가 홍 시장을 당 상임고문에서 해촉하면서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넜다는 관측도 나왔다. 한 여권 관계자도 “이례적으로 빠른 김 대표의 진상 조사 배경에는 홍 시장과의 불편한 관계도 작용했을 것”이라고 힘을 보탰다.
징계 수위에 대한 전망은 엇갈린다. 국민의힘 징계는 △경고 △당원권 정지 △탈당권유 △제명 등 4단계로 나뉜다. 윤리위가 징계 개시로 결론을 내린다면 추후 홍 시장의 소명을 듣고 징계 수위를 결정하게 된다.
당 지도부는 과거 수해 골프로 제명된 홍문종 전 의원의 사례를 언급하면서, 중징계 가능성을 내비쳤다. 유상범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지난 19일 기자들과 만나 “(홍 시장이) 사과했기 때문에 윤리위 판단에 어느 정도 참작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서도 “우리 당은 자연재해 와중에 골프 등으로 인한 물의가 일어났을 경우 엄정 대응한 전력이 있다”고 했다. 이양수 국민의힘 원내수석부대표 역시 같은 날 오전 SBS라디오에 출연해 “당 윤리위원들과 당 지도부, 일선 당원들이 다들 엄중한 분위기로 이 사건을 바라보고 있다”고 전했다.
징계가 경미한 수준의 경고와 낮은 개월의 당원권 정지에 그칠 것이라는 주장도 나왔다. 국민의힘 핵심 관계자는 쿠키뉴스에 “홍문종 전 의원이 제명당했던 2006년 당시 골프를 보는 시각과 지금은 다를 수밖에 없다”며 “당원권 3개월~6개월 정도에 그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 역시 지난 20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의 인터뷰에서 “수해에 대해 공감대가 없었던 것은 이미 사과했다. 중징계는 없을 거라고 본다”고 말했다.
전문가 의견도 다르지 않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사과했기 때문에 ‘경고’ 정도에 그칠 것”이라면서도 “다만 해명 과정에서 빚은 물의 때문에 정치적 타격은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최은희 기자 joy@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