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간 잠잠하던 이재명 사법리스크가 이화영 전 부지사의 진술 번복 사태로 다시 부각되고 있다. 총선을 불과 8개월여 남기고 민주당은 당 대표 리스크에 고민스러울 수밖에 없다. 당 대표 사퇴론부터 조기 선대위론 주장까지 다양한 당내 의견이 나온다.
25일 쿠키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이재명 대표를 향한 검찰의 수사가 다시 본격화될 기세다. 이 전 부지사는 이 대표의 ‘대북 송금 지시’ 언론 보도는 사실과 다르다고 해명했지만, 검찰이 이 대표를 향한 칼날을 겨눈 만큼 조만간 체포동의안이 국회에 제출될 가능성이 있다.
이미 이 전 부지사의 대북 송금 발언 번복한 것을 이유로 조만간 검찰이 이 대표에 대한 강제 수사에 나서지 않겠느냐는 법조계 해석이 나오고, 내달 광복절 이후 체포동의안이 국회에 제출되지 않겠느냐는 내부 관측도 있다.
이원욱 민주당 의원은 24일 YTN라디오 ‘뉴스킹 박지훈입니다’에 출연해 “검찰이 (이화영 전 부지사의 진술 번복 결과에) 자신감을 가진다면 아마 체포동의안을 보낼 것”이라고 봤다. 그는 “7월 29일부터 8월 15일까지는 회기가 없어 8월 16일부터 시작되는 8월 임시국회 때 보낼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고 말했다.
당 대표에 대한 사법리스크는 총선을 앞둔 민주당에는 꽤 큰 부담이다. 이 대표와 관련된 모든 재판이 끝날 때까지는 매번 윤리적인 논란이 제기될 텐데 총선 승리의 열쇠인 중도층의 표심을 잡는 데는 걸림돌이 될 수 있어서다. 이 대표는 스스로 결백하다고 주장하나 지지층이 아닌 일반 국민의 시선에서는 맹목적으로 이를 믿을 수 없는 노릇이다.
최창렬 용인대 교수는 쿠키뉴스와 통화에서 “이재명 대표에 대한 검찰의 모든 수사가 법원까지 가서 모든 게 무죄로 나오기 전까지 사법리스크는 계속될 것인데 당을 위해서라도 결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최 교수는 “확실한 증거가 나오지 않은 가운데 민주당은 검찰이 억지 프레임을 짜서 야당 대표를 궁지에 몰아놓는다고도 주장할 수 있지만, 공당의 대표가 수많은 혐의에 노출됐다면 당을 위해서든 도덕적으로든 물러나는 게 바람직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은경 혁신위가 외치는 당의 윤리성 복원 메시지도 이 대표에게는 상당한 부담이다. 혁신위는 실추된 당의 국민적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의원들의 ‘불체포특권’ 포기 등 과감한 기득권 내려놓기를 요구하는 가운데 이 대표가 검찰 탄압을 이유로 매번 ‘방탄 모드’로 일관할 수도 없다.
민주당 A 의원은 24일 쿠키뉴스와 통화에서 “내일 이화영 전 부지사에 대한 공판 결과가 나와봐야지 정확히 알겠지만, 이 대표 사법리스크에 대해 걱정하는 당내 분위기가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당 대표의 부정적 이미지가 해소되지 않고서는 내년 총선에서의 승리를 장담할 수 없다. 걱정이다. 당 지도부의 변화가 필요하지 않겠느냐”고 설명했다.
이재명 당 대표 체제를 유지하되 조기 선대위 출범시켜 총선을 대비하자는 제안도 눈길을 끌었다. 지난 2016년 문재인 전 대통령이 당 대표이던 시절 김종인 조기 선대위를 꾸렸던 때처럼 하자는 주장이다.
비명계 B 의원은 쿠키뉴스와의 통화에서 “분당을 얘기하는 일부 의원들이 있지만, 분당은 총선 패배로 가는 지름길이기에 실현 가능성이 전혀 없다”면서 “2003년 열린우리당 때도 그랬고 2016년 안철수 신당 분당 때도 별로 좋지 않은 경험을 하지 않았느냐”고 반문했다.
이어 그는 “이재명 대표가 당 대표 하려고 정치한 사람은 아니지 않느냐”며 “총선을 지면 대권 도전도 불가능하다. 결단을 통해 지금의 사법리스크를 해소할 복안을 찾아야 한다. 그 대안 중 하나가 조기 선대위”라고 강조했다.
황인성 기자 his1104@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