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교통부가 2030부산엑스포 유치의 최대 경쟁국인 사우디아라비아의 핵심 전략인 ‘네옴시티’ 전시회 홍보를 자처하고 있다. 유치전이 사실상 부산과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 2파전으로 좁혀진 치열한 상황에서 주요 정부 부처가 경쟁국 홍보 최일선에 앞장선 꼴이다.
정치권과 국토부 등에 따르면 국토부는 사우디 네옴시티 개발을 주도하는 업체인 네옴과 지난 24~25일 서울 중구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디스커버 네옴 투어 △국토부X네옴 로드쇼 △전시 개막식 행사 등을 진행했다. 이 행사는 아시아 최초의 네옴시티 관련 전시 이벤트다. 네옴시티를 구성하는 더 라인(The Line), 옥사곤, 트로제나, 신달라 등 사우디 네옴시티 주요 프로젝트 홍보가 골자다.
네옴시티 프로젝트는 석유 의존도가 높은 사우디 경제를 첨단 제조업 중심으로 전환하기 위한 ‘사우디 비전 2030’의 핵심 사업이다. 사우디 반도와 이집트 사이 아카바만 동쪽에 첨단 미래 신도시를 짓겠다는 계획이다. 사우디의 최고 실권자인 빈 살만 왕세자가 사업을 주도하고 있다.
국토부는 국내 기업의 네옴시티 수주와 파트너십 체결, 투자 유치 기회 제공 차원으로 마련됐다고 설명한다. 네옴 전시회 입장 예약을 받는 등 전시회 홍보에 앞장섰다. 국토부는 네옴시티 전시회 사전 등록 인원이 24일 기준 4000명을 넘겼다는 보도자료를 내기도 했다.
문제는 2030세계엑스포 유치를 위해 내건 사우디의 핵심 홍보 전략이 네옴시티 개발이라는 점이다. 사우디는 지난 4월 국제박람회기구(BIE) 실사에서도 네옴시티를 앞세워 사우디 발전과 리야드 엑스포의 비전을 강조했다. 지난 6월에서 사우디 주최 공식 엑스포 리셉션에서도 빈 살만 왕세자는 179개의 BIE 회원국 대표단을 상대로 사우디의 초대형 건설프로젝트인 네옴시티와 킹살만 국제공항, 엔터테인먼트 도시 키이야 등을 소개했다. 사우디가 각 회원국에 제공할 사업 및 경제적 기회를 강조한 것이다. 2030년 엑스포 개최를 네옴시티 프로젝트 등 비전2030 달성의 원동력으로 삼겠다는 계획이다.
정치권에서는 비판이 제기됐다. 윤석열 대통령의 주도 아래 정부 중앙·지방, 민·관이 한 마음으로 2030부산엑스포 유치전에 막바지 사활을 거는 상황인 만큼, 한국 주요 정부 부처가 경쟁국의 유치 전략을 대신 홍보하는 것이 부적절하다는 지적이다.
특히나 윤 대통령의 4차 PT 이후 최근 유치전이 백중세를 보이고 있다는 평가도 있다. 엑스포 유치위 관계자에 따르면, 사우디는 1년가량 유치전에 먼저 나서면서 한국보다 우위에 섰다고 자체 판단했지만, 최근 들어 한국이 거의 따라 잡았거나 역전됐다는 국제 여론에 매우 당황해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국토부의 ‘엇박자 행보’가 범정부적인 유치 총력전을 무색하게 만들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는 배경이다.
한 여권 관계자는 “정신이 나간건가”라며 “사우디 전략에 말려든 철부지 장관의 외교 무지”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한 부산 국회의원도 “부산엑스포 유치에 도움 될 만한 행보는 결코 아니다”라며 “엑스포 유치 결정이 눈앞에 다가온 만큼, 모든 정부 부처와 국민이 한 곳으로 힘을 모아야 하는데 사우디 리야드 엑스포 유치를 도와주는 모양새이지 않나. 감 떨어지는 결정”이라고 우려했다.
부산엑스포 유치는 국제 사회에서 한국의 위상을 높일 좋은 기회다. 특히 경제 효과에 대한 전망이 밝다. 2002년 월드컵(개최기간 30일, 관람객 300만명, 경제효과 11조4700억원)이나 2018년 평창올림픽(개최기간 16일, 관람객 138만명, 경제효과 29조원)과 비교해 경제유발효과가 더 크다. 정부는 550만명 방문, 생산 43조원, 부가가치 18조원, 고용 50만명 등 경제효과가 창출될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2030부산엑스포의 유치와 개최를 성공할 경우, 네옴시티 건설 수주를 받는 것보다 더욱 큰 ‘경기 부양 효과’ 및 ‘국가 브랜드 제고’ 효과를 얻을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엑스포 개최지는 오는 11월 말 BIE 정기총회에서 179개 회원국의 투표로 결정된다. 부산은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 이탈리아 로마 등과 경합 중이다.
최은희 기자 joy@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