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전 ESG 3년째 하락세인데...정부 “개입 어려워”

한전 ESG 3년째 하락세인데...정부 “개입 어려워”

지난해 환경(E)B, 사회(S)B, 지배구조(G) B+…종합 B등급
산업부 “공기업이라도 경영에 개입 어려워”
전문가 “정부가 나서줘야 해결 가능”

기사승인 2023-07-27 06:00:09
전라남도 나주시에 위치한 한국전력공사 본부

국내 전기를 담당하는 한국전력 ESG등급이 3년째 하향세를 보이고 있지만 정부는 ‘손댈 수 없는 부분’이라며 방관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전력은 지난해 한국 ESG기준원(KCGS)의 환경·사회·지배구조(ESG) 평가에서 환경(E) 부문 B, 사회(S) 부문 B, 지배구조(G) 부문 B+를 받으며 종합 B등급을 기록했다. 

지난 2021년에는 환경, 사회, 지배구조 모두 B+를 받으며 종합 B+등급을 받았고, 그 전 해인 2020년에는 환경 B+, 사회 A, 지배구조 A로 종합 A등급을 기록했다. 3년간 한 단계씩 떨어지고 있다. 현재 한국 ESG기준원은 등급을 S, A+, A, B+, B, C, D까지 여섯 개로 나누어 평가하고 있다. S부터 B+까지는 높음, B 이하는 낮음으로 분류한다.

한국 ESG기준원뿐 아니라 ESG등급을 평가하는 민간기업의 평가도 비슷하다. 27일 기업 ESG지수 평가기관 ESG모네타에 따르면 지난 2020년부터 2022년까지 등급이 점차 떨어지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한전이 ESG등급을 회복하려면 구조적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E(환경)
한전은 지난 2005년부터 매년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발간하고 있다. 해당 보고서에는 ESG경영에 대한 성과와 향후 방향 등이 담겨 있다. 지난 2021년 탄소중립 달성을 위해 'ZERO for Green'이라는 비전을 선포하며 한국전력 및 전력 그룹사가 보유한 역량과 자원을 최대한 활용하고, 신속한 기술개발을 위해 그룹사별 대표 프로젝트를 선정하여 추진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그러나 국내 전기생산은 여전히 석탄과 원전이 대부분의 비율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환경오염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이민호 서울환경연합 기후행동팀 팀장은 “최근 기후솔루션 같은 환경단체들도 재생에너지를 확대해야 한다고 꾸준히 말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한전은 석탄 발전 포트폴리오를 포기하지 못하고 있다”며 “재생에너지를 확대하겠다고 하지만 뚜렷한 결과가 부족한 것이 원인인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이제는 재생가능 에너지 전환에 속도를 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S(사회)
사회구조에서도 꾸준히 지적을 받는다. 이 외에도 한국 ESG기준원에 따르면 지난 2022년 3분기에는 평가 이후 한전의 사회구조 부분 등급이 A에서 B+로 하향조정 되기도 했다. 곡성 협력업체 근로자 추락 사고가 발생해 근로자가 사망했기 때문이다.

성별 간 임금 격차도 사회구조 감점 요인으로 추정된다. 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시스템 ALIO에 따르면 지난 2022년 결산 기준 한전 1인 월평균 보수액은 남성이 882만1900원에 비해 여성은 716만83원에 그쳤다. 남성 임금을 100으로 가정하면 여성 임금은 80에 그친다. 지난 2019년부터 2022년까지 쭉 같은 비율을 유지해 오고 있다.

그러나 핵심은 반복되는 산업재해 발생으로 인한 중대재해 리스크다. 한전은 최근 5년 사이 시장형 공기업 중 산업재해 사고 사망자 수가 가장 많은 것으로 집계되기도 했다. 국회예산정책처가 발간한 2023 대한민국 공공기관 보고서에 따르면 2017년부터 2021년까지 5년 사이 한전에서 발생한 산업재해 사고 사망자는 42명에 달했다.

시민단체 참여연대 실행위원으로 활동 중인 정세은 충남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기업의 산업재해를 근본적으로 막기 위해서는 하청업체를 통한 고용이 아닌 직접고용을 해야 한다”면서도 “기획재정부와 산업통상자원부 관리·감독 아래 한전의 인건비 편성이 자유롭지 않은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G(지배구조)
한전은 사장을 포함한 7명의 상임 사내이사와 8명의 비상임 사외이사로 구성돼 있으며, 이사회 총인원의 과반수를 사외이사로 구성해 독립성을 확보하고 있다. 이 외에도 사외이사 3인으로 구성된 ESG위원회를 열어 관련된 리스크를 인지하고 선제 대응을 위해 노력한다. 그러나 한전의 자율 공시와 IR 횟수, 영문 감사 보고서 여부 등 정보공시가 미흡하다는 지적이 있다.

한전의 인사에는 정부가 개입할 수 있다. 그러나 산업부는 지배구조 등 한전의 ESG 등급과 관련해 정부 차원에서는 손 쓸수 있는 부분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산업부 산업정책과 관계자는 “ESG 등급은 투자자들에게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 목적”이라며 “점수를 잘 받으면 좋겠지만, (ESG 등급은) 기업 차원에서 개선하라는 취지기 때문에 정부가 기업 경영에 간섭하는 것은 무리”라고 전했다. 

정 교수는 “한전이 상장회사이긴 하지만 어쨌거나 공기업이다”라며 “공기업의 ESG는 대부분 정부 정책 기조를 따르기 때문에 미흡한 부분이 있어도 기업 내부에서 자체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 범위가 작다”고 말했다. 이어 “한전의 ESG경영에 국가가 개입할 수 없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며 “국가의 적극적 지원을 통해 ESG경영 문제를 개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심하연 기자 sim@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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