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후 아파트 정전 계속되는데…“전력기금 턱없이 모자라”

노후 아파트 정전 계속되는데…“전력기금 턱없이 모자라”

‘전력 피크’ 아직 아닌데…전국 각지 아파트 정전
한전 노후 변압기 교체 지원, 기금 예산 부족해
산업부 “기재부에 계속 예산 증액 요청”

기사승인 2023-08-02 06:00:43
서울시 한 주택가에 설치된 전기계량기.   사진=임형택 기자

한국전력이 전력산업기반기금을 이용해 노후 아파트 대상 변압기 교체를 지원하고 있지만, 예산이 모자라 사업에 신청한 아파트의 절반도 지원해 주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는 무더위가 이르게 찾아왔다. 2일 산업통산자원부에 따르면 전력수급 집중기간을 지난해보다 한 달 앞당겨 6월 15일부터 9월 15까지로 설정하고, 8월 둘째 주를 ‘전력 피크(전력 수요 최대 집중 시점)’로 예상했다. 그러나 지난달 말부터 경기 의왕·수원·용인, 서울 창동 등 전국 각지 아파트에서 정전이 줄지어 일어났다. 대부분 준공한 지 20년이 넘은 아파트로, 오래된 변압기가 원인이었다. 

노후한 아파트는 여름철 전력 수요가 급증하는 시기 정전이 날 확률이 높다. 20~30년 전에는 가구당 전력 수요를 1~2kW로 계산해 아파트 변압기를 설치했지만, 최근에는 가구당 5kW로 잡을 만큼 전력 수요가 증가했기 때문이다. 

이에 한전은 설치 후 15년 이상 된 수전변압기를 가진 아파트를 대상으로 ‘노후 수전변압기 교체지원’사업을 하고 있다. 대상자로 선정되면 새 변압기 비용의 80%까지 지원받을 수 있다.  

그러나 기금 예산 한계로 매년 교체 지원 신청 아파트의 절반도 지원해 주지 못하는 상황이다. 산업부가 발표한 2023년도 전력산업기반조성사업 시행계획에 따르면 올해 노후변압기교체지원에 편성된 금액은 33억3600만원이다. 

올해 한전에 노후 변압기 교체 지원을 신청한 아파트는 총 346곳이지만, 해당 예산으로 지원이 가능한 아파트는 111곳(32%)뿐이다. 한전에 따르면 2019년부터 2023년까지 변압기 교체 지원을 신청한 아파트는 총 1870곳이다. 한전은 그중 844곳(45%)에 변압기 비용을 지원했다. 

한전 관계자는 “변압기 설치 후 15년이 지나면 지원사업에 신청할 수 있지만, 사업을 신청한 아파트 중 25년~30년이 넘은 곳들이 너무 많다”며 “예산이 한정되어 있어 노후화가 심한 아파트나 최근에 정전이 난 적 있는 곳들을 우선 지원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전도 최대한 많은 노후 변압기를 교체하고 싶다는 입장이다. 관계자는 “한 아파트에 정전이 일어나면 해당 선로에 문제가 생겨 주변으로 확산해 파급 정전이 일어날 수 있다”며 “정전 이후 일어날 수 있는 다양한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서라도 노후 변압기를 빨리 교체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산업부는 노후 변압기 교체 지원 필요성은 인지하고 있지만, 기획재정부가 편성한 기금 예산이 정해져 있어서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다. 산업부 전력계통혁신과 관계자는 “예산을 증액해달라는 요청을 기재부에 계속하고 있지만, 사업비가 삭감되는 추세라 내년 증액이 가능할지는 예측하기 어렵다”고 전했다. 

이어 “노후변압기 교체 지원 외에도 산업부 직원들이 직접 아파트 현장을 방문해서 안전관리자나 아파트 소장을 대상으로 정전 예방 및 일시 정전이 일어났을 때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등을 교육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심하연 기자 sim@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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