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부안군 새만금 일대에서 열린 ‘2023 새만금 세계스카우트 잼버리’ 개영식에서 온열환자가 100명 넘게 발생했다. 사태가 심각해지자 정부에서도 부랴부랴 대책을 마련하고 나섰다.
최창행 새만금 세계스카우트잼버리 조직위원회 사무총장은 3일 전북 부안군 잼버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전날 개영식에서 발생한 온열환자는 108명”이라며 “다만 두통, 복통, 근골격계 손상 등의 유형을 포함한 개영식 관련 환자는 모두 139명”이라고 밝혔다. 환자 대부분은 경증으로, 회복 후 건강을 되찾은 것으로 알려졌다.
전날 하루 온열질환자를 비롯한 부상자는 총 992명이다. 이중 온열질환자는 207명, 나머지는 벌레 물림·소화기 장애·발목 골절 등 환자라고 조직위는 밝혔다. 이는 전날 오후 10시 기준이며 자정 기준으로 집계하면 환자는 더 늘어날 전망이다.
최 사무총장은 “이날 오전 9시 기준 잼버리 내 병원에 환자 2명이 남아 있다”며 “의료 인력을 추가로 확보할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의료진 확보에 더해 기존 70개였던 병상을 최대 220개까지 늘릴 예정이다.
조직위는 개영식 당일 온열질환자가 속출할 때 소방 당국으로부터 행사 중단 요청을 받았으나 사안이 중하지 않다고 판단해 불꽃놀이만 생략하는 수준으로 행사를 마무리했다. 조직위는 폭염 예방 차원에서 야영지 영내 프로그램 중 일부를 중단하고 도내 14개 시·군에서 이뤄지는 관광 프로그램은 유지하기로 했다.
최 사무총장은 “폭염 속에서 대회 참가자뿐 아니라 의료진도 지칠 수 있으니 냉방장치를 추가로 설치하겠다”며 “중증의 온열환자가 발생하면 원광대병원, 군산의료원, 전북대병원 등 5개 협력병원으로 후송할 수 있는 의료지원 체계를 운영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개영식에서 많은 온열질환자가 발생한 이유를 묻는 취재진 질문에는 ‘K팝’을 언급했다. 그는 “참가자들이 멀리서 온 데다, (날씨 등에) 적응이 안 돼서 다수 환자가 발생하지 않았나 싶다”면서도 “(개영식에) K팝 행사가 있었는데 (청소년들이) 에너지를 분출하고 활동하다 보니 체력을 소진해서 환자가 많이 발생한 걸로 파악했다”고 답했다. 이어 “어느 나라에서 치르는 잼버리에서든 있을 수 있는 상황”이라며 “(온열질환자 수가) 예상을 크게 벗어나는 수준은 아니다”고 덧붙였다.
잼버리는 세계스카우트연맹이 4년마다 개최하는 청소년 야영 대회다. 이번 새만금 잼버리장에는 전 세계 158개국 4만3000여명의 스카우트 대원들이 모인다. 2017년 한국은 폴란드를 꺾고 잼버리 유치에 성공했다. 1991년 고성잼버리 이후 32년만이다.
정부도 서둘러 대책 마련에 나섰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이기순 여성가족부 차관은 이날 전북 부안군 잼버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모든 진행 과정을 논의 중이다. 청소년의 안전에 부합하는지 확인하면서 진행 중”이라며 “폭염 상황에 따라 영내 과정 활동을 줄이고 영외 과정 활동을 확대하는 등 프로그램 운영을 탄력적으로 수행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의료 인력도 충원한다. 이 차관은 “의료 인력은 군의관 30명, 간호사 60명을 추가 투입하고, 글로벌 청소년 리더센터 내 새만금홀 대강당에 최대 150병상을 추가로 설치해 환자 수용력을 높일 것”이라며 “응급환자는 닥터헬기 6대를 이용해 전북대, 원광대 권역응급의료센터로 즉시 이송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화장실 등 청결 강화를 위해 청소 인력 240명을 추가로 투입하고, 청소 횟수를 매일 3회에서 매시간 진행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부안=이예솔 기자 ysolzz6@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