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의 김은경 혁신위원회 체제가 잇따른 실언으로 무너지고 있다. 지난해 종료된 국민의힘 혁신위 체제도 별다른 소득 없이 종료된 가운데 일각에선 양당의 혁신위 카드가 무리수였다고 평가했다.
8일 정치권에 따르면 민주당 혁신위는 조기 종료 수순을 밟을 예정이다. 1호 혁신안인 ‘불체포특권 포기’는 오랜 진통 끝에 반쪽짜리로 통과됐다. 2호 혁신안인 꼼수 탈당 방지책 역시 선언으로 끝났다. 민주당 혁신위는 이날 오후 3호 혁신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민주당 혁신위는 이재명 대표 평가를 하지 않는다고 비판받으며 당내 공감을 받지 못했다. 또 김 위원장의 ‘망언 리스크’는 혁신위 해체 필요성에 기름을 부었다. 윤영찬 민주당 의원은 7일 BBS라디오 ‘전영신의 아침저널’에 출연해 “혁신위가 운영 동력을 상실했다”며 “도덕적 권위와 윤리적 권위를 상실했다. 활동을 접어야 한다”고 비판했다.
이상민 민주당 의원 역시 같은 날 SBS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서 “이 대표 체제가 지금 큰 문제를 안고 있는데 해당 체제를 전제로 혁신위를 했다”며 “기대를 넘어서서 당에 해악을 끼치고 있어 빨리 종료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앞서 ‘노인 폄하’와 민주당 초선 의원들을 ‘코로나 학력저하 학생’으로 비유하는 발언으로 논란을 자초했다. 해당 발언들에 대해 사과했지만 당 내외에서 여론은 가라앉지 않았다.
이후 김 위원장의 가족사 관련 의혹까지 논란이 되고 있다. 김 위원장의 시누이가 밝힌 김모씨가 지난 5일 블로그 게시물을 통해 ‘노인 폄하는 그녀에게 일상이었다’고 밝혔다. 이에 6일 김 위원장의 장남이라고 밝힌 누리꾼은 해당 글을 반박했다.
이 대표는 7일 최고위원회의가 끝나고 기자들을 만나 이 같은 김 위원장의 발언 문제에 대해 지적했지만 거취 등에 대한 언급은 하지 않았다. 박광온 민주당 원내대표는 6일 취임 100일 기자간담회에서 “(가족사 관련) 개인사라 언급하는 게 적절하지 않고 김 위원장이 입장을 갖고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는 민주당 혁신위에 대해 당내 기대가 없는 상황에서 김 위원장의 발언이 결정적인 문제를 만들었다고 내다봤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7일 쿠키뉴스와 통화에서 “이 대표가 올해 연말이나 내년초 중 물러나기 전 혁신위 등을 통해 총선 공천 작업을 마무리하고 떠나려는 거 같다”며 “당내에서 혁신위가 만든 안건을 신뢰하지 않는 과정에서 최근 노인 폄하 발언 등이 결정타가 된 거 같다”고 설명했다.
국민의힘 혁신위는 지난해 출범 이후 어떤 안건도 통과시키지 못하고 종료됐다. 당시 혁신위원장은 최 의원이 맡았다.
국민의힘 혁신위는 6가지 안건을 제안했다. △공천관리위원회 기능 일부 윤리위 이관 △ 공직 후보자 기초자격평가(PPAT) 확대 및 공천 부적격 기준 강화 △국회의원 정기평가제 △온라인 당원투표제 △비례대표 공천 이원화·당원 교육 시스템 정비 △여의도연구원 임기 보전 등이 그 내용이다.
그러나 해당 안건들은 모두 빛을 보지 못했다. 지난해 6월초 혁신위를 제안했던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가 당 윤리위 징계로 직을 상실했고 이후 비상대책위원회 체제와 김기현 지도부에서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최 의원은 혁신위 활동 종료 직후 이에 대한 아쉬움을 토로했다. 그는 지난해 12월 28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국민들 시선이 당내 갈등에 집중돼 혁신위에 대한 관심이 축소됐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혁신위는 이 전 대표가 지방선거 승리 직후 추진하던 조직이다. 이 전 대표가 퇴진 압박을 받던 당시 출구전략으로 활용하려 한다는 분석도 있었다. ‘친윤계’로 꼽히던 배현진 의원 등이 혁신위는 이 전 대표의 사조직이라고 비판했다.
다른 전문가는 이 전 대표의 혁신위 구성 자체가 무리수였다고 평가했다. 황태순 시사평론가는 7일 쿠키뉴스에 “윤석열 정부가 출범했고 국민의힘이 집권당이 됐는데도 혁신위를 만들었다. 집권여당은 당대표가 있다고 하더라도 대통령이 사실상 총재”라며 “거기서 당대표 권한을 강화하기 위해 혁신위를 둔다는 건 앞뒤가 맞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이는 윤 대통령에 대한 일종의 도전이 된 셈”이라며 “거기서 힘을 받을 가능성이 전혀 없었다”고 바라봤다.
윤상호 기자 sangho@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