잼버리 파행, ‘여가부’ 때문?… 다시 고개 드는 폐지론

잼버리 파행, ‘여가부’ 때문?… 다시 고개 드는 폐지론

“성범죄 경미” “위기대응 역량 보여줬다”… 잇단 설화
“여가부 없었음 대회 준비 잘 됐을 것” vs “최종 책임 대통령실”
양이현경 대표 “부처 폐지에 역량 집중하느라 제역할 못한 것”

기사승인 2023-08-11 06:00:29
김현숙 여성가족부 장관이 9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성균관대학교 600주년 기념관에서 태권도 체험에 참여한 스위스 스카우트 대원들과 마주하고 있다.   사진=임형택 기자

여성가족부 폐지론이 다시 불붙고 있다. 2023 새만금 세계스카우트잼버리 대회 파행의 책임을 물으면서다. 

10일 국회 등에 따르면 국회 여성가족위원회는 오는 25일 김현숙 여성가족부 장관이 참석하는 전체회의를 열고 현안질의를 진행한다. 이 자리에서 김 장관을 대상으로 여야 간 날선 공방이 예상된다. 

올해 4월 제정된 ‘2023 새만금 세계 스카우트 잼버리 지원 특별법’에 따르면 행사를 지휘하는 조직위원회는 여가부 장관의 인가를 받아 설립하도록 돼 있다. 국무총리 소속 기구 ‘세계 스카우트 잼버리 정부위원회’의 간사도 여가부가 맡고 있어 여가부 책임론이 불거지고 있다. 

잼버리 조직위 공동위원장인 김 장관의 잇단 실언이 도마 위에 오르기도 했다. 김 장관은 지난 6일 영내 발생한 태국 지도자 성범죄 의혹에 대해 “경미한 것으로 보고받았다”고 말해 논란에 휩싸였다. 이후 “성범죄가 경미하다는 게 아니라 경찰이 건조물 침입 문제로 규정한 것으로 보고받아 경미하다고 언급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지난 8일에는 잼버리 긴급 철수 사태에 대해 “전 세계에 대한민국의 위기대응 역량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밝혀 또 다시 비판 여론이 일었다. 개막 이후 폭우, 폭염에 대한 준비 부족과 화장실, 샤워실의 위생문제 등 미숙한 운영으로 논란이 된 상황에서 부적절한 발언이라는 지적이다.

게다가 예견된 사태였다는 점에서 비판의 목소리가 크다. 지난해 8월과 10월, 이원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김 장관에게 “현장에 빨리 가보셨으면 좋겠다. 화장실 등 여건이 전체적으로 늦어지고 있다”, “철저하게 준비하지 않으면 어려운 역경에 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러나 김 장관은 “물론이다. 차질 없이 준비하도록 할 것”이라며 자신 있게 답했다. 

우려가 현실이 되자, 여가부 폐지론이 고개를 들었다.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8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여가부가 없어져 (잼버리 관련 업무를) 다른 부처가 조금씩 나눠 가졌으면 대회가 훨씬 잘 됐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허은아 국민의힘 의원도 지난 6일 페이스북에 “압도적 무능을 증명한 여가부, 국민 세금으로 운영될 자격이 없다”고 비난했다.

반면 윤석열 대통령의 공약에 따라 폐지를 약속한 부처가 운전대를 잡는 것이 맞냐는 시각도 있다. 여가부가 폐지론에 휩싸여 일찌감치 설 자리를 잃어 이번 사태가 초래됐다는 것이다.

최재성 전 청와대 정무수석은 10일 YTN 라디오에 출연해 “잼버리 사태를 두고 여가부 폐지를 운운하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되는 얘기”라며 “최종 책임은 대통령실이다. 여가부가 무능해서 폐지해야 한다면 책임져야 하는 (위치의) 대통령실도 폐지해야 한다”고 짚었다.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도 지난 9일 기자회견을 통해 “김 장관의 무능 역시 뼈저리게 평가돼야 하는 부분이지만 더욱 커다란 무능은 애초에 폐지하겠다고 공약한 부처에 국제 행사의 총괄을 전부 떠넘긴 윤 대통령에게 있다”고 말했다.

잼버리 주무부처인 여가부에 책임이 있는 건 분명하지만, 부처가 힘을 잃다보니 제기능을 하지 못했다는 비판이 이어진다. 

양이현경 한국여성단체연합 대표는 10일 쿠키뉴스와의 통화에서 “그간 여가부가 부처 폐지에 역량을 집중하느라 본연의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없는 환경을 만들어놓고 이를 핑계 삼아 폐지를 얘기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잼버리 뿐 아니라 폐지 때문에 부처 전체적 분위기가 위축되며 다른 실무적인 사업도 제대로 운영하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피력했다.

김은빈 기자 eunbeen1123@kukinews.com

김은빈 기자
eunbeen1123@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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