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의 광복절 경축사를 두고 정치권에서 비판이 고조되고 있다. 여야를 막론하고 “21세기 대통령이 이래도 되나”, “대통령실에서 이런 메시지 쓰는 사람이 누군가, 잘라야 한다” 등의 성토가 쏟아졌다.
앞서 윤 대통령은 광복절인 전날(15일) 이화여대 대강당에서 열린 제78주년 광복절 기념식에 참석해 “일본은 이제 우리와 보편적 가치를 공유하고 공동의 이익을 추구하는 파트너”라며 “한·일 양국은 안보와 경제의 협력 파트너로서 미래지향적으로 협력하고 교류해 나가면서 세계의 평화와 번영에 함께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윤 대통령은 “전체주의 세력은 자유사회가 보장하는 법적 권리를 활용해 자유사회를 교란시키고 공격해왔다. 이것이 전체주의 세력의 생존방식”이라며 “이들은 늘 민주주의 운동가, 인권 운동가, 진보주의 행동가로 위장해 허위 선동과 야비하고 패륜적인 공작을 일삼아 왔다”고 했다. 이어 “공산전체주의를 맹종하며 진보로 위장해 폐륜적 공작을 일삼는 반국가세력들에 결코 속거나 굴복해선 안된다”고 덧붙였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16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윤 대통령의 경축사와 관련해 “제가 지금까지 참석했던 어떤 광복절 행사보다도 길고 힘들었다”며 “역사의 수레바퀴를 해방 이전으로 돌리는 패착을 정부가 더 이상 두지 말아야 한다. 일본과의 군사협력 강화에 대한 전면 재검토를 강력히 촉구한다”고 했다.
전재수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이날 YTN ‘뉴스킹 박지훈입니다’에서 윤 대통령의 광복절 경축사가 부적절했다고 평가했다. 전 의원은 “하늘에서 벼락 맞는 기분이다. 너무 황당해서 머리가 번쩍 깨는 경우”라며 “전 세계가 극단적인 냉전 시대에 살 때 그때의 언어와 그때의 논리와 그때의 어떤 역사 인식에 머물러 있는 광복절 경축사가 아닌가”라고 지적했다.
역대 대통령의 경축사와 비교하며 실망감을 표출하기도 했다. 전 의원은 “역대 대통령들은 3.1절 경축사나 8.15 경축사를 통해 국민들께 경제와 민생, 남북관계, 외교 등 국정 방향을 제시해왔다. 그런데 어제 경축사는 완전히 차원을 달리했다”라며 “굉장히 실망했다. 21세기 대한민국 대통령이 이래도 되나”라고 목소리 높였다.
여권에서도 비판이 나왔다.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는 이날 오전 YTN라디오 ‘뉴스킹 박지훈입니다’에서 “윤석열 정부의 지금까지 큰 줄기가 일본과의 친화 정책 이런 것들을 펼친다는 건 알겠다”라면서도 “광복절에 내는 메시지인데 일본에 대해 너무 과하게 언급한 것 아닌가”라고 우려했다.
이어 “‘도대체 대통령실에서 누가 메시지를 쓰고 있느냐, 그 사람 좀 잘라라’라고 제가 계속 얘기하는데 (이런 일이) 계속 반복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대위원장도 이날 ‘최경영의 최강시사’에 나와 “우리나라 지금 사람들이 북쪽에 굴복할 사람이 누가 있겠나”라며 극소수를 지나치게 일반화했다고 지적했다.
윤 대통령의 발언이 국민 통합에 악영향을 끼친다고도 질타했다. 김 전 비대위원장은 “국내총생산(GDP)가 지금 3만 불이 훨씬 넘는 상황이다. 아직도 옛날과 같은 사고방식에서 무슨 좌파니 우파니 이런 것을 거론할 그런 시대가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누군가 특별하게 자유에 반대하는 사람이 따로 있는 것처럼 인상을 주는 정치 행위는 별로 국익을 위해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고 쓴소리했다.
최은희 기자 joy@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