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산 장악’ 지하철 에스컬레이터 …내년 국산화 시작된다

‘중국산 장악’ 지하철 에스컬레이터 …내년 국산화 시작된다

중국산 부품으로 만든 에스컬레이터, 사후관리 어려워
엘리베이터사업 조합 “국산화 마쳐, 올해 말 입찰 참여”
서울교통공사 “국산 에스컬레이터 보급 긍정적”

기사승인 2023-08-19 06:00:23
지난 10일 핸드레일 교체로 인해 가동을 멈춘 서울 디지털미디어시티역 에스컬레이터. 가동이 멈춘 지 9일이 지났지만 부품 수입에 시간이 걸려 아직 수리는 시작조차 하지 못했다. 서울교통공사는 다음달 30일까지 공사를 마치겠다는 입장이다.   사진=심하연 기자  

국산 에스컬레이터 제조 업체가 이르면 올해 말부터 교통공사 등이 주관하는 입찰에 참여한다. 지금껏 중국산 수입에 의존해온 서울·경기 지하철에 국산 에스컬레이터가 들어설 수 있을지 기대가 커지고 있다.

19일 현재 국내에 설치된 에스컬레이터는 대부분 ‘중국산’이다. 특히 서울 지하철 1~8호선을 담당하는 서울교통공사가 설치한 에스컬레이터 1827대와 한국철도공사(코레일)가 설치한 2640대 에스컬레이터 모두 중국에서 만들어진 제품을 수입했다.

엘리베이터 업계 관계자는 중국산 부품을 사용하는 이유로 가격이 싸고, 국내에선 제조 인프라가 부족해 제작하기 어렵다는 점을 들었다. 관계자는 “연간 몇만 대 수요가 있는 엘리베이터와 다르게 에스컬레이터는 일년에 최대 수요가 1500대정도”라며 “수지타산이 맞지 않아 안정적인 제조 기반을 다지기 힘들다”고 설명했다.
서울 신당역 2호선과 6호선 환승구간에 위치한 에스컬레이터. 16일 문제가 생겨 잠시 가동을 멈췄다.   사진=심하연 기자

지난 6월 역주행 사고가 있었던 수인분당선 수내역 에스컬레이터 역시 중국산이었다. 당시 사고 원인은 연결부위 마모 및 보조 브레이크 미작동이었다. 에스컬레이터 업계 관계자는 “20년 이상 노후된 에스컬레이터가 아니더라도 유지보수는 꾸준히 필요하다”며 “하지만 중국에서 부품을 수입해 사용하면 사후관리가 원할하게 이뤄지기 어렵다”고 밝혔다. 

국내에서 부품을 생산하지 않으니 특정 업체가 맡아 관리하기 어렵고, 특정 부품을 교체해야 해도 수입에만 2주 가까운 시간이 걸려 수리 기간이 늘어나기 때문이다.

이에 국내 승강기 중소기업 17개가 모여 서울경기북부 에스컬레이터 사업 협동조합(이하 조합)을 만들었다. 조합은 경남 거창군에 승강기 타워와 제조공장을 지어 6개 승강기 제품 모델인증을 완료했고, 승강기 1개 모델, 에스컬레이터 1개 모델, 무빙워크 1개 모델 인증을 앞두고 있다.

조합은 현재 에스컬레이터 제조 기반을 마련을 끝마친 상태다. 김남정 서울경기북부 에스컬레이터 사업 협동조합 전무는 “오는 10월까지 입찰 기준 요건을 만족하는 데 집중하고, 올해 말부터 조달청에 올라오는 모든 공고에 입찰을 넣을 것”이라고 밝혔다. 
 
공사는 업체 선정 시 대부분 최저가 입찰을 기반으로 하는 경쟁입찰을 진행한다. 국산 에스컬레이터가 낙찰받기 위해서는 기존 중국에서 수입해오던 값싼 부품과 공급가를 맞추는 것이 관건이다. 김 전무는 “마진을 줄여 손해를 보더라도 입찰에 참여해 낙찰받는 것이 더 중요하다”며 국산 에스컬레이터 보급에 대한 강한 의지를 보였다.

조합은 부품 수입 의존도가 높고, 하루빨리 국산 에스컬레이터가 설치되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김 전무는 “국내에 제조 공장이 있으면 부품을 교체해야 할 때 빠르면 반나절도 걸리지 않는다”며 “이는 시민들의 안전과 직결된 문제기도 하다”고 말했다.

노후 에스컬레이터 교체를 꾸준히 진행 중인 서울교통공사도 국산 에스컬레이터 보급을 환영한다는 분위기다. “이변이 없다면 내년 초에도 입찰 공고가 나올 것”이라며 “국산 제품을 사용하면 A/S나 부품 관리 등이 훨씬 수월하기 때문에 내부에서도 긍정적인 반응이다”라고 밝혔다. 이어 “국산 에스컬레이터 업체가 가격 등 조건을 맞춰 입찰에 참여할 수 있는가가 관건”이라고 덧붙였다. 

심하연 기자 sim@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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