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부동산 개발업체의 디폴트(채무불이행) 위기에 따른 우려가 이어지는 가운데, 국유기업 19곳도 같은 상황에 놓일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증권가에선 디폴트 위기가 중국 금융시장 전반으로 확산하지 않았다고 평가하면서 금융시스템 위기 발생 가능성은 제한적이라고 평가한다.
24일 KB증권은 보고서를 통해 “중국 부동산 디벨로퍼(개발업체) 비구이위안(碧桂園·컨트리 가든)의 유동성 위기가 다른 기업으로 전염될지 여부에 시장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KB증권은 디폴트 노이즈를 겪었던 기업들의 공통점을 통해 유동성 위기가 걱정되는 기업들을 꼽았다.
강효주 KB증권 연구원은 “지난 2021년 이후 헝다그룹을 포함해 약 20개의 부동산 디벨로퍼들이 디폴트 사태를 겪었다"며 "이들의 공통점은 약 4가지”라고 분석했다.
공통점은 △중국 정부가 부동산 시장 과열을 조절한 것과 반대로 부동산 투자를 공격적으로 집행한 것 △투자 자금을 모두 부채로 충당하면서 부채 증가 속도가 자산 증가를 앞섰던 것 △부채의 대부분이 회사채로 구성된 점 △앞선 3가지 요인으로 중국 정부가 제시한 재무안전성 지표인 레드라인 중 2개 이상은 미달됐던 것 등이다. 강 연구원은 "이 때문에 해당 기업들은 어떠한 루트로도 유동성을 조달할 수 없는 상황으로 위기에 직면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번 비구이위안은 지난 사례들과 달리 3가지 레드라인 중 1개 항목만 미달됐다. 유동성 조달이 가능했음에도 채무불이행 사태로 이어졌단 얘기다. 이는 토지 보유량이 중국 2위에 달할 만큼 많지만, 외진 지역에 집중됐던 점과 실적 급감으로 현금흐름이 악화되고 있던 영향에 기인한다.
강 연구원은 “유동성 조달 루트가 열려있는지 여부를 결정하는 3가지 레드라인 기준으로 2개 항목 이상 미달된 기업은 장단기 채무의 이자를 갚을 능력이 있는지 체크가 필요하다”며 “미달 항목이 1개 이하인 기업은 자산 상각이 어려운 환경인지, 이자 비용은 본업을 해결할 수 있는지 여부에 대해 점검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를 통해 KB증권이 추정한 유동성 위기가 걱정되는 부동산 디벨로퍼는 국유기업 그린랜드(Green land)를 포함한 19개 상장사다. 그린랜드의 경우 자산규모 기준 3위, 토지 보유량 2위에 달한다. 해당 업체가 디폴트 사태에 직면할 경우 시장 불안감이 증폭되는 트리거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게 KB증권 측 진단이다.
증권업계에서는 중국 부동산 경기가 빠르게 회복하진 못할 것으로 내다보면서도, 리스크가 확산돼 금융시스템 위기까지 이어질 가능성은 제한적이라고도 주장한다.
이다은 대신증권 연구원은 “중국 금융위기가 발생할 가능성은 제한적”이라며 “중국은 계획금융과 시장금융이 공존하는 이원화된 시스템(국유은행을 통해 시스템 안정성을 확보하고 비국유은행을 통해 효율성을 확보)을 가지고 있어 리먼 사태 같은 일이 발생하기 어렵다”고 꼬집었다.
대신증권은 대표적인 예로 지난해 허난성 내 4개 중소은행에서 발생한 뱅크런 사태를 당시 중국 정부가 강제로 은행 인출을 금지시키며 수습한 점을 짚었다. 중국 정부의 금융시스템 통제력을 감안할 시 리먼 사태와 같은 일이 발생하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이창희 기자 window@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