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 비판’ 트윗 올렸다가 사형선고…극에 달한 인권탄압

‘사우디 비판’ 트윗 올렸다가 사형선고…극에 달한 인권탄압

인권 탄압 엑스포 유치 악재로 떠올라
사우디 교사 알 함디, 트윗·유튜브 활동으로 사형 선고받아
수년 만에 대규모 처형 감행
인권단체 HRW, 사우디 인권탄압 폭로

기사승인 2023-08-30 17:14:35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   연합뉴스

사우디아라비아의 무자비한 인권탄압 문제가 재부상하고 있다. 트위터와 유튜브 활동만을 근거로 사형을 선고하는 일이 비일비재한 것으로 드러났다.

29일 국제 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HRW)는 사우디 법원이 트위터와 유튜브 활동만을 근거로 남성에게 사형을 선고했다고 밝혔다. 

HRW에 따르면 사우디아라비아의 대테러 재판소인 전문형사재판소는 지난달 10일 은퇴한 사우디 교사인 무함마드 알 함디(54세)에게 온라인상 표현과 관련된 여러 범죄 혐의로 유죄를 선고했다. 법원은 트윗과 리트윗, 유튜브 활동을 증거로 삼아 사형을 선고했다.

조이 셰아 HRW 사우디 연구원은 “사우디아라비아의 탄압은 법원이 단지  평화로운 트윗만으로 사형을 선고할 수 있는 무서운 새로운 단계에 도달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사우디 당국은 모든 반대 의견에 반대하는 캠페인을 믿기 어려울 정도로 확대했다”라고 덧붙였다.

앞서 사우디 보안군은 지난해 6월11일 사우디 남서부 도시 메카의 알 나와리야 인근에서 알 함디를 체포했다. 보안군은 제다 북쪽에 있는 알 다반 교도소로 알 함디를 데려갔다. 그는 4개월 동안 독방에 갇혔다. 이 기간 동안 가족과 연락할 수 없었고 변호사도 만날 수 없었다.

당국은 이후 알 함디를 사우디 리야드의 알 하이르 교도소로 이송했다. 사우디 심문관들은 그에게 트윗과 정치적 의견에 대해 질문했고, 표현의 자유를 행사했다는 이유로 수감된 이들에 대한 의견을 추궁했다. 알 함디는 1년 동안 변호사가 없었고, 법적 대리인을 확보한 후 법원 회기 직전에야 변호사와 대화할 수 있었다.

HRW가 검토한 법원 문서에 따르면 전문형사법원은 ‘종교나 정의를 훼손하는 방식으로 왕이나 왕세자를 묘사’한 혐의로 사우디 대테러법 제30조(34조)에 따라 7월10일 알 함디에게 사형을 선고했다. △테러 이데올로기 지지 △테러 단체와의 의사소통에 대한 43조 △테러 범죄를 집행할 의도로” 허위 뉴스 게시에 대한 44조 등을 이유로 들었다. 재판 판결에는 알 함디가 ‘범죄’를 저지르기 위해 공식적으로 트위터 및 유튜브 계정을 사용했다고 명시됐다.

무하마드 알 함디.   HRW 홈페이지 캡처

검찰은 알 함디의 모든 혐의에 대해 최대 형량을 구형했다. 문서에는 법원이 ‘국왕과 왕세자의 지위를 겨냥한 범죄가 글로벌 미디어 플랫폼을 통해 이뤄졌다”는 이유로 형을 선고했다고 적혔다. 아울러 문서에는 두 개의 X 플랫폼 계정이 알 함디의 것이라고 언급돼 있었다. 1000개 미만의 트윗을 보유한 두 계정에는 사우디 정부를 비판하는 유명 인사들의 리트윗이 포함됐다. 또 기소 문서에는 사우디 왕실을 비판하는 트윗과 정치적 발언으로 사형 선고를 받을 가능성이 있는 성직자 살만 알 아우다의 석방을 촉구하는 트윗이 증거로 인용됐다.

하지만 알 함디 지인들은 입을 모아 알 함디가 정치 운동가가 아니며, 사우디 정부에 대해 우려를 표명한 시민일 뿐이라고 주장한다고 전했다. 현재 알 함디는 여러 가지 심각한 정신 건강 문제를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우디 당국은 치료에 필요한 일부 처방약 제공을 거부했다고 전해졌다. 알 함디의 정신적, 육체적 건강은 체포 이후 크게 악화됐다.

이번 사태를 두고 알 함디의 형제인 사이드(Saeed bin Nasser al-Ghamdi)는 지난 8월24일 자신의 트위터에 “나를 본국으로 돌려보내려는 수사가 실패한 이후, 나를 개인적으로 괴롭히기 위한 거짓 판결”이라고 적었다.사이드는 영국에서 망명 생활을 하고 있는 사우디 이슬람 학자이자 정부 비평가로 잘 알려져 있다. 최근 몇 년간 사우디 당국은 해외의 비판자와 반체제 인사의 가족을 본국으로 강제 송환하기 위한 보복 조치를 취해 왔다고 HRW는 전했다.

사우디 국기.   연합뉴스

유사한 사례는 지난해 8월에도 발생했다. 사우디 항소 법원은 X 플랫폼에서의 활동만을 근거로 사우디 박사 과정 학생인 살마알셰브(Salma al Shehab)의 징역형을 6년에서 34년으로 늘렸다. 같은 날, 법원  또 다른 여성 누라 빈 사이드 알카타니(Nourah bin Saeed al-Qahtani)에게 “인터넷을 사용하여 국가의 사회 구조를 파괴”한 혐의로 징역 45년을 선고했다.

수년 만에 대규모 처형도 감행했다. 사우디 당국은 지난해 3월12일 남성 81명을 처형했다. 이는 사우디 지도부가 사형 제도를 축소하겠다는 약속과 배치된다. 사우디 활동가들은 HRW에 이들 중 41명이 시아파 무슬림 소수민족에 속해 있으며 이들은 오랫동안 정부로부터 차별을 받아왔다고 전했다.

HRW는 기소나 재판 없이 장기 구금, 법적 지원 거부, 법원이 유죄 판결의 유일한 근거로 고문으로 얼룩진 자백을 의존하는 등 사우디아라비아의 형사 사법 제도를 비판했다. 유엔 인권고등판무관실도 사우디아라비아의 사형 집행률에 대해 지난해 11월 성명을 발표한 바 있다.

조이 셰아 HRW 사우디 연구원은 “사우디 당국은 이제 불공정한 재판뿐만 아니라 사형 위협까지 온라인 비판에 의지하고 있다”라며 “단순히 비판적인 트윗이 사형 선고로 이어질 수 있는데, 권리를 존중하는 사회가 되겠다는 사우디 지도부의 공약이 어떻게 의미가 있는지 알기 어렵다”고 질타했다.

그간 반정부 언론인 토막 살해 사건 등으로 비판받아온 사우디의 ‘인권 침해국’ 오명도 한층 짙어질 전망이다. 이번 폭로를 계기로 2030세계엑스포 유치 가능성에도 제동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최은희 기자 joy@kukinews.com
최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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