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한양행의 비소세포폐암 치료제 ‘렉라자’(성분명 레이저니닙)가 1차 치료제로 급여기준 확대를 위한 첫 관문인 암질환심의위원회를 통과했다.
렉라자는 2021년 1월 국내 31호 신약으로 상피성장인자수용체(EGFR) T790M에 변이가 발생한 국소 진행성 또는 전이성 비소세포폐암의 2차 치료제로 허가받았다. 이후 올해 6월에는 EGFR 엑손(exon) 19 결손 또는 엑손 21(L858R) 치환 변이된 국소진행성 및 전이성 비소세포폐암 환자의 1차 치료제로 적응증을 확대했다.
이번 암질심 통과 이후 렉라자는 경제성평가소위원회(경평소위) 등을 거쳐 약제급여평가위원회 심의, 건강보험공단 협상,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 결정, 급여기준 고시 과정을 남겨두고 있다.
반면 경쟁약인 아스트라제네카의 ‘타그리소’(성분명 오시머티닙)는 2018년 일찌감치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1차 치료제로 승인을 받았지만 지난 3월에야 암질심을 통과했다. 폐암 환우회가 국민청원 등을 통해 지속적으로 보험 적용 촉구 목소리를 내왔음에도 5차례나 암질심에서 떨어진 뒤 겨우 문턱을 넘었다.
이 같은 흐름 속에서 타그리소의 시장 내 입지가 균열을 보일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타그리소의 연내 급여 적용이 불투명한 가운데, 유한양행은 렉라자 1차 치료제에 대한 동정적 사용 프로그램(EAP)을 실시하면서 치료제 사용 시 연간 7550만원이 들어가는 렉라자를 무상으로 제공하고 나섰다.
아직 1차 치료 급여가 적용 중인 3세대 EGFR 티로신 키나아제 억제제(TKI) 약물이 없는 상황에서 타그리소 역시 연간 약 1억 정도가 들어 환자들의 가격 부담이 큰 약제다. 현재 타그리소는 7일 약평위를 남겨둔 상태로, 렉라자가 평가를 먼저 넘어갈 경우 가격 경쟁력을 내세워 급여를 적용 받고 시장에 선진입할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익명을 요구한 제약업계 관계자는 “타그리소와 렉라자 모두 같은 적응증을 가진 1차 치료제로 허가 받았기 때문에 정부가 비슷한 시점에 급여를 적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언급했다.
유한양행은 애초 내년쯤 급여를 적용 받을 것으로 예측했다. 지난 7월10일 무상 공급 프로그램 관련 기자간담회에서 조욱제 유한양행 사장은 “내년에 보험을 적용 받을 것으로 보인다. 경쟁사 제품이 먼저 급여를 적용 받거나 비슷하게 받을 거라는 예측들이 있다고 들었다. 결과가 어떻게 되든 환자분들의 부담이 줄어들 수 있도록 보험 적용까지 최선의 노력을 하겠다”고 말했다.
아스트라제네카는 7월13일 기자간담회를 통해 “심사평가원의 원칙대로라면 타그리소가 먼저 급여가 될 것을 기대하고 있다”고 의견을 전달한 바 있다.
한편, 아스트라제네카 타그리소의 지난해 국내 매출은 1065억원, 유한양행의 렉라자 매출은 161억원이었다.
박선혜 기자 betough@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