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이초 49재 추모, 교사·학생·학부모 하나의 마음으로

서이초 49재 추모, 교사·학생·학부모 하나의 마음으로

기사승인 2023-09-04 19:19:39
서울 서이초등학교에서 숨진 신규 교사의 49재인 4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이초등학교에 마련된 시민추모공간에서 한 학생이 묵념하고 있다.   사진=임형택 기자

4일 서이초 교문을 지나는 사람들의 눈은 빨갰다. 검은 옷에 검은 모자, 마스크를 착용하고 말없이 국화꽃을 받아 든 이들은 안내선을 따라 줄을 섰다. 대부분 헌화만 하는 줄 대신, 헌화와 묵념을 같이 하는 줄로 발걸음을 옮겼다.

검은 옷을 입은 시민들은 4일 오전 9시부터 서울 서초구 서이초등학교에 속속 모여들었다. 지난 7월18일 교실에서 세상을 등진 서이초 교사의 49재를 추모하기 위해서다. 서울시교육청이 마련한 추모제는 이날 오후 3시부터 시작이었지만, 이미 오전부터 추모하려는 줄이 길게 늘어섰다.

추모 메시지를 남기는 벽은 이미 메모지로 가득했다. 메모지에 적힌 추모의 말들은 추모 공간을 벗어나 교문에도 남겨져 있었다. 학생들이 설익은 글씨체로 “선생님 행복하세요” “선생님 하늘나라에서는 건강하세요” “선생님 이제 좋은 곳에서 편히 쉬세요”라고 적은 메모지도 있었다. 교문 밖에 늘어선 수십개의 화환 사이로 작은 꽃다발과 커피들이 눈에 띄었다.

고 서이초 교사의 49재 추모식이 열린 4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이초등학교에 마련된 시민추모공간에 추모객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사진=임형택 기자

이날 서이초엔 유모차를 끌거나 자녀의 손을 잡고 온 이들이 많았다. 정충모(8)군과 함께 경기 김포시에서 온 김모(40대)씨는 “표현할 수 없는 참담함을 많이 느꼈다. 얼마나 마음고생이 심했을까, 말 못 할 아픔들이 있었겠지 싶었다”며 “그런 감정들을 49일 동안 고스란히 같이 느꼈다”고 털어놨다.

“사는 지역이 멀어 지난 7월엔 마음으로만 추모했다”는 김씨는 이날 학교에 체험학습을 내고 아이와 함께 왔다. 그는 “서이초 교사가 숨졌다는 이야기를 들은 날에도 아이에게 설명해줬다”며 “체험학습 신청을 내기 전 아이에게 어떤 일들이 있었고 왜 와야 하는지 등을 설명해주고 동의를 구했다”고 말했다. 이야기를 듣던 정군은 “너무 슬펐어요”라고 이야기했다.

두 딸과 함께 온 교사 A(45)씨도 이날 아이들 체험학습을 내고 서이초에 왔다. 아이들에게도 이런 상황을 알려주고 싶어서다. 지난 7월 서이초 교사 사망 소식을 듣고 “삼일장을 치르듯이 울었다”는 A씨 역시 5년6개월 동안 휴직한 기억이 있다. 그는 “죽으면 끝이 날까 생각들을 하는 날들이었다”라며 “병가나 연수를 쓸 수도 있었지만, 그때는 그런 생각을 하지 못했다”고 했다.

고 서이초 교사의 49재 추모식이 열린 4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이초등학교에 마련된 시민추모공간에 추모객들이 작성한 추모 메시지들이 붙어 있다.   사진=임형택 기자

추모하러 온 학생들도 눈에 띄었다. 경기 하남시에서 버스를 타고 왔다는 5명의 학생들(15)은 검은 옷을 맞춰 입었다. 이들은 추모 공간에 메모지를 붙이고는 “서이초 선생님의 결정이 안타까웠다. 할 수 있는 게 이것밖에 없었다”며 “엄청난 사명감으로 온 건 아니다”라고 말했다. 서이초 교문 앞에서 직접 국화꽃을 나눠는 학생들도 있었다. B양은 “선생님들이 그렇게 힘든 줄 몰랐다”라며 교문으로 들어서는 이들에게 뛰어가 국화꽃을 전달했다.

이날의 추모는 아픈 상처를 회복하고 앞으로 나아가는 의식처럼 보였다. 교사와 학생, 학부모 모두에게 그랬다. 3세 아이와 함께 온 송모(35)씨와 최모(35)씨는 “결국 공동체를 위한 일”이라며 “이번 기회를 통해 교육 환경을 개선해야 비극이 계속되지 않고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장영주(50대)씨 역시 “교사와 학생을 분리해서 볼 수 없다”라며 “이 시간들을 통해 서로 다독여주고 힘을 냈으면 한다”고 전했다.

유채리 기자 cyu@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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