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동아시아정상회의(EAS)에서 역내 현안에 대해 아세안과 참석국의 협조를 요청했다. 북한과 우크라이나 전쟁, 미얀마 문제 등에 대해 원칙에 입각한 입장을 재차 내비쳤다.
윤 대통령은 7일(현지시간)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컨벤션 센터에서 열린 EAS 모두발언에서 “한국은 아세안 중심성에 대한 확고한 지지를 바탕으로 인도·태평양(인태) 지역의 자유와 평화 번영을 위해 아세안과 긴밀히 협력하고 있다”며 “인태에 대한 아세안의 관점과 한국의 전략은 같은 곳을 지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한국과 아세안 모두 포용과 신뢰, 호혜의 원칙 하에 규칙 기반 질서 확립을 위한 연대를 추구하고 있다”며 “우리 앞에는 지역과 전 세계 차원의 시급한 도전이 놓여있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국제법 위반이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대한민국은 70여년 전 불법 침략으로 국가 존망의 위기를 겪은 적이 있다”며 “지난 7월 우크라이나 키이우에 직접 방문해 우크라이나 평화연대 이니셔티브를 발표했다”고 밝혔다.
이어 “우리가 공약한 우크라이나 평화연대 이니셔티브를 충실히 이행하겠다”며 “우크라이나 재건 복구 노력에 책임 있게 기여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남중국해’에 대해서는 원칙에 입각한 입장을 고수했다. 윤 대통령은 “힘에 의한 일방적인 현상 변경 시도는 어떤 경우에도 용납할 수 없다는 게 국제법의 원칙”이라며 “아세안이 성장의 중심축 역할을 하면서 계속 번영하기 위해서는 규칙 기반 해양 질서가 확립돼야 한다”고 전했다.
또 “협상이 진행 중인 남중국해 행동 준칙이 국제법 원칙 존중과 함께 각국의 정당한 권리를 보장하도록 수립되길 바란다”며 “한국은 국제연합(UN)해양협약에 따른 항행과 비행의 자유를 수호하면서 아세안 해양 안보 협력을 확대해 나가겠다”고 덧붙였다.
윤 대통령은 미얀마에서 벌어지는 인권 문제에 대해 우려했다. 윤 대통령은 “미얀마에서 지속하는 폭력 사태와 그에 따른 인도적 위기는 아세안의 단결과 발전을 저해하고 있다”며 “자유와 민주주의에 대한 미얀마 국민의 열망이 조속히 실현되길 바란다. 한국은 미얀마 국민을 위한 인도적 지원을 적극 시행하겠다”고 말했다.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협을 대응하기 위한 협조를 요청하기도 했다. 윤 대통령은 “북한의 핵과 미사일 개발은 UN 안보리 결의 위반이자 세계평화에 대한 정면 도전”이라며 “회의에 참석한 모든 국가를 겨냥하고 타격할 수 있는 실존적 위협”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북한의 핵 개발 의지보다 이를 저지하려는 국제사회의 결의가 더 강력하다는 것을 우리가 분명히 보여줘야 한다”며 “UN 회원국은 안보리 제재 결의를 준수해야 한다. 결의안을 채택한 안보리 상임 이사국의 책임은 더 무겁다”고 강조했다.
북한의 핵과 미사일 개발을 위한 자금원과 불법행위에 대한 견제의 필요성도 부각했다. 그는 “핵과 미사일 개발의 주요 자금원인 가상자산 탈취와 해외노동자 송출, 해상환적 등의 불법행위를 적극 차단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북한 독재정권의 권력유지 수단으로 동원되고 있는 북한 주민의 참혹한 인권 실상에 눈을 감아선 안 된다”며 “북한의 대량학살무기(WMD) 문제는 인권 문제”라고 꼬집었다.
윤 대통령은 EAS에서 인태지역 안정화의 초석을 만들어야 한다고 소리 높였다. 윤 대통령은 “앞으로 세계의 성장과 번영은 인태지역에 달려있다”며 “EAS 참여국과 국제사회가 서로 연대하고 협력해야 할 이유가 여기 있다”고 말했다.
또 “캠프 데이비드에서 개최된 한미일 정상회의에서 3국이 새로운 협력의 장을 열었다. 3국을 묶는 동력은 인태지역의 자유와 평화, 번영에 대한 책임감”이라며 “대한민국은 보편적 가치에 따른 규칙 기반 국제질서를 확립하는 데 책임 있게 기여하겠다”고 약속했다.
아울러 “이 과정에서 아세안을 비롯한 인태지역 국가들과 모두 함께 긴밀히 연대하고 협력하겠다”고 설명했다.
조진수⋅임현범 기자 limhb90@kukinews.com